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기름 고체로 바뀌는 과정서 생겨
심장병·당뇨 등 위험 높여 섭취 줄여야
‘트랜스 지방’(trans fat)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트랜스 지방 사용금지를 선언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유명 테마공원에서도 트랜스 지방이 들어 있지 않은 기름을 튀김 음식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미국 내 주로서는 처음으로 식당에서의 트랜스 지방 사용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식당에서의 트랜스 지방 사용금지는 캘리포니아에서 2010년 1월부터 발효된다. 또한 도시에서는 뉴욕,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보스턴 등 대도시들이 트랜스 지방 금지조례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이 왜 몸에 좋지 않은지, 또 포화지방, 불포화 지방은 도대체 무언지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트랜스 지방, 포화지방, 불포화지방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어떤 음식에 포함돼 있는지 점검해 본다.
나쁜 콜레스테롤 레벨 높여
혈관 막히고 뇌졸중 유발
식품 성분 라벨 살펴보고
하루 2g 이상 섭취 말
우유, 크림, 버터, 라드, 육류 등 동물성 제품에는 포화지방이 함유량이 높다.
■트랜스 지방이란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액체 기름을 고체 지방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심장병 당뇨병 비만과 관련이 깊다.
트랜스 지방은 2종류로 나뉜다. 붉은 고기, 우유, 버터, 치즈 등 동물성 제품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적은 양의 트랜스 지방과 실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게 하기 위한 인공적으로 만드는 트랜스 지방이 있다.
일반적으로 ‘해롭다’고 알려진 것은 바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트랜스 지방을 말한다. 바로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마가린, 쇼트닝과 같은 고체나 반고체 상태로 가공할 때 산패를 억제할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수소개스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전이지방이다.
고체 상태인 버터를 대신해 1900년대 개발됐다. 지방 종류를 공기 속에 오래 방치해 두면 산성이 돼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나빠지거나 빛깔이 변하게 되는 것을 산패 현상이라 말한다. 종류로는 마가린, 쇼트닝 등이 있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을 내며, 식품의 변질을 지연시키며 버터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튀김은 물론 빵, 도넛, 과자, 케익, 피자 반죽, 파이, 쿠키, 크래커와 같은 가공식품, 팬익 반죽, 코코아 분말, 팝콘, 마요네즈, 수프, 유제품, 어육제품 등 다양한 음식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사실 일반 식용유에 튀긴 것보다 쇼트닝에 튀긴 음식이 더 오래가고 더 고소한 맛을 낸다. 때문에 식당에서는 가격 면이나 맛 때문에 쇼트닝을 주로 써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은 동물성 기름인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심장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레벨을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레벨을 낮춰, 혈관이 막히고 결국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DA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미국인들인 한 해 트랜스 지방을 섭취하는 양은 약 5파운드 정도에 이른다.
최근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혈중 트랜스 지방 레벨이 낮은 여성은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3배나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얼마만큼 먹어도 되나
거의 먹지 않다시피 최대한 적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 심장학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는 일일 섭취 총 칼로리에서 1%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일일 칼로리 섭취가 2,000칼로리 정도라면 약 2g 정도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FDA에서는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서빙 당(1회 섭취량) 0.5g 미만이면 ‘노 트랜스 지방’(no trans fat) 라벨을 부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0.49까지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만약 과자나 칩에 1서빙 당 0.49정도 트랜스 지방이 들어 있다면, 2서빙(2회 섭취)이면 트랜스 지방을 거의 1g 가까이 섭취하게 된다. 하루 제한하는 양의 반이나 해당되는 것. 아무리 ‘트랜스 지방 0’인 제품인 경우라도 2회 섭취하면 벌써 1일 제한하고 있는 양의 반 가까이 섭취할 수 있으므로 라벨을 살펴보아 얼마가 함유돼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0g이라고 표기돼 있어도 성분명에 경화유(hydrogenated oil)가 들어 있다면 트랜스 지방을 어느 정도 함유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공 경화유로는 쇼트닝 등이 쓰인다.
올리브유, 홍화씨유, 해바라기씨유, 호두유 등에는 건강에 이로운 단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포화지방(saturated fat)
트랜스 지방이 부각되다 보니 포화지방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만큼이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포화지방이다. 인공적인 트랜스 지방이 아닌 자연적인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높은 음식은 포화지방도 높다. 포화지방 역시 심장질환의 위험 요소 중 하나다. 포화지방 역시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지방으로 알려져 있으며 혈관을 막히게 하는 주범이다.
