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을 상대로 대통령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봤더니 60%가 넘는 이들이 오바마 후보를 선호한다고 대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바마 후보는 사실 그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원의원일 때 이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많은 한인들이 앞으로도 아주 드물게 나타날 소수인종 대통령 후보로서의 그의 가치를 높이 인정해서 그가 당선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 경제문제와 후보 개인의 성격만 보고 얘기를 드리려 한다. 투표하시는 분마다 보는 면이 다르고, 또 대통령을 뽑는 일은 복잡한 면이 많고 여러 곳에서 말씀하는 분들이 많으니 오늘은 이 두 가지 중에서 특히 사람 자체를 보는 면에 치중하려고 한다.
사실 한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검증이 안 된 후보를 뽑아 진절머리가 난 분들이 동의하겠지만 연설 잘 하는 오바마 후보의 경우 좀 위태위태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그가 소리치는 변화에 열광하는 이들도 실제 그가 무슨 변화를 어떻게 효과 있게 가져 올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피해망상의 마음구조로 약자의 변명만 하려는 소수민족, 특히 흑인들에겐 오바마의 당선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흑인이 백악관에 있게 되면 더 이상 ‘불쌍한 나’ 와 ‘그들’이란 방정식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 알 샤프튼이나 제시 잭슨 같이 흑인들의 약자의 굳어버린 입장에 바탕을 둔 구태를 못 버리는 흑인 인사들은 지난번 사건에서 보듯이 오바마를 미워한다.
필자가 대통령 후보의 솔직성을 가늠할 때 쓰는 두 가지의 테스트가 있다.
하나는 그들이 중서부 농업지대를 가서 캠페인 할 때 농가에 대한 연방정부의 보조금 얘기를 어떻게 하는가 보는 것이다. 중서부의 표를 가져오려면 이 보조금을 계속 지속하겠다고 사탕발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색을 버리고 경제적인 면을 보면 시장의 메커니즘을 깨는 엄청난 액수의 이 보조금은 줘서는 안 된다. 지난번 아이오와에서 정부의 에탄올 보조금 얘기가 나왔을 때 매케인은 분명히 얘기했다. 보조금에는 반대한다고. 자기가 꼭 이겨야 하는 중서부에서도 그는 안 되는 얘기는 분명히 안 된다고 얘기했다. 오바마는 이 보조금에 찬성한다.
두번째 테스트는 시들어가는 공장지대, 노조들의 세력이 강한 곳에 가서 사양산업의 슬픈 현실에 대해서 후보가 어떻게 얘기하는가 보는 것이다. 점점 줄어가는 판매와 영업수익, 그리고 누적되는 적자와 노동자들의 해고. 밀려오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의 자동차와 다른 공산품들. 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정치인이 바른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매케인은 미시간에서 흥분한 얼굴의 노조원이 자기 아버지 때부터 일해 오던 이 공장이 자기 아들 때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 자동차 공장 노동자에게 분명히 말했다. 한번 사라진 이런 일자리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나는 당신 후손 때부터는 좀 더 꿈을 갖고 더 좋은 자리에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오바마는 이들의 사정에 위로하면서 수입품을 이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해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오바마는 민주당 후보답게 자유무역협정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제인들이라면 물론 매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세금을 올리고 정부지출을 늘리면서 경제를 키우겠다는 건 좀 힘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보면서 전체 경제 얘기를 하는 것이 이 칼럼의 목적이 아니다. 워낙 한인들이 오바마를 선호한다는 얘기를 듣고, 과연 각 후보의 인간됨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친한파이면서 매파요, 자유시장 경제의 신봉자인 매케인이 당선되면 한국의 안보와 자유무역협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만으로 매케인을 좋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한인들은 소수민족이면서도 민주당 내에서의 입지가 좀 독특하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 한인들의 입지를 경험해 본 이들은 흑인과 히스패닉에 밀려 전혀 힘을 못 쓰는 우리들의 세력에 좌절하는 때가 많다. 한인들의 입지는 차라리 공화당 내에서가 상대적으로 쉽다.
한 후보 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대통령 선거에서 고르게 밀어주어서 우리들의 향후 입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한 말씀 드려보았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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