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단독입수 법원기록으로 본 한인 신분도용 사건 전모
한인 담배 밀매조직 수사중 꼬리 잡혀
수사당국, 한인 비밀정보원 동원
올 4월부터 용의자들 미행·도청
한인 등 총 27명이 기소된 담배 밀매조직 합동 단속시 수사당국에 적발된 여권 사기범(본보 19·20일자 1면 보도)들은 일리노이주 거주 한인 일당과 공모, 가짜 여권을 만든 후 이를 이용해 1건당 1,500달러의 돈을 받고 운전면허 발급을 알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사당국은 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한인으로 추정되는 비밀정보원을 동원하고 미행과 도청 등 첩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사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지난해 3월12일부터 담배 밀매사건의 주모자인 조정호(53. 일명 권영식. 애난데일 거주)를 수사해 오다 올해 4월 비밀정보원으로부터 조 씨가 사이판 출신의 ‘권영식’ 명의로 된 일리노이주 운전면허증을 제시, 주택 융자를 받으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비밀정보원은 조 씨로부터 담배 밀매를 함께 해 왔던 ‘신동영’(47. 일명 데릭. 애난데일 거주) 씨를 통해 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수사당국에 알렸다.
수사당국은 이때부터 신 씨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담배 밀매업자로 위장하면서 신 씨와 안면을 익혀 온 위장 수사요원 2명은 지난해 8월21일 훼어팩스 카운티의 한 식당에서 신 씨를 만나 ‘586’으로 시작하는 소셜 카드 5장과 ‘Jianhua Liu’라는 중국계 명의의 여권 1장이 든 흰 봉투를 넘겨받고 현금 8,200달러를 신 씨에게 전달했다.
수사당국은 소셜 카드 조회결과 중국계 주민들에게 발급되었던 것임을 확인했고 신 씨는 이렇게 발급받은 소셜 카드를 한 장당 1,500달러씩 받고 팔아왔음을 알게 됐다.
신 씨와는 별도로 여권 위조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인철(51. 일명. Xiping Yao. 알렉산드리아), 김종희(47. 일명 크리스티나. 애난데일) 씨는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이 선(42. 일명 박한동) 씨와 짜고 범행을 저질러 왔다.
이인철 씨는 지난해 10월4일 비밀정보원에게 접근, 가짜 신분증을 살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하면서 필요하면 1개 이상의 가짜 신분증을 팔수도 있다며 일리노이주에 ‘Mr. Lee’(이선)라는 또 다른 일당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 사실을 수사당국에 알린 비밀정보원은 이 씨에게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며 면허 신청에 필요한 가짜 여권 발급 의뢰와 함께 현금 3,000달러와 여권용 사진 2장을 건네줬다.
비밀정보원의 의뢰를 받은 이 씨는 다시 ‘크리스티나’(본명 김종희. 47. 애난데일) 씨에게 여권 위조작업을 부탁했고 크리스티나 씨는 일리노이 거주 이 모씨의 명의의 한국 여권에 비밀정보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사진을 부착, 가짜 여권을 제작했다.
가짜 여권이 완성됐다는 연락을 받은 비밀정보원은 10월30일 운전면허 신청을 위해 일리노이주 나일즈로 가 이 선 씨를 만나는 한편 크리스티나씨가 제작한 가짜 여권을 전달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당국은 비밀정보원의 뒤를 따라간 후 이 씨가 타고 온 차량 번호를 확인, 이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비밀정보원은 나일즈 소재 DMV에 들러 가짜 여권 등을 제출했지만 운전면허를 발급받지 않은 채 귀가하면서 이 선 씨에게 전화, “여권이 조잡해 들킬 우려가 있어 불안해 도망나왔다”는 핑계를 댔다.
이에 대해 이 선 씨는 비밀정보원에게 화를 내며 “여권 품질이 나쁜 것은 크리스티나 씨의 잘못”이라며 “돈을 주면 더 나은 품질의 여권을 만들어주고 운전면허증까지 확실하게 따게 해 주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비밀정보원은 또 크리스티나 씨에게 전화를 걸어 운전면허증을 못 땄으니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가짜 여권의 품질에 대해 이 선 씨의 불만을 옮기면서 싸움을 둘 간의 불화를 부추켰다.
이에 대해 11월30일 비밀정보원과 크리스티나 및 이 선 씨가 삼자 통화를 했으며 이 때 수사당국은 이들의 통화내용을 도청, 증거를 수집했다.
수사당국은 이같은 방식으로 비밀정보원의 협조를 받아 이인철 씨 등을 통해 가짜 소셜번호, 가짜 여권 등을 제작, 실제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던 한인들을 추적했고 그 결과 폴 박(박국원. 일명 Chun Xian Tong. 스프링필드. 융자업), 채종성(40. 일명 Fuying Zhu. 훼어팩스. 세탁업), 노영우(33. 일명 Ying shu Han. 훼어팩스), 김영수(44. 일명 Feng Ying Li. 스프링필드), 김재원(41), 지니문(32. 일명 Xianhua Sun. LA) 등을 검거하게 됐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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