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샌프란시스코 AT&T 팍에서 벌어진 SF 자이언츠와 LA 다저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승부 7회말. 0대1로 뒤진 자이언츠의 공격. 선두타자 애런 로왠드가 힘껏 휘두른 방망이에 공이 빗맞으면서 3루수쪽으로 튀었다. 3루수가 잡아 1루로 던져 아웃. 베이스에 한참 못미쳐 공이 1루수 글러브에 빨려드는 걸 보며 로왠드는 아쉬운 듯 급정거를 걸며 하늘을 쳐다본 뒤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덕아웃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자이언츠 선발투수 팀 린시컴은 무표정했다.
후속타자는 잔 바우커. 브루스 보치 감독은 바우커를 불러들이고 트래비스 이시카와를 대타로 내보냈다. 이시카와는 우전안타로 부응했다. 린시컴이 벌떡 일어나며 박수를 쳤다. 보치 감독은 발빠른 이매뉴얼 버리스를 대주자로 투입했다. 다음 타자는 발빠른 백전노장 데이브 로버츠. 역시 대타였다. 왼쪽 타석에 나선 로버츠는 안그래도 작은 키를 더욱 웅크리며 한방을 노리다 기어이 쳐냈다. 좌전안타. 3만9천여 관중들은 오랜만에, 그리고 올해 마지막으로 목이 터져라 Beat LA!!를 외쳤다. 타석은 이제 린시컴 차례. 보치 감독은 승부수를 계속 던졌다. 린시컴 대신 파블로 샌도발에게 방망이를 맡겼다.
샌도발. 올해 후반기에 등장해 3루와 1루를 맡으며 안정된 수비를 보이면서 폭발적 파격을 과시한 이 유망신인이 통통한 몸에 방망이를 좌우로 흔들며 타석으로 향할 때, 자이언츠 덕아웃에선 코칭스탭 누군가 린시컴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올해 자이언츠 최고투수로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마지막 출격에서 그렇게 호투(7이닝 13삼진 1실점)하고도 승리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나게 한 대한 미안함의 표시인 듯했다. Beat LA 함성은 요란했다.
제1구. 스트라익 존 가운데서 바깥으로 흐르는 공이었다. 몸도 방망이도 비스듬히 한 샌도발은 웬떡이냐 싶게 지체없이 응사했다. 맞는 순간 안타였다. 쫙 뻗어 좌익수쪽 안타. 2루주자 버리스가 홈으로 치달았다. 여유있게 세이프. 1대1. 그 사이에 로버츠는 2루까지 진군했다. 덕아웃에서 왔다갔다 하며 응원하던 린시컴의 제스처가 재미있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입속에 넣더니 휙 빼내는 시늉을 하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앓던 이를 빼내는 시늉이었다. 올해 놀라운 피칭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사이영상 후보에까지 오른 이 우완신인이 마지막 경기에서 ML 데뷔이래 최다 탈삼진(13개)로 양대리그 통틀어 삼진왕(262개) 타이틀을 확정했음에도 18번째 승리는 고사하고 자칫 패배를 당할 뻔한 상황이었으니 샌도발의 동점타와 버리스의 동점득점이 그토록 반가웠을 게다. 그러나 패배모면은 위안에 불과할 뿐. 축하의 밑천일 수는 없었다.
자이언츠의 기회는 계속됐다. 동점타의 주인공 샌도발 대신 롤링거가 대주자로 투입됐다.다음타자는 유지니오 벨레즈.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다 삼진을 먹었다. 투아웃. 그래도 기회는 살아 있었다. 이어 네이트 쉬어홀츠가 등장했다. 팀USA 일원으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신인외야수 쉬어홀츠의 방망이에서 역전타가 터졌다. 로버츠의 발은 빨랐다. 2대1 역전. 자이언츠 덕아웃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모두들 린시컴에게 다가가 악수에 포옹에 하이파이브에 난리였다. 거의 무르익은 시즌 18승 축하였다.
자이언츠는 8회말 1점을 추가하고 다저스의 공격을 서지오 로모(8회초 무실점, 5홀드)와 브라이언 윌슨(9회초 무실점, 41세이브)이 막아내며 남북가주 라이벌전 3대1 승리로 올시즌을 마감했다.
바로 이날, 다저스의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투수가 박찬호였다. 히로키 쿠로다(5이닝 무실점)와 클레이튼 커쇼(6회말 무실점)에 이어 세 번째로 7회말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첫타자 로왠드를 땅볼로 처리한 뒤 연속 3안타를 맞고 1실점한 뒤 강판됐으나 네 번째 투수마저 안타를 맞아 로버츠가 홈인하면서 그의 자택점은 2점이 됐다. 홀드 기회를 날려버리고 시즌 4번째 패배를 당했다.
4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저스로서는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였다. 조 토리 감독은 뉴욕 양키스 감독 시절 매 시즌 마지막 경기 지휘봉을 팀내 고참선수에게 맡겨온 관례대로 이날 다저스 감독역할을 노마 가르시아파라에게 넘겨놓고 느긋한 표정으로 구경했다. 그러나 박찬호로서는 매우 아쉬운 출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빅타임 승부에 취약하다는 소리를 들은데다 올해도 내내 잘던지다 다저스가 막판 승리몰이에 나선 8, 9월에 오히려 불안피칭을 여러차례 보였기 때문에 박찬호에게 ‘마지막 등판 안정된 피칭’은 요긴했다. 박찬호의 이날 퍼포먼스가 토리 감독의 포스트시즌 투수운용 작전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날 최종전을 끝으로 자이언츠는 72승90패, 다저스는 84승78가 됐다.
한편 오클랜드 A’s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회초 3점을 얻었으나 1회말과 2회말에 1점씩 잃고 5회말에 2점을 더 내줘 3대4로 역전패했다. A’s는 75승86패, 매리너스는 61승101패로 2008년 정규시즌을 끝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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