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세계로 시각 넓혀야
자녀교육 창의력 개발 중요
이제 여름도 다가고, 또 애들도 다 떠나서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에 갈 때마다 납득이 안 가는 것이 자유경쟁 시장주의의 기수라고 자처하는 미국이다. 시장 개방과 독과점 방지를 표어로 벨전화회사, 스탠더드 개솔린 회사 등을 몇 개로 쪼개 놓았고, 작년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제소해 자유경쟁에 해로운 요소가 있는가 낱낱이 파헤치기도 했다.
그런데 올림픽 생중계도 그렇고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대형 테마팍과 야구장 같은 곳과 영화관들에는 독점판매를 허용해서 음식이나 마실 것을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그 안에서는 음식물을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으로 팔도록 방관하고 있다.
그래서 디즈니랜드나 야구장, 또 극장에 갈 때는 큰 옷을 입고 주머니에 잔뜩 과자와 음료를 숨겨 가지고 들어가서 먹었다. 그 비싼 판매대 근처에는 거의 가 본적이 없다. 박찬호 보러 야구장에 갔을 때도 오징어와 과자 그리고 마실 것들을 미리 싸 가지고 들어가서 먹었고, 디즈니랜드도 외부음식 사입금지를 모르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다가 식사는 주차장으로 나와서 먹은 적도 있다. 다 애들을 많이 키우다 보니 주접이 들어서 그랬나보다.
그런데 한번은 형수님이 무슨 좋은 일로 너무 기쁘다고 “서방님, 애들 다 데리고 디즈니랜드에라도 가서 놀다 오세요!”하고 거금을 대 준 적이 있는데 그때만은 온 가족이 디즈니랜드에 달랑 돈과 카메라만 가지고 간 적이 있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놀면서 그 많은 식구가 마실 것과 먹을 것 다 사먹다 보니까 받은 것을 조금 초과했지만!
그런데 이번에는 애들을 다 보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간 것이기 때문에 그 비싼 팝콘을 그것도 아주 큰놈으로 사들고 앉았다. 전에 안하던 짓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의아해하더니 아내도 내 심정을 이해했는지 순순히 같이 먹어 주었다. 둘이서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팝콘을 영화가 끝나도록 먹었다.
영화 내용도 혹 애들에게 해로운 요소가 있나, 이런 점은 어떻게 얘기를 해주어야 할까 이리저리 신경을 썼었지만, 이제는 그냥 즐기기 위해서 보는 것이라 아무래도 멋있는 로맨스 같은 것에 눈이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만화영화가 마침 시간대라 그냥 들어가 본 것이다.
그런데 아무 기대도 없이 그냥 애들을 보내고 난 후의 복잡한 마음을 달래느라 보게 된 것인데 전혀 기대 밖으로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만화영화도 이제는 얼마나 변했는지 처음 한국 대한극장에서 본 ‘백설 공주’와는 비교도 안 되게 사실감과 박진감이 나게 만들었다.
이것이 그린 것인지 찍은 것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의 고도의 특수효과는 물론이고, 그 상상력에 깜짝 놀란 것이다. 애들이 영화 보러 간다고 하면 항상 요즘 영화는 내용은 너무 판에 박힌 듯하고 너무 기술적인 것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못마땅해 하면 잔소리했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팝콘에 콜라에 배가 잔뜩 불렀고 또 영화가 끝났어도 허무감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기에 그냥 자리에 앉아 있자고 했다. 그러다가 그 영화 크레딧이 얼마나 긴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만화영화 하나 만드는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하다니! 만화영화는 화가만 있으면 다 만드는 줄 알았더니 무슨 자재관리, 기술담당, 현장로케관리, 인력관리, 동물관리 (아마 모션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실제로 짐승들을 먼저 찍고 애니메이션을 했나 보다), 수학박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등 콩알 같은 글씨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이 나는 얘기가 있는데 수년 전 한번은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술전문학교의 이사진들이 미국의 영화 스튜디오를 견학 왔을 때 통역을 부탁받고 동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절찬리에 상영이 끝난 ‘타이태닉’과 ‘라이언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등을 제작하는데도 참여한 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인데, 어느 이사 한 분이 그 스튜디오의 간부 한 분에게 한 질문이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인가?”였다. 그랬더니 “프로그램은 어느 것이라도 좋다. 적당한 것이 없으면 늘 새로 만들어 쓰고 있으니까.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깨는 자유로운 생각과 창의력(Free thinking and creative mind)을 개발해 주는 것이다” 라고 답해주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났던 것인데 그 만화 영화 크레딧에 김, 박, 정, 이, 황, 등등 분명히 한국 사람들의 이름도 적지 않게 나열되었다는 사실에 눈이 띄었다. 그것도 그림 그리는 역할뿐이 아니고 아주 다양한 부분에까지.
이것을 보고 또 생각나는 것이 있었는데, 동부 여느 대학의 합격통지를 받고 LA지역의 동창생의 저택에 초대받아 갔을 때 있었던 얘기이다. LA지역에 살고 있는 20여명이 초대받고 왔는데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스스럼없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고 무슨 공부가 하고 싶은지 발표를 하게 했을 때의 일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저주저하며 대강 이런 방향이라고 말을 하는데 한 학생은 곧 분명하게 “컴퓨터 공학”하고 얘기했다.
그러자 사회 역을 맡은 선배가 그러냐고, 그렇지만 처음부터 너무 한쪽으로 정하지는 말고 우선 열린 마음으로 탐구하는 시간도 가지라고 말해 주는 것이었다. 대학 공부는 깊이 파는 것도 필요하지만 두세 가지 부전공도 함께 생각해 보면서 폭도 넓히면 좋다고 조언해 주면서.
요즘 세상을 보면 부모시대에는 없었던 직업도 많고 또 분야 간의 경계선도 애매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세대가 아는 일정기술이나 전문직만 외곬으로 바라보고 정진하는 것보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녀교육에 임하여서 자녀들의 창의력을 가동시켜 주는데도 신경을 써주어야 할 것이다.
(213) 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