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는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 중 한 명이다. 다섯 살 때부터 야구 경기장에서 빈 병을 모아 파는 사업을 시작한 그는 예일대와 옥스퍼드 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가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낸다. 1970년 그가 조지 소로스와 같이 만든 퀀텀 펀드는 향후 10년간 3,365%라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사이 미 주가는 평균 47% 올랐다.
1980년 월가를 은퇴한 그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중국 일주를 하며 1990년부터 1992년까지는 역시 모터사이클을 타고 중국을 포함 전 세계 6대주를 누비며 10만 마일을 달려 기네스북에도 오른다. 이 때 겪은 체험담을 쓴 ‘투자가 바이크 족’(Investment Biker)은 투자가들에게나 바이크 족들에게는 고전이다.
로저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999년부터 2002년 동안 특별 개조한 벤츠를 타고 아내와 세계 116개국 24만5,000km를 달렸다. 레이프 에릭슨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1,000주년을 기념, 아이슬랜드에서 여행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3년 만인 2002년 1월 뉴욕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이 때 경험을 적은 책이 ‘모험가 자본주의자’(Adventure Capitalist)다.
이 책에는 몸으로 체험한 세계의 실상과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모험담 등이 흥미롭게 실려 있지만 투자가들을 위한 조언도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사라’다. 로저스에 따르면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은 장기적으로 번영기에 접어들었으며 큰돈을 벌려면 뜨는 중국에 업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에는 살던 집을 1,500만 달러에 팔고 싱가포르로 거주지를 옮겨버렸다. 딸 해피에게는 아예 가정교사를 붙여 중국어를 배우게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07년의 아시아는 1907년의 뉴욕, 1807년의 런던과 같은 위치에 있다. 19세기를 영국이, 20세기를 미국이 지배했던 것처럼 21세기는 아시아가 지배하게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과 함께 중국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 중국의 성장에 대한 뉴스가 주종을 이루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테러와 공해, 인권, 티벳 등 소수민족 탄압, 부정적인 기사가 대부분이다. 거기다 상하이 주가 지수는 지난 1년 사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져 투자가들의 불만은 물론이고 경제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갈수록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물가와 인건비는 오르고 환경 규제는 까다로워지며 노동자 권익 옹호를 위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로저스의 견해는 확고하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에 투자할 때고 한번 중국 주식을 산 뒤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팔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 호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로저스 말에 무게가 실린다. 프랑스 소매점인 카르푸르는 작년 본국에서 판매가 고작 2.6% 는 반면 중국에서는 25%의 신장율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거의 성장이 중단된 KFC의 중국 매출은 연 25%씩 늘고 있다. 미국 500대 기업이나 베르사치, 루이 뷔똥 같은 사치품 제조회사의 수익 대부분은 지금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국 시장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카오는 최근 라스베가스를 제치고 세계 도박 시장의 수도로 떠올랐다.
지금 중국 1인당 GDP는 2,500달러지만 일찍 경제를 개방한 해변 지역 주민들의 실질 소득은 1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소득의 40%를 저축하며 중국 중산층은 2020년까지 지금의 7배인 7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세계가 불황으로 빠져드느냐 마느냐는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환경과 인권,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그 실현은 경제적 안정이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하다. 당장 배가 고픈 국민들은 독재든 공해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지금 중국이 안고 있는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등소평이 개방을 시작한 3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때보다 중국이 나아졌음을 부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온갖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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