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의 TV 토론에서 모두 판정승을 거두었다. 여론의 흐름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투표일까지는 한 주 정도 남았고. 그러니 백악관 입성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다. 그 상황에서 그런데 갑자기 복병이 나타났다.
오사마 빈 라덴의 테입이 방영된 것이다. 부시를 신랄히 비난하면서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경고를 했다. 손끝이 잘못 놀려졌을 때 엄중한 보복이 따른다는 위협이었다. ‘시큐리티 맘’들이 동요를 보였다. 협박은 역효과. 선거는 그것으로 끝났다.
‘빈 라덴의 테입이 대통령의 꿈을 날렸다’-. 2004년 대선에서 패배한 존 케리의 생각이라고 한다. “선거전 막판의 돌발변수(October surprise)는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 돌이키려고 해도 그 때는 이미 시간이 없다.” 경험에서 우러난 케리의 충고다.
‘October surprise’ 경계령이 내려졌다. 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라. 민주당의 입장이다.
선거의 펀더멘탈로 보아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Enough is enough’- 부시 정권 8년의 실정에 지칠 대로 지쳤다. 경제는 엉망이고. 그러니 당연히 민주당이 이기는 선거다.
그런데 진땀이 난다. 오바마가 매케인에게 추월을 당했다. 9월초의 상황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패닉 상황이다. 그 가운데 돌발변수가 터졌다. 금융위기 발생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천우신조라고 할까. 그런 ‘October surprise’가 한 달 일찍 찾아왔다.
이슈는 이제 경제다. 불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매케인의 지지는 계속 떨어진다. 금융위기 해결의 적임은 아무래도 민주당이 아닐까 하는 상대적 기대는 높아가고.
7,000억달러짜리 구제금융안이 제시됐다.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가 하나가 돼 조속한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매케인은 선거유세를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달려갔다. 금융구제안은 그러나 하원 문턱도 넘지 못했다.
워싱턴 지도부는 온갖 비난의 타겟이 됐다. 공화당의 인기는 더 말이 아니게 됐다. 금융위기를 막지도 못했다. 거기다가 그 구제책도 거부하고 있다는 질책이 쏟아지면서다.
하나 더. 한 때 허리케인으로 비교된 ‘페일린 효과’도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류 언론의 ‘페일린 때리기’가 주효, 자격미달 후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매케인-페일린 공화당 티켓의 시세는 계속 떨어져만 갔다.
투표일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 그러니 이제는 다 된 밥이다. 상대에게 승부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10월 어느 날 갑자기 터질지 모를 진짜 ‘October surprise’를 차단하라. 민주당의 입장이다.
기사(奇事)와 이적(異蹟)으로 점철된 대통령선거가 2008년의 선거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선거가 올 미국의 대선이라는 말이다. 그 비정상적인 상황의 하나가 부통령 후보 TV토론에 유권자들이 보인 관심도다.
다 된 선거의 경우 부통령 후보 TV토론은 흥행이 안 된다. 올해의 경우 그 시청률은 오바마-매케인 토론회를 크게 앞질렀다. 왜 이토록 비정상적일 정도로 관심이 높은가. 이는 다름이 아니다. 올 대선이 그만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선거라는 의미다.
이 토론에서 페일린은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그 뿐이 아니다. ‘허리케인 페일린’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드러저 리포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청자의 70% 이상이 TV 토론에서 페일린이 이긴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주목되고 있는 것은 ‘페일린 효과’가 되살아나고 있는 타이밍이다. 구제금융안이 상원을 이어 하원도 마침내 통과했다. 두 주 이상을 끌어온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어느 정도 가시게 된 시점에 되살아난 페일린 효과는 막판 선거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펀더멘탈로 보아서는 당연히 민주당이 이겨야 하는 선거다. 거기다가 금융위기까지 발생했으니. 그러나 민주당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가 내린 미국의 대선판세다.
앞서 이야기대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선거다. 그 불확실한 것 중의 하나가 미국인들의 ‘오바마 관(觀)’이다. 한 마디로 스마트하다. 카리스마도 겸비했고. 그러나 여전히 불가해한 존재가 오바마다.
오바마에 대한 이런 시각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대세는 민주당이다. 금융위기도 발생했고. 당연히 큰 차이로 앞서야 한다. 그런데 오바마 지지율은 10월 첫째 주 현재 49.8%(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로 매케인을 5.8% 앞섰을 뿐이다.
내려지는 결론은 이렇다. ‘오바마는 강력한 후보다. 동시에 허점투성이의 후보다’-. 무슨 말일까. 막판까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선거가 올 대선으로, 10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돌발변수는 얼마든지 판세를 뒤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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