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 입는 옷과 걷는 걸음걸이까지 스폰서인 나이키에서 다듬은 것을 보면 ‘보기 좋은 것’이 얼마나 프로스포츠에서 상품가치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무리 골프를 잘 쳐도, 후줄근한 옷에다가 볼품없는 중년남자들이 왔다 갔다 하던 옛날의 골프가 대중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보기 좋은’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타이거 이후의 PGA는 선수들의 기량만 좋아진 게 아니라 선수들이 입는 옷도, 외모도 눈에 뜨이게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LPGA의 망신스런 영어쓰기 강제정책이 잠시 수그러진 것을 놓고 한인들이 그러면 그렇지 좋아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LPGA는 미국대중의 관심이 낮아서 TV시청률도 낮고 광고스폰서 찾기도 무척 힘이 들 정도로 경제성이 없는 프로스포츠를 맡아서 힘에 겨운 게임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의 인기를 끌어올리려면, 여성골퍼들이 기가 막히게 골프를 잘 쳐서 PGA수준으로 기량이 향상되거나, 보기가 너무 예뻐서 딴 프로그램들 다두고 LPGA 게임 TV중계를 보고 싶을 정도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LPGA에서 어린 골퍼 육성 프로그램과 함께 골프 채널과 함께 애써 띄우려는 선수들이 폴라 크리머와 나타리 걸비스 같은 ‘보기 좋은’ 선수들이다. 너무 성차별적인 면으로만 볼게 아니라 세상현실이 그렇다. 사람들이 좋아서 게임을 보러오고 TV시청을 하고 그래야 경제적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LPGA에서 세기적인 여성골프 중흥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 미셸 위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참담한 실패가 되었는데, 여기에 LPGA 특유의 사정과 경험이 있다. 미셸 위의 보호자들이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얘기들이 각가지라) 잘 모르지만, PGA컷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해놓고 LPGA를 찬밥신세로 만든 것이다. 지난번 시합에서 미셸 위가 스코어카드 사인을 않고 일단 나갔다가 돌아와 사인한 것을 LPGA 직원이 실격시킨 것도 LPGA에서 갖고 있는 나쁜 감정 때문이라고 많이들 판단하고 있다.
LPGA의 가장 큰 수입원은 큰 게임전에 열리는 프로엠에 참가하는 이들이 내는 기부금이다. LPGA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이 주요 네트워크 3사에서 중계를 하지 않고, 때때로 CBS, NBC, ABC에서 중계하는 게임들은 TV사에서 LPGA에 중계료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LPGA에서 TV사에 도로 돈을 낸다. 이것이 여성골프의 슬픈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현실에 또 ‘문제’가 생긴 것이 45명이나 되는 한국선수들의 대거 등장이다. 가장 큰 수입원인 프로엠 기부자들이 영어로 소통도 안 되는 한국선수들과 ‘즐겁지 않은’ 라운딩을 해야 하고 승자들이 나타나는 TV인터뷰가 듣기 민망한 파트로 되기 십상인 것이다. 거기에다 옛날 박세리 선수 때 만 하더라도 외톨이 되기 싫어서 열심이 배워야했던 영어가 이젠 대 부대가 된 한인골퍼들 덕분에 한국말만 하고도 지낼 수 있으니 슬프게 ‘좋아진’ 것이다. 거기다 열성 한국부모 한사람은 꼭 따라다니니 영어가 늘겠는가.
필자는 대규모로 공격하는 한국여성골프와 낮은 TV시청률로 인해 경제적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LPGA가 공존하는 방법은 한가지로 본다. 영어사용 강제는 어떻다는 식으로 한인사회에서 항의하는 것이 자주 생기면 안 그래도 싸움 자주 걸어오는 사람들 (개고기 방송 항의를 기억하는가)로 인식될 위험이 많은데 보기가 좋지 않고, 미국사회와 대결하는 모양은 어쨌든 보기에 좋지 않다.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고, 필자는 경제적 해결책을 제안하고 싶다.
LPGA에서 한국대기업들이 형성한 컨소시엄에 대회주최와 프로모션 독점을 하는 권리를 파는 것이다. 실제로 벌써 한국대기업들이 스폰서 하는 규모가 미국선수들에 대한 미국스폰서들의 규모를 능가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대기업들은 그들에게는 만족스런 수준인 해외광고 효과를 볼 수 있고, LPGA의 세계중심이 한국이 되니 한국민들의 프라이드에도 좋고, LPGA는 고민하지 않고 수입이 보장되니 지금 현실보다 훨씬 좋고, 한국골퍼들은 신경 쓰지 않고 한국말로 떠들어서 좋고…
서울의 전경련이나 상공회의소에서 모처럼 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일을 할 기회가 아니겠는가. 해당 기업들의 미래 이미지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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