우유, 크림, 버터, 라드, 육류 등 동물성 제품에 들어 있으며 오일(oil) 종류로는 코코아 버터, 팜유나 코코넛 오일 등에 들어 있다. 쉽게 말하면 갈비나 등심, 삼겹살, 버터 등 기름진 음식에 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포화지방이 높은 음식은 혈관 손상을 가져와 HDL 콜레스테롤의 혈관 보호능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의 한 임상연구 결과에서는 그룹을 2개로 나누어 당근 케익과 우유 셰익를 먹게 했는데, 한 그룹은 포화지방이 높은 코코넛 오일로 요리한 음식을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다중불포화지방(polyunsaturated)이 들어 있는 홍화유를 이용해 조리한 음식을 먹게 했다. 그 결과 포화지방이 높은 음식을 먹은 그룹에 비해 다중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먹은 그룹의 HDL 기능이 개선된 효과를 나타낸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얼마만큼 먹어도 되나
하루 전체 칼로리에서 10% 이하 섭취한다. 2,000칼로리 기준 20g 정도. AHA에서는 7%(16g) 이하를 권하고 있다.
식품 라벨에서 트랜스 지방 함유량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뉴욕이 가장 먼저 트랜스 지방 사용을 규제한 데 이어 7월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식당의 트랜스 지방 사용 금지안이 통과됐다. <사진 Dima Gavrysh/ AP>
■다중불포화 지방(Polyunsaturated fat)
지방은 크게 유제품이나 육류에 많은 포화 지방산과 식물성 기름이나 생선 기름에 많은 불포화 지방으로 나뉜다. 불포화 지방은 또 결합 형태에 따라 다중불포화 지방과 단일불포화 지방으로 나뉜다.
먼저 다중불포화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레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포화 지방을 대체할 수 있는 지방으로 사용된다. 연어 등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다중불포화 지방의 대표적인 유형.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며 염증을 조절하고 불규칙한 부정맥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홍화유, 해바라기유, 참기름, 옥수수, 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에 함유돼 있으며 넛츠나 씨앗 종류 음식에 들어 있다. 오메가-3는 연어, 고등어, 아마씨, 호두에 많이 들어 있다.
** 얼마만큼 먹어도 되나
다중불포화 지방이든 단일불포화 지방이든 불포화 지방 섭취, 즉 지방 섭취는 전체 칼로리 섭취량에서 3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일일 2,000칼로리 섭취량에서 약 40~65g 정도 차지한다. AHA에서는 심장건강을 위해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해 일주일에 2~3회 정도 지방산 함유 생선을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는 생선에는 EPA (eicosapentaenoic acid)가 들어 있어 혈관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혈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DHA(docosahexaenoic acid)는 망막과 두뇌에 좋다.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오메가-3 생선은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랜스 지방은 주로 쇼트닝, 마가린, 쿠키, 크래커, 스낵 푸드, 패스트푸드, 튀김류, 도넛, 패스트리, 케익, 가공음식 등에 첨가된다.
■단일불포화 지방(Monounsaturated fat)
역시 다중불포화 지방처럼 포화지방을 대체할 수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레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일불포화 지방으로 대표적인 올리브유는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며 심장질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일불포화 지방 음식으로는 올리브, 아보카도를 비롯 올리브 오일, 카놀라 오일, 땅콩기름 등이 있다.
또한 심장질환,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고 콜레스테롤, 복부 비만 등 대사증후군 환자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18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저 칼로리의 지중해 식단을 섭취하게 했는데, 단일불포화 지방 함유가 높은 저 칼로리의 지중해 식단을 섭취하며 과일 야채 홀그레인을 섭취한 그룹은 2년 후 대사증후군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 칼로리의 지중해 식단 그룹은 HDL이 증가했으며 중성지방과 혈당은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미 심장학회(AHA)에서 조언하는 심혈관 건강 지침
-트랜스 지방과 포화지방 섭취량을 각각 1%와 7% 이하로 줄인다.
-하루 최소 30분 이상 운동한다.
-시금치, 당근, 복숭아, 딸기 등 색깔이 짙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다. 과일주스는 해당되지 않는다. 되도록 생으로 먹는다.
-가공하지 않은 현미 같은 곡물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한다.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생선을 먹는다. 특히 연어, 송어 같은 기름기 많은 생선을 추천.
-살코기, 육류대용 채소를 선택한다.
-탈지 우유나 지방이 1%인 저지방 우유, 저지방 유제품을 선택한다.
-음료를 통한 칼로리 섭취를 최소화한다.
-염분 섭취량을 줄인다.
-술은 적당히 마신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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