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
마치 쌀 속에 돌이 하나만 있어도 집어내듯, 여행에서 돌아오니 곱게 가꾼 잔디가 잘 자라났지만 그 속에 잡초도 솟아나고 있어 당장에 일일히 손으로 뽑아버렸다. 모를 심은 후 벼가 자라는 과정에서 농부는 무더운 여름에 손으로 도사리 또는 논에 난 잡풀을 뽑는다. 이렇게 김을 매는 일은 눈이 벼에 찔리기도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 수고를 생각하면 밥을 먹을 때 쌀이 얼마나 귀중한 곡식인가 하는 것도 알게 된다.
뒷마당의 잔디에 대해서 별 수고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나는 하와이에서 시무하던 목회자가 커네티컷주에 왔다. 우선 집을 샀지만 하와이에서 겪지 못한 수고를 하게 되었다. 별로 넓지 않은 마당은 잔디 대신에 잡초가 자라나고 있을 뿐 별로 경치가 좋지 않았다. 사모와 함께 ‘탑 소일’을 사와서 흙갈이를 하고 잔디 씨를 뿌렸다. 새싹이 나오기에 하와이처럼 무성한 뒷마당을 고대했었다. 잡초가 없다는 잔디 씨라고 광고를 믿고 사온 것이 어찌된 일인지 새로 솟아나는 것은 잡초가 더 많았다.
그 후 유치원 나이의 딸을 위해서 그네가 달린 ‘시설’을 마련했더니 또다시 뒷마당은 대머리가 늘어났다고 한다.잔디는 비료와 물을 주고 정기적으로 깎아야 되지만 잡초는 심지 않아도 잘 자란다. 폭풍우가 내습하면 여러가지 곡식과 과일등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물에 잠기어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그 직후에 잡초만은 무성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잡풀과 같다. 원치 않는데도 항상 나타난다”는 표현이 있다. 흔히 대학에서 특별강연 후에는 다과를 마련하는데 가끔은 강연보다 다과를 목적으로 출석하는 학생들이 있다. “일을 잘 한 결과는 다시 할 필요가 없지만 잡초의 제거는 그렇지가 않다”라는 경험담이 있다.
거미줄, 먼지, 그리고 잡초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지런하라고 교훈용으로 조물주가 우리에게 준 것 같다. 게으른 사람의 집을 보면 이 세 가지가 풍성하다. “잡풀은 어느 땅이라도 좋아하며 게으른 사람은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흔히 목회자가 심방 오면 책장에 꽂힌 찬송가와 성경에서 먼지를 털어야 되는 교인이 있다. “성경은 좋은 책이다. 하지만 낡아지고 손때가 묻었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라는 교훈이 비록 성경에만 적용되는 표현이 아니
리라. 책은 읽을수록 그 가치가 있다.여름철에는 여러가지 잡초를 뽑고 말끔한 정원을 유지한다. 때로는 잡초를 뽑으면서 잔디까지 뽑게 마련이다. 정원일을 하다가 지렁이를 보아도 비명을 올린다. 늙으면 잡초를 뽑을 수도 없을 만큼 기력이 줄어지거나, 아니면 잡초의 뿌리가 강하게 자라난 경우도 있다. 잡초를 다루면 흔히 흙이 손톱 끝에 끼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비누를 미리 손톱 속에 문질러 두면 끝난 후에 손을 씻으면 된다. 주기적으로 거미줄 등을 제거하면서 청소를 하면 마음
도 깨끗해 진다.
원치 않는 잡초는 서리가 내려도 그대로 무성하다. 원하는 잔디보다 빨리 자라고 오래동안 견디며 씨도 많이 맺게 된다. 핀랜드 속담에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비록 잡초이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보이고, 불행한 사람은 모든 꽃도 잡초로 보인다”라는 교훈이 있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자연을 아름답게 보느냐, 추하게 보느냐를 결정한다.
서양 민들레(dandelion)도 그 번식력이 강하다. 고국의 골프장에서는 여자들이 손으로 다른 잡초와 함께 뽑는 작업을 한다. 노란꽃이 피었다가 곧바로 씨가 되고 바람에 날려 자리잡으면 또다시 잘 자란다. 어린이들이 이것을 들고 입으로 불면 멀리 날아가는 것을 즐겨 보기도 한다.
미국 식품점에서는 민들레 잎을 식용으로 판다. 잡초가 식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우리는 잡초를 싫어한다. 부지런히 제거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잡초를 통해서 얻는 교훈이 무엇인가? 언어, 풍속, 습관, 음식, 문화 등 판이한 미국에 이민온 후 정착하기까지는 여러가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야 되는 고비를 겪는다. 소수민족이기에 수고가 적지 않다. 양보와 상호 협조로 전진하고 있는 동포사회에서 행여나 나 자신이 성가시고 불필요한 잡초와 같은 존재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보는 것도 성숙하고 고매한 인격자가 실행하는 본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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