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국일보 특별후원으로 이번 주 11일에는 뉴욕에서, 18일에는 뉴저지주에서 격주로 3주 과정으로 개강하는 영어 에세이 특강 시리즈의 강사 안세민 선생. ‘대치동 안선생’으로 더 유명한 강사가 늘 강조하는 훌륭한 영어 에세이를 쓰는 핵심인 ‘로스쿨식 영어 학습’에 대해 문답으로 미리 들어본다.
늘 로스쿨식 영어 학습을 강조하는 이유는?
SAT에서 만점을 받는 학생들조차도 영작실력이 쉽게 늘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간의 경험을 미뤄볼 때 이는 영어문화와 한국문화간의 언어문화적인 격차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고급영작이 가능해지는지, 어떻게 해야 영어 토론 실력을 키울 수 있는지, 사실상 조기유학 1세대 출신인 내가 영어를 제대로 배운 곳은 바로 이곳 로스쿨에서였다. 때문에 로스쿨 경험에 근거해 최근 급변하는 영어 학습 환경의 유일한 대안이 ‘로스쿨식 토론학습’이라고 꾸준히 주장해 온 것이다. 변호사처럼 생각하고 토론하고, 영작하는 고급기술이 영어 작문의 최종 목표라고 말이다.
로스쿨식 영어 학습을 정의한다면?
로스쿨식 영어란 말 그대로 변호사의 직업에 유용하게 쓰이는 문체를 뜻한다. 변호사가 글을 쓰는 주된 목적은 상대에게 경고하거나,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려고 설득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런 목적들을 위해 자신의 의도나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정확한 단어 사용이 생명이다. 로스쿨식 글쓰기는 ‘Aim at meaning what you say, and saying what you mean’으로 표현될 법하다.
로스쿨식 글쓰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도해오면서 나는 일관적으로 짧고, 간결하게 쓰는 습관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런 기본만 갖추고 이 한 가지만 명심한다면 90%는 성공했다고 본다. 운동하는 선수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한 가지 종목의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 써먹는 사람들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확실치 않은 표현에 모험을 감행하지 않기를 권한다. 학생들의 어휘력은 한정돼 있다. 자격지심에서 상대에게 비싼 보석을 안겨준다고 상대가 자신을 좋아해 줄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글쓰기도 휘황찬란한 단어로 상대를 현혹시키려면 역효과를 얻을 뿐이다. 쉽지만 익숙하고 편한 단어를 사용할 때 오히려 읽는 이가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글을 쓸 때에는 단어 선택을 당장 결정하지 말고 우선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서 쓰는 것도 필요하다. 에세이가 완성된 후에 느긋하게 전체적인 시각에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물이 다 지어지고 나서 화장실 문 색깔을 무엇으로 할까를 고민해도 늦지 않는 이치와 같다.
로스쿨 영어 학습 훈련은 어떤 것인가?
로스쿨 영어학습의 기초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핵심을 찾아 질의 문답하는 훈련이다. 영어 작문에서도 고득점을 올리려면 로스쿨식 토론 훈련의 기본인 Paraphrase 와 Summarize 능력이 필요하다. 즉, 상대의 말을 듣고 자기의 말로 표현하고, 요점을 정리하는 기술이다.
한국의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이곳 미주지역의 조기유학생들이나 태생적 한계는 같다. 영어환경에서 공부를 하지만 자신들의 모국어는 영어와 거리가 먼 한국말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영어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면 고무줄을 당겼을 때 어느 순간 다시 되돌아오듯이 학생들의 영작 실력은 한계가 드러난다. 영어를 꽤나 구사한다면서도 또박또박 발표력이 좋은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외고 학생이나 조기유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릴 때부터 영어 책읽기를 즐겨온 학생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요새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원어민’이 아닌 학부모들이 미국 부모 밑에서 영어책을 즐겁게 읽으며 자란 학생들과 같을 수는 없다.
기초가 약한 학생일수록 작문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첫 단추는 학생들끼리 또박또박 재밌게 하는 책읽기 연습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우처럼 역동적으로 독서지도를 해줄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교사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듣기와 말하기 훈련이 될 수 있어 더욱 좋겠다. 그 다음 단계로는 읽은 내용에 대해 서로 질의 문답하는 로스쿨식 기초 토론훈련이다. 제대로 읽고 듣고 말하는 습관이 설득력 있는 발표력을 다지는 기초가 된다.
