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기자들 많기도 하구나. 올해 메이저리그 야구 ‘가을의 클래식’ 중계에 눈을 붙인 한인야구팬들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가졌을 법하다. 1루쪽이나 3루쪽 덕아웃 옆으로 파고드는 파울 타구를 따라가는 중계카메라엔 거의 예외없이 ‘우리가 거의 똑같이 생긴’ 카메라 기자들을 보게 된다. 대개들 등산조끼 비슷한 조끼를 입고 긴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이방인들의 모습을 시즌 내내 보면서도 봐도 봐도 신기한지 중계카메라는 그쪽으로 가는 타구가 없어도 심심하면 한번씩 이들의 집단취재 장면을 찍어 보여준다.
십중팔구 일본인 기자들이다. 정규시즌 동안에도 일본인 기자들은 몇군데를 빼고는 사진기자 취재석의 감초처럼 똬리를 틀었다. 백넷 뒤쪽 높은 곳 어디쯤 실내에 있어 중계카메라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취재기자석에도 일본인 기자들이 북적댄다. 웬만한 방송사나 일간지 스포츠전문지 특파원들과 프리랜서로 일하는 현지 일본계 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닌다. 이들이 송고하는 기사는 시시각각 일본열도 야구팬들에게 전달된다. 물론 그 이전에 일본 선수들이 뛰는 주요경기들이 다발로 생중계 또는 녹화중계된다.
메이저리그 야구판에 그만큼 일본인 선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일본과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각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는 사이인 한국(인) 입장에서는 한편 부럽고 한편 배아픈 풍경들이다. 미우나 고우나 이달말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일본인 기자들을 TV에서 여러차례 더 봐야 할 것 같다. 디비전 시리즈를 통과해 양대 리그 챔피언십에 진출한 4개팀에 고루 일본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어서다.
◇아메리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 입단 2년차인 다이스케 마쓰자카가 부동의 선발투수로 활약중이다. 올해 정규시즌 초반 파죽지세 연승행진을 하다 부상과 부진으로 한동안 흔들렸던 그의 정규시즌에서 총 29게임에 등판해 167.2이닝을 소화하며 18승3패를 거뒀다. 방어율 2.90이다. 삼진은 154개를 낚았다. 홈런 12개를 포함해 128안타를 맞고 94볼넷을 내주며 58실점(자책점 54점)했다. AL에서 다승 4위, 방어율 3위, 승율 2위 등 고루 탑클래스에 들었지만 볼넷도 1위다. 딱히 위력적인 것 같지 않은데 타자들이 곧잘 헛짚어 범타로 물러나기 일쑤다. 그는 불안피칭으로 만루위기를 자주 맞는데 정작 그 위기가 닥치면 용케 점수를 거의 주지 않고 빠져나가는 특이한 구석이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지난 3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등판했다가 5이닝동안 8안타 3볼넷 3실점(5삼진)으로 승패없이 물러났다. 경기는 레드삭스가 7대5로 이겼다.
마쓰자카가 승리를 못챙긴 대신 그의 뒤를 이은 불펜투수 히데키 오카지마는 6회 1이닝동안 2안타를 맞고 1실점했으나 홀드를 기록했다. 마쓰자카와 같이 입단 2년차인 그는 마쓰자카와 달리 왼손잡이다. 올해 64게임에 출장해 62이닝을 던지며(방어율 2.61) 3승2패 1세이브 23홀드를 기록했다.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1차례다. 올해 연봉은 마쓰자카가 830여만달러, 오카지마는 127만여달러를 받는다.
▶탬파베이 레이스 = 아키노리 이와무라가 주전 2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정규시즌 162게임 중 152게임에 출장해 627타수 172안타(9홈런 48타점 70볼넷 131삼진 8도루)로 타율 2할7푼4리를 기록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이 찍히는 2루수로는 상당히 준수한 타격이다. 그의 수비성공율을 100%에 가깝다. 포스트시즌 활약도 눈부시다.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4타수2안타. 이튿날 2차전에서는 빈틈없는 수비에다 전세를 뒤집는 홈런까지 쳤다. 3차전과 4차전에서도 한두개씩 안타를 보탰다. 우투좌타인 이와무라의 올해 연봉은 240만달러다.◇내셔널리그
▶LA 다저스 = 33세의 히로키 쿠로다가 선발투수로, 38세의 다카시 사이토가 불펜투수로 뛰고 있다. 우완선발 쿠로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쓰자카처럼 위기에서도 좀체 흔들리지 않으면서 느릿느릿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정규시즌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31게임에서 2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9승10패(방어율 3,73)를 기록했다. 명장 조 토리 감독은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는 흠을 지적하면서도 그를 매우 신뢰하는 것 같다. 이에 부응하듯 그는 시카고 컵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4일)에서 6.1이닝동안 산발6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PO 첫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의 디비전 시리즈 3연승을 거두며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 연봉은 743만여달러다.
은퇴할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사이토는 정규시즌에 45게임에 출장해 47이닝동안 40안타를 맞고 14점을 내줬다. 볼넷은 16개 산짐은 60개다. 불펜투수치고 출장횟수가 그리 만치 않으나 방어율 2.29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연봉은 200만달러다. 박찬호가 그와 경쟁적인 불펜투수여서인지 한국야구팬들로부터 가외의 눈총을 많이 받는다. 그는 지난 2일 컵스와의 2차전에 빌링슬리(6.2이닝) 웨이드(1.1이닝)에 이어 9회말에 10대1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로 등판했으나 한타자도 못잡고 2루타 2개를 내주고 2실점했다. 뒷마무리는 브락스톤이 맡았다. 경기는 다저스가 10대3으로 이겼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 역대 최저 승률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백업 선수 다구치 소의 한 방이 기폭제가 됐다. 정규 316타수 2홈런에 그친 다구치는 디비전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때려 냈다.
39세 노장 소 다구치가 있다. 외야수다. 정규시즌 88게임에 뛰었으나 주로 교체멤버였다. 91타수 20안타로 2할2푼의 타격을 보였다. 그는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후보로 활약하면서도 포스트시즌에 맹활약(디비전 시리즈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중용될 것 같지는 않다. 100만달러를 넘었던 연봉은 90만달러로 줄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