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5월 컨티넨탈일리노이 은행이 지급불능사태에 처하자 연방예금보험공사 (FDIC)는 예금보험한도인 10만달러 뿐만 아니라 비보험예금에 대해서도 100% 보장을 해주었다. 더 나아가 예금보다 보호순위가 낮은 은행의 채권에 대해서도 원금상환을 보장해줌으로써 주주를 제외하고는 실패한 은행에 관계된 손실을 없도록 조치했다.
이 전례없는 구제에 대해 컨티넨탈은행의 감독기관의 최수장인 통화관리국장 (OCC)이 참석한 의회청문회가 열렸고 여기서 맥키니의원이 은행을 구해준 명분을 ‘망하기에는 너무 큰 은행 (Too Big to Fail)’이었다고 정리함으로써 그 이후 큰 은행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 표현이 금융계에 퍼지게 되었다.
망하기엔 너무 큰 은행이라는 개념은 간단하다. 금융계가 갖고 있는 속성 상 큰 은행이 문을 닫게 되면 은행권에 대한 불안이 올라가 다른 은행까지도 줄줄이 무너지는 도미노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은 큰 은행이 문을 닫는 사태는 어떻게 해서든 피하게 하는 것이 전체 경제를 위해 낫다는 논리이다.
일단 경제전반의 안정을 위한 큰 은행 보호정책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그 목표에 상반되는 결과 즉 금융계의 안정을 위해 큰 은행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금융계가 더 불안해지는 모순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큰 은행 보호정신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가져오는 이유는 도덕적 해이의 확대에 있다. 은행이 어려워지는데도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게 되면 어려움에 처한 은행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대출이나 투자를 하게 된다. 잘못되면 정부차원에서 망하지 않게 해줄 것이고 혹시라도 잘되면 회복을 한다는 도박심리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점점 더 큰 위험을 안다보면 손해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 마침내 문을 닫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쟁하는 은행들마저 고위험 전략에 휘말리면서 은행권 전체가 흔들리는 계기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80년대 세이빙스&론 사태는 정부가 문제된 은행들을 보호해주다 문제가 없는 은행들마저 고위험 전략에 젖어들게 해 많은 은행이 문제에 빠져 금융대란으로 연결된 대표적 경우이다. 은행권의 안정을 위한 큰 은행 보호정신이 은행권의 위험을 더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은행권의 불안을 초래하는 모순을 가져온 것이다.
따라서 은행권의 도미노 현상의 위험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위험이고 도미노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큰 은행을 보호하면 더 큰 위험으로 번지기 때문에 큰 목표를 위해 작은 타협을 한다는 정책은 언제나 도전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더 큰 위험이 온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당장 큰 경제적 불안을 가져오는 큰 은행 부도는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강하게 추진키에는 부담이 언제나 따를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자산규모 320억달러의 인디맥이 마침내 문을 닫았다. 미 금융사상 두번째로 큰 은행의 종말이었다. 지난 20년 이상 거의 구경하기 힘든 은행 앞 줄서기가 며칠씩 이어졌다. 큰 은행이라 설마 문까지 닫을까 방심하던 예금주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예금을 찾겠다고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이는 다시 불안으로 이어지고 불안은 경제의 위축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또 하나의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 불안을 피하고자 큰 은행 보호를 시도하지만 더 큰 위험이 오는 도덕적 해이의 숙제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태가 지속되다 인디맥은 일단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장은 부정적 파장이 크다. 그러나 서브프라임의 문제에 얽힌 매듭은 풀어야하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 ‘망하기엔 너무 큰 은행’의 정신은 대부분 나중에 더 큰 폭탄으로 다가온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시장경제의 책임론을 갖고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확신하면서도 당장 불안해하는 예금주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고뇌일 것이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