요즘 금융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모두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이야기 한다. ‘파티는 끝났다’ 라고 한다. 그런데 탐욕에 의한 재앙이 모기지 대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의료인으로서 현재의 의료 제도와 의료보험을 보면서 탐욕에 바탕을 둔 아메리칸 의료제도가 심각한 상황에 처할 날이 멀지 않다고 확신한다. 아니 벌써부터 붕괴되고 있는데 건강해서 병원 신세를 안 져본 분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국내 총생산의 17% 정도가 의료비로 사용된다. 보험료가 날로 오른다. 그런데도 보험회사가 주는 돈 외에 환자들이 병원에 따로 내야 될 부담금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보험회사에서 받는 돈은 해마다 줄고 있다. 한 예로 친구 안과의사와 이야기를 해보니 17년 전에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 보험회사에서 약 1,300달러를 받았는데 요즘은 500달러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에 준한 인상은 고사하고 그 동안에 60 % 이상 줄었다.
모든 중요한 수술과 시술이 거의 마찬가지라고 보면 맞다. 그러면 비싼 의료비는 어디로 가는가? 중간에 관리하는 사람들과 보험회사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보험회사의 순이익과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이다.
탐욕은 보험회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의료소송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양질의 의료시술을 위한 감시와 균형을 위한 법적 장치야 기본적인 권리이고 필요하다고 동의 한다. 그러나 순전히 돈을 얻을 목적으로 한번 찔러 본다는 식의 소송으로 인해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보험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 예로 의료소송의 천국이라는 라스베가스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의사들은 오진 보험료를 부담하느라 이중고를 치르게 되었고 머리 좋은 의사들이 당하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의사들은 소위 ‘방어적인 의료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한 가지 검사만 해도 될 것을 의료소송에서 유리한 점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파상적으로 낸다. 자연히 의료비는 올라가고 보험회사에서는 검사비가 많이 나간다고 울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를 검사를 열심히 해서 진찰해 주는 의사는 그래도 고마운 의사이다. 환자들을 열심히 돌보아주기 때문이다.
떨어진 의료 수가를 만회하기 위해 의사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당하지 못하게 된다. 필수적인 의료행위는 뒤로 하고 수입이 많은 시술에 자연히 관심이 쏠리게 된다.
한국의 예이지만 많은 산부인과 의사 친구들이 여성미용으로 진료과목을 바꾸었는데 미국에서도 곧 일어날 현상이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도 추세에 편승해 각종 피부미용이니, 증명되지도 않은 몸에 좋다는 식품, 보약, 각종 영양제로 일반인들을 유혹한다.
탐욕스런 일반인들이 주로 희생자들이다. “돈 있다가 뭐에 쓰겠나?” 몇몇 어른들의 말씀이다. 우리 사회에 간절한 도움의 손길이 기다리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환자들의 의료에 대한 기대는 또 얼마나 높아졌는가. 혹시 각종 최신식 검사, 불필요한 의료물품을 의사들에게 요구하지는 않는가? 본인은 필요치 않은 약, 물품을 받아서 친구나 가족에게 주는 환자들도 있다. 그 치솟는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의사인 본인도 오진 보험료가 너무나 부담스럽다. 선진국 중 보험 없는 사람들이 미국에 제일 많다.
지금까지 진실한 의료인들의 희생적 봉사로 미국의 의학과 의료는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 의료제도는 거품이 터지기 직전의 월스트릿처럼 상식의 수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사회주의적 보험제도가 곧 미국에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다 던져버리고 탐욕으로 가득 찬 의사로 변질하지 않았는지 정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반성한다. 우리 후손들 중에서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관심이 있는 자만이 의사가 되라고 권하고 싶다.
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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