로스쿨식 영어 토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우리 애는 SAT 성적이 상위권인데 그 다음에 어떤 영어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학부모들을 자주 접한다. SAT가 계량하고자 하는 주요 능력이 어휘력과 독해능력이라고 한다면 로스쿨식 그룹토론은 자신을 상대에게 표현해내는 기술을 훈련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표현은 크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구술능력을 평가하는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글에 몰입해서 또박또박 읽어낼 수 있는 감정이입 능력이다. 나는 세계명작시리즈를 학생들에게 자주 읽힌다. 하지만 유치원 시기부터 영어를 접한 학생들조차 내용에 몰입해서 또박또박 읽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학생들은 영어환경에 노출은 돼 있지만 철저한 구술훈련이 조기에 이뤄지지 못해 기초적인 틀 형성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틀을 잡아줄 영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하고 있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유년기를 보낸다는 것이다.
둘째, 책 내용을 토대로 문법에 맞게 질의할 수 있는 질문창조 능력이다. 많은 학부형들은 아이들이 읽는 책의 두께를 영어학습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나는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서로 질의 문답하는 훈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강조한다. 두꺼운 책 안에 담겨있을 수많은 어휘는 문답능력이 점차 향상되면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가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 이후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중요한 것은 적당히 읽지 않고 질문할 주요 내용들을 메모하면서 읽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문법은 딱딱하게 가르쳐주면 자기 것이 되기 쉽지 않지만 질의문답에 필수요소라고 인식한 후에는 자연스레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게 된다.
셋째, 상대의 질문에 몰입하고 노트하는 요지파악 능력이다. 인터넷 게임이나 공중파의 다양화로 요새 아이들은 사색하고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면서 질문의 요지를 노트하는 훈련은 듣기 능력을 키우는데 필수다. 상대방의 질문이 문법이나 내용에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를 파악해내는 집중력과 듣기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넷째, 논리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답변 능력이다. 로스쿨에서 내용을 토의할 때 가장 기초로 다루는 공식은 ‘IRAC’이다. IRAC는 Issue, Rule, Analysis, Conclusion의 줄임이다. 즉, 쟁점을 파악하고, 판단의 토대가 되는 상식적인(법률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답변의 논거를 정리하여 쟁점에 대한 결론을 맺는 훈련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어진 작문 주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답을 구성해내는 훈련이 약하다. SAT 성적이 높다고 해서 토론 구술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토론 구술력은 성격과도 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비한다면 많은 우리 아이들이 20년 후에는 국제적 리더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기타 추가할 말은?
로스쿨식 영어 학습과 영어 토론에 기초한 영어 에세이 쓰기 핵심은 이번 3주 과정으로 구성된 뉴욕, 뉴저지 특강 시리즈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영어 작문 실력 향상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특강 강사 안선생은?
안세민 강사는 1985년 서울 역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동중학교 재학 중 뉴욕으로 건너와 뉴욕시 특목고인 브롱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의 과학 명문대인 쿠퍼 유니온 칼리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화학공학을 전공하다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대학으로 알려진 오벌린 칼리지의 인문학 계열로 전학, 전액 장학생으로 경제학과 일본어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캘리포니아 UC 샌프란시스코 해이스팅스 법대와 뉴욕의 브루클린 법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컬럼비아대학원 티처스칼리지 대학원에서 이중언어 교육학을 전공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자 신문인 ‘The Korea Times’에서 정보통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중 삼성 그룹의 계열사인 e-Samsung 싱가폴 신규사업팀의 매니저로 발탁되어 e-Learning 등 교육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사업기획에 참여한 후 M&A 및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1999년 여름에는 ‘세민재단(서울)’과 공동으로 30명 이상의 뉴욕, 뉴저지주 미주 한인 동포 2세 고교생들을 인솔, ‘1999 한인 2세 모국체험’을 이끌면서 수박 겉핥기식의 모국방문이 아닌 강도 높은 문화체험을 구현시킨 바 있다. 당시 프로그램에 포함된 해병대 2박3일 체험, 두레농장 농촌공동체 3박4일 체험, 포항 고등학교 일일방문, 홀트타운 일일봉사 등의활동은 KBS 8시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의 학원 1번지인 강남 대치동에서 초등학생부터 특목고생을 대상으로 로스쿨식 에세이 쓰기와 토론을 가르치며 명성을 얻고 있다. 안 선생은 미국 대학의 입학과정과 장학금 제도 등 미국 현지의 교육 현장을 꿰뚫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학생들을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육 전문가로 에세이샘 닷컴의 대표도 맡고 있다. ▲www.essaysam.com ▲문의: 347-449-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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