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먼 길 달리는 마라톤
무리한 도전과 목표는 금물
올림픽 게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멀리 휴가 가는 대신 TV나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 밤늦게까지 응원하고 있다. 중국이 주최국의 기세로 그 어느 때보다 선전을 하고 있어서 미국은 금이나 전체 메달 수에서 밀리고 있지만 한국은 의외로 선전을 하고 있어 우리를 흥분케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올림픽 게임의 중계를 한 방송국이 독점으로 방송하게 하여 수영, 체조, 육상 등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종목만 보여 주어서 답답했었는데, 올해는 한국 방송의 케이블에서 생생하게 중계해 줘 아주 마음껏 응원하며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케이블이 아니더라도 NBCOlympic.dom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돼 미국 와서 처음으로 탁구, 유도, 양궁 등을 마음껏 보게 되었다. 응원과 해설은 빈약해서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올림픽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한국의 어린 낭자들이 브리티시 여자오픈이나 US 여자오픈 같은 큼지막한 대회들을 매주 제패하고 있었는데 그 때마다 승리를 거머쥔 당사자를 축하해 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꼭 말끝에 ‘박세리 키즈’라는 토를 달던 것이 기억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88올림픽 때 온 세계에 보인 한국의 발전상이 독일의 베를린 장막을 무너지게 한 간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하고, 10년 전 박세리가 신발을 벗어던지고 물속에 들어가 쳐내면서 US 여자오픈에 승리한 장면이 많은 소년소녀들의 마음속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서 그 열매를 지금 풍성하게 거둘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다.
세계 각지의 후진국 얘기를 들어보면 경제적으로나 시설면으로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낙후되어 있지만 그래도 그 갭이 생각보다 빨리 메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옛날에는 전선을 깔고 복잡한 배선을 하며 오늘날에 이른 서양 국가들과는 달리, 아무리 뒤진 시골산간 구석이라도 첨단장비를 무선으로 손쉽게 설치가 가능해져서 막대한 시설 설치를 할 필요 없이 곧 바로 첨단기술과 연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깊은 산간 구석에 들어가서도 마을에 인터넷이 들어가 있고 그런 매체를 통해 지금 베이징에 몰려든 세계의 모습이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심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어린아이들에 심어진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과연 어떤 열매를 맺어줄까 자못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염려되는 것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땀으로 인해 단번에 한국인의 영웅으로 부상한 박태환 선수도 “나는 그에 비하면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다”라고 겸허한 자세를 보인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얘기이다.
중국에 밀리고 또 윌리엄스 자매가 둘 다 모두 중도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미국인들에게 그나마 큰 위로가 되고 있어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방영해 주었는데, 그는 아테네 올림픽 이후 4년 동안을 매일 같이 먹고 자고 그리고 수영만 했다고 한다.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6개의 메달을 땄으니까 그 전에도 수영 일관의 인생이었을 터인데 매일 같이 1만2,000칼로리의 음식을 먹어가며 수영만 해왔다니!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즉각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러면 이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하고 지내지?” 라는 질문일 것이다.
펠프스의 경우는 여러 스폰서들이 나타나서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CF도 하고,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돈도 많이 벌 것이지만 그와 거의 같은 노력을 했지만 우승은 못한 다른 선수들은 어떤가? 또 매일 수영만 한 그의 인격과 정신적인 성장은 어떤 상태이겠는가? 올림픽의 열광이 우리기억에서 사라질 때 그 후에는 무엇을 할지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고등학교 때 플레이 때마다 울려 퍼진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의 이름도 기억나는데 그의 이름과 그 후의 행보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인생은 긴 여정이고 수영이나 미식축구 하나만으로는 다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비슷한 얘기로 필자가 대학시절에 미노루라고 하는 일본 국가대표 선수가 우리대학에서 체조선수로 활약한 적이 있다. 그 때 한여름을 아파트 룸메이트로 지냈는데 방학동안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빠지지 않고 몸을 푸는 것을 보았다. 아령과 비슷하게 생긴 손도구 하나만을 가지고 앉은 자세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루틴으로 시작해서 물구나무 선 채로 푸시업을 하고 이어서 카펫 위에서 폼멜호스 없는 폼멜호스를 하는 것으로 루틴이 끝난다. 개학 후 체육관에 가보니 매일 몇 시간을 수십 번, 수백 번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 시합 때 듣는 환호소리가 전혀 부럽지 않게 만든다.
이것은 단지 수영과 체조선수 뿐만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최경주 프로는 하루 수천 번의 스윙연습을 한다는 CF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천재는 1%가 재능이고 99%가 노력에 있다고 한다. 타고난 것은 1%인데 그것은 누구보다도 지치지 않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할 수 있는 인내와 천부적인 조건이 아닐까? 인내는 무엇에나 필요한 것이니까 따로 고려하지 않아도 만약 펠프스 같이 36센티미터나 하는 오리발이 없고, 7,000cc의 폐활량도 없는 아이에게 수영을 강요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 아이가 겪어야 할 고통은 얼마나 괴로울까!
로마서 12장에 보면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라고 한 말이 있는데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의 하나는 바로 우리 자녀가 받은 은사가 무엇인가를 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것이다(고린도전서 7:20).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도록 중용의 도를 지키면서.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