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클래식이 시작됐다. 메이저리그 야구(MLB) 정규시즌 6개월 항해 끝에 살아남은 8팀이 1일 포스트시즌 레이스에 돌입했다. 아메리칸리그 4팀과 내셔널리그 4팀이 2팀씩 짝을 지어 벌이는 디비전 시리즈다. 양대 리그 챔피언끼리 맞붙는 월드시리즈가 결승전이라면, 디비전 시리즈는 일종의 8강전 시리즈다.
가을의 클래식의 제1막은 1일 낮 12시(이하 SF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올랐다. 내셔널리그 이스트 디비전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정규시즌 마지막 승부에서 이겨 NL몫 와일드 카드를 거머쥔 밀워키 브루어스의 첫판 승부였다. 오후 3시30분에는 시카고에서 100년만의 월드시리즈 탈환을 노리는 홈팀 시카고 컵스(NL 센트럴 디비전 1위)와 4년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한 LA 다저스(NL 웨스트 디비전 1위)가 첫판잡기에 나섰다.
AL몫 와일드 카드를 쥐고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날 저녁 남가주 애나하임에서 AL 웨스트 디비전 챔피언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30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PS행 티켓다툼 단판승부를 통해 살아남은 AL 센트럴 디비전 1위 화이트삭스는 일찌감치 PS행을 확정지은 AL 이스트 디비전 선두 탬파베이 레이스의 안방으로 날아가 2일 포스트시즌 첫판승부를 벌인다.
디비전 시리즈는 5전3선승제, 양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시리즈는 7전4선승제다.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10월의 클래식은 30일 밤에 끝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웨스트 디비전 5팀 중 4위)와 오클랜드 A’s(AL 웨스트 디비전 4팀 중 3위) 등 가을의 클래식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 22팀도 저마다 나름대로 바쁘다. PS 탈락팀들은 한편으로는 배우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구경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내년 내후년에는 보다 나은 수확을 거두기 위해 진용을 다시 짜는 밑그림을 그리는 등 암중모색 발걸음을 바스락거리고 있다.
이 방면에서는 자이언츠의 움직임이 의외로 기민한 듯하다. 정규시즌 레이스에서 자주 뒤뚱거려 끝내 PS행 열차에 몸을 싣지 못한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야구팬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자이언츠의 새 진용짜기 구상의 일단은 정규시즌 막이 내리고 포스트시즌 막이 오르는 틈새에 SF크로니클지를 통해 새어나왔다.
(노장 유격수) 오마 비스켈의 샌프란시스코 재임은 끝났다. 자이언츠는 (우완 선발투수) 맷 케인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이언츠에게 그야말로 절실한 홈런맨과 타점맨을 트레이드할 수 있다. (시즌 막판에 선보인 신인내야수) 파블로 샌도발은 2009년 주전 1루수를 찜해놓은 셈이다.
SF크로니클지 30일자 스포츠면에 실린 관련기사는 이렇게 운을 떼고는 (자이언츠의) 브라이언 사빈 단장이 월요일(29일) 기자들과 가진 정규시즌 뒤풀이 및 앞날 내다보기 세션에서 나온 핵심 포인트는 이것들이다고 이었다. 자이언츠의 득점빈곤은 올해 성적에서 확인된 사안이다. 162게임에서 얻은 득점은 고작 640점이다. 양대리그 30팀을 통틀어 바닥에서 2등이다. 한방의 사나이와 타점의 사나이가 필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홈런타자와 타점가이를 영입하는 방법이다. 뭉칫돈이 쓸 생각이 아닌 이상 트레이드를 통해 구하는 수밖에 없다. 값매김이 맞지 않아 웃돈이나 업둥이 선수가 덤으로 얹혀지기도 하지만,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선수교환이다. 탐나는 선수를 데려오려면 상대방이 탐내는 선수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사빈 단장의 의중을 우회적 질문으로 떠본 모양이다, 맷 케인과 팀 린시컴은 ‘공식적으로 언터쳐블(officially untouchable, 트레이드 절대불가) 아니냐고. 사빈은 긍정했다. 내 생각에, 그렇다. (실제로 받는 못받든) 나는 사이영 상 수상자(린시컴을 의미)를 트레이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물세살 매티도 때때로 사이영상 후보처럼 던진다. 두 젊은 투수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와중에 사빈이 진짜 놀라운 속내를 흘린 것 같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자이언츠가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약화시키기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를 강화시키기 위해 담대한 조치를 취할지도 모르겠다며 자이언츠가 이번 겨울 프리에이전트 투수들 중 ‘황금보석’인 CC 사바티아(밀워키 브루어스)가 고향인 베이지역으로 귀향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 가늠해볼 심산이라는 조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바티아 영입은 거액계약이 될 것이기에 그를 영입한다면 공격보강을 위해 다른 투수들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여졌다.
지난해 AL 사이영상 수상자인 사바티아는 오는 겨울 스토브 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최대어 투수로 꼽힌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있다 올해 전반기 막판에 ‘PS행 사명’을 띠고 브루어스로 영입된 그는 이적 뒤 9연승에다 PS행 갈림길 승부였던 시카고 컵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사흘밖에 못쉬고도 완투승을 거두는 등 브루어스 소원성취에 노른자몫을 했다.
거구(브루어스에서 거둔 11승2패를 포함해 올해 성적은 17승10패(방어율 2.70), 연봉은 1,100만달러다. 키 6피트7인치, 몸무게 290파운드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육중한 구질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절묘한 로케이션으로 타자들을 농락하는 ML 8년차 좌완투수 사바티아의 고향은 발레호다. 지금도 집이 거기에 있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진작에 지역연고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이언츠가 사바티아의 넘버원 초이스가 될 것이라고 넘겨짚은 바 있다. 정작 사바티아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지난 6월 크로니클지와의 인터뷰에서 발레호 집 가까운 곳에서 피칭하는 게 신경쓰인다고 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월드시리즈를 끝으로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스토브시즌(트레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게 된다. 그때까지 무수한 변수가 널려있다. 사바티아를 탐내는 자이언츠의 마음도 변할 수 있고, 고향팀을 왠지 부담스러워하는 사바티아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 비록 안개화법과 어림짐작이 뒤섞인 것이기는 하지만, 스토브시즌은 고사하고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흘러나온 ‘사바티아에 대한 자이언츠의 군침설’은 메이저리그팬들, 특히 자이언츠의 올해 성적이 마뜩찮은 팬들에게 가외의 얘깃거리와 설레임을 안겨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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