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임상심리 치료사)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인 부모님이 자녀양육에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자녀를 칭찬하는 일인 듯싶다. 온 종일 힘든 일에 지쳐 집에 돌아와서 막상 형제끼리 싸우거나, 숙제하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하거나,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자녀들에게서 칭찬거리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규범과 예의를 잘 지키고, 숙제와 공부에 집중하고, 잔소리 안 해도 맡은 일을 척척 잘 해내는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에도 칭찬에 인색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빠지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는 ‘칭찬은 자녀를 버릇없게 만든다’ 또는 ‘사랑하는 자녀에게는 매 한 대를 더 들라’는 것이다. 유교적 전통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나 이제 양육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한인 부모들의 의식가운데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고 엄하게 혼내야 바른 아이로 키워낼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날로 흉악해져 가고 경쟁적인 현대사회 속에서 성공적으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녀교육은 필수사항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엄격한 자녀교육을 무섭게 소리지르고, 끊임없이 잔소리 하며, 혼내고 지적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소수이겠지만 자녀 양육의 방법으로 신체적 체벌을 종종 활용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런 방법들은 자칫 자녀의 인격과 자신감을 손상시키고, 분노나 불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유발시키며, 나아가 자녀로부터 진정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기 보다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녀양육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효과적인 자녀양육 방법으로 칭찬과 보상의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칭찬과 보상은 바람직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강화시켜 좋은 습관을 가지게 한다. 반면, 그릇된 행동에 대해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며 소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인성이 형성된 자녀들이 칭찬을 받게 되면 자신감과 성취욕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칭찬만 해서는 안 된다. 칭찬과 보상을 잘못하면 자칫 자녀를 응석받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칭찬과 보상에도 원칙과 기술이 있다.
칭찬과 보상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사회적 강화, 물질적 강화, 활동적 강화가 있다. 사회적 강화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로 칭찬하는 방법이다.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경우에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된다. 가령, 자녀가 쓰레기를 밖에 내어 놓는 것을 도와주었을 때 네가 쓰레기 치우는 것을 도와주어서 고맙구나라고 말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세상에서 부모 일을 도와주는 아이는 너 밖에 없어 넌 뭐든지 잘하는 참 착한 아이야 등과 같은 추상적이거나 과장된 칭찬은 피하는 것이 좋다. 칭찬받을 만한 구체적 행위에 초점을 두고 그 행위가 일어난 즉시 칭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칭찬노트나 칭찬스티커 등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질적 강화는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거나 계약한 행동을 완수했을 때 캔디나 장난감 혹은 행동완수와 연계하여 약속한 물건을 보상해 주는 방법으로 말로만 하는 칭찬보다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토큰경제라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보상받을 만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표를 만들어 적어 놓고 그 실행이나 완수에 따라서 정해진 스티커나 토큰을 주는 방법이다. 자녀는 이렇게 모아진 스티커나 토큰을 갖고 싶은 물건으로 교환하는 방법이다. 간혹 물질적 강화의 방법을 뇌물로 착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뇌물은 자녀로 하여금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시킨다기 보다는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을 물질을 통해 일시적으로 중지시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활동적 강화는 자녀의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영화보기, 가족과 함께 공원가기, 함께 게임하기, 친구 집 놀러가기와 같은 활동으로 보상해 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할 때 부모가 정한 활동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자녀가 원하는 활동을 수용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안전을 위협하거나, 비현실적이며, 혹은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활동들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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