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던 개막식으로부터 시작한 북경 올림픽이 화려하게 끝났다. 우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 한국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비롯해서 이번 올림픽은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심의 여지가 없이 세계인의 머리에 각인된 것은 세계 무대에서 일등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과 저력이다.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이 올림픽을 주최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그들의 기량을 선포하고 인정 받았다면 중국은 그 전례를 뛰어 넘어 단숨에 세계의 지도국으로서의 도약을 기도하는 듯이 보인다. 중국 지식인들에 의하면 약 25년 후에는 미국과 동등한 국력을 갖출 것이고 그 이후 20년 안에는 세계 유일의 최강국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듯하다. 중국으로서는 그들이 당연한 자기들의 본연의 위치로 수 천년 간 인식해왔던 ‘중화(中華)’로의 귀환이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 특히 세계 인구의 20%에 달하는 인구로부터 나오는 인적 자원의 질을 생각할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중국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하고 극복할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선 중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모순이 있다. 그것은 중국의 현재 영토가 원나라를 제외하고는 역사 상 가장 광대한 지역을 점하고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을 외부의 민족이 침입해서 지배 할 때 그 영토는 확대되었고 한족이 중국을 회복했을 때는 중원을 둘러싼 지역으로 줄어들곤 했다. 20세기 초 손문이 “오랑캐를 몰아내고 중화를 회복한다”는 강령을 가지고 혁명을 일으켰을 때 그가 지칭하던 오랑캐 청나라의 영토는 명나라의 두 배를 상회하는 면적이었다. 그 안에는 자치, 반 자치, 독립, 반 독립 등의 체제를 갖춘 수 많은 소수 민족들의 거주지역 또는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원천적으로 ‘반제국주의’라는 사상이 건국 이념 중 하나였던 중화민국 또는 중화인민 공화국이 청나라의 제국주의 정책으로 늘어난 영토를 그대로 보전하려는 데에 있다. 뒤늦게 ‘통일적 다민족 국가’라는 개념으로 중국을 정의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그 본질적인 어색함을 감출 길이 없다.
그러노라니 이 구석 저 구석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 소수민족들의 자치 또는 독립 요구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애써 소수민족들을 특별히 보호, 우대하고 자치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실행하고 있는 것은 인해와 같은 한족의 이주를 통한 ‘인종 압도 또는 범람’을 통한 소수 민족 흡수 내지 말소정책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지역을 여행해본 사람은 이러한 실상을 안다. 과연 티베트 또는 위구르 같은 소수 민족들이 이에 묵묵히 순종하고 자기들의 정체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방관 할지, 아니면 민족 정체성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자치내지 독립을 쟁취할지가 중국이 대면하고 있는 큰 관건 중 하나다.
다음으로 중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중국인들의 격의 없는 비정직성이다. 중국인들도 언급을 꺼려하는 올림픽 체조 선수들의 나이는 차지하고라도 개막식에서 보인 비디오 불꽃놀이, 천사같이 아름다웠던 소녀의 입놀림 맞추기 노래, 한족으로 구성된 소수민족 대표 등은 중국사회 전체에 진실과 비진실의 경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그것이 그리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의 불꽃놀이를 담당한 채국강 (차이궈창 - 蔡國强)은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화가이고 조각가이다. 그러한 위상을 지닌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에 허위가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다는 것은 진실에 대한 중국인의 희미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중국 관리들의 부패, 지적 재산에 대한 비 존중성, 자본주의의 반대 개념인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주의 경제를 실행하는 모순,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격심한 빈부의 차이 등 사회의 근본 구조로부터 연원하는 문제와 모순을 중국이 어떻게 해결 할지 중국과 운명적으로 묶여 있는 우리로서는 주의 깊게 지켜 보아야 할 일이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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