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미국의 선거가 점점 정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미국의 대선 판은 버락 오바마
가 한창 기선을 제압하더니 후반전에 들어서는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등장한 새라 페일린의
바람으로 오바마의 기세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항상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부르짖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기준에 초점을 맞춰 치러져 오곤 했다. 그 때마다 후보들은 어떤 이슈가 있으면 거기에 관한 정책을 내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그 기준은 모두 링컨의 유명한 연설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날이 갈수록 그걸 기준으로 하는 정책이 희색되고 저개발국가나 후진국가에서 하는 정치나 선거전을 닮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부끄러움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가 선거에 임할 때 항상 링컨의 3대 명언에 기준을 맞추어 세밀하고 깊이있게 이슈를 만들어 국민에게 내놓으면서 정책을 표명해 왔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다 그랬고, 그래서 전 세계가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미국의 선거제도와 대통령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들을 우러러 보곤 했다. 그러나 이런 표상이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깨끗한 정책 대결이 아니라 인신공격 쪽으로 오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서 인신공격은 사실상 금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이번 선거는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쪽으로 가고 있다.
지금의 선거 판세는 공화당의 매케인이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에 뒤지다가 점점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이제 다시 매케인이 오바마의 인기를 넘어섰다. 오바마는 한동안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매케인에 뒤떨어지기 시작하자 매케인의 러닝메이트인 페일린을 겨냥, 그의 나체사진을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게 만들어 유포하기 시작했다. ‘이런 여자가 과연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가’로 방향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지금 혼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얼마만큼 먹혀들어 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미국답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합성사진을 보았을 때 과연 미국민들이 오바마 진영에서 메케인 팀을 공격한다고 해서 갖고 있는 기본정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미국의 선거전은 언제나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후보는 지금까지 표를 스스로 깎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래서 인신공격은 선거판에서 금물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미국의 선거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깨끗한 선거였다. 그래서 미국이 세계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나라로 칭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와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미국의 선거가 지금 오염은 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까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울 정도로 오염되지는 않았다. 이를 오바마가 혹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젊은이로서 패기와 혈기도 좋지만 인신공격을 일삼거나 부통령 후보의 나체사진을 합성해서 뿌리는 식으로 선거에 이용한다 할 것 같으면 이미 패전장군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국민은 링컨 대통령의 연설처럼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를 원하고 그 정치를 이끌어 가줄 후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해야 할 일이다. 대선은 대중을 상대로 한 탤런트나 인기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을 위하고 나라의 경제를 짊어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그러므로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을 똑바로 살펴보고 확실한 정책을 가진 자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금 금융위기로 연쇄적인 파동이 일면서 경제가 말이 아니다. 덕분에 한인 소기업도 장사가 안 돼 업주들이 죽네, 사네 하고 야단이다.
그동안 세계에서 중산층 두께가 가장 두터운 나라는 미국이었다. 이제는 그 두께가 점점 엷어지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서로 적대시하는 감정의 문을 열고 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되면 매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다. 그로 인한 봇물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과연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후보가 누구인지 유권자들이 눈을 똑바로 떠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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