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같은 작은 사이즈 은행들의 주가에 대한 질문을 요즘 많이 받는다. 최근 조금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긴 하지만 그동안 작은 은행 주식 가격들이 많이 내려간 건 사실이다.
특히 여신과 경영에 대한 문제로 주류의 투자 분석가들로부터 좋지 않은 얘기를 들은 일부 은행의 주식이 거의 폭락 수준으로까지 내려가자, 그 주식을 사놓으면 언젠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 투자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한인은행 주식 가격에 대해서 필자가 말씀 드리기는 참 어렵다. 지금의 처지가 아주 객관적인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순수학자의 위치도 아니고, 더구나 은행이란 대중의 예금을 맡아 있는 곳이고 지난번 찰스 슈머 상원의원처럼 함부로 대중을 상대로 은행의 위기에 대해서 얘기하다가는 인디맥 은행의 경우처럼 말이 실제가 되어 파산의 경우에 이른 적도 있을 만큼 은행은 대중의 정신적 신뢰감이 없이는 존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경제의 제대로 된 이해는 필요하다는 명제를 앞세우고, 한인 사회의 개미들, 힘없고 약한 보통 투자자들의 위치에서 현실을 바라보고자 한다.
먼저 증권시장의 근본 원리 하나를 빌려 현실을 말씀드린다. 주식가격의 하락은, 그것도 하루 이틀의 소문에 의한 등락이 아니라 비교적 장기간의 낮은 가격은 다 이유가 있다. ‘낮은’ 가격이 꼭 ‘싼’ 가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걸 모르면 주식투자에서 번번이 돈을 잃게 된다.
주택 모기지를 대종의 비즈니스로 하지 않는 시티뱅크 같은 큰 은행들도 주가가 엄청나게 내려갔다. 그러나 증권 분석가 아무도 이 주식들을 싸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대형의 주류 은행들은 그래도 작은 커뮤니티 은행들(지역 은행들을 포함해서)이 못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 수수료 등의 수입이 있으므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에만 주로 의존하는 커뮤니티 은행들보다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셈이다. 커뮤니티 은행들은 앞으로 더욱 어렵다. 아직 부실 대출의 문제를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하고 계속 대출손실 충당금을 상당한 액수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은행 순이익을 내리고, 낮은 순이익이 앞으로의 전망을 흐려서 주가를 낮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큰 한인은행이라도 50억달러 넘는 자산규모를 가진 은행은 하나도 없다. 미 금융권에서 자산규모가 50억달러 미만이면 가장 작은 은행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신용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붐을 이루던 주택 경기가 한창일 때도 한인 은행들은 그 사이즈 때문에 홈 모기지 마켓에 잘 끼지 못했다. 그 불운이 축복이 되긴 했지만, 그런 제한된 환경에서 규모가 큰 여신을 하려면 건설부문 대출을 해야 하고 한인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상당한 부분이 콘도와 주택 건설에 쓰인 대출자금이다.
우리는 홈 모기지 대출이 적어 걱정이 없습니다란 얘기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주택건설에 쓰인 자금이라도 건설자금에 쓰인 것들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구분하는 연방 은행감독기관들의 여신분류 방법 때문에 실상은 홈 모기지인데 분류상의 차이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건설자금 대출에서의 부실률이 상당하고 은행 자체에서도 실제 앞으로 얼마나 문제가 생겨 자기 은행의 손실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앞으로 이 부분을 잘 살펴볼 일이다.
지금 현실에선 커뮤니티 은행 주식들 시장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치는 디스카운트가 현실적으로 정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인 은행들의 주가가 30프로 정도의 프리미엄으로 팔릴 가능성이 한 가지가 있다. 한국에 있는 은행 어디에서 합병 의사가 있어 한인은행 주식을 대량 사는 경우이다.
많은 헛소문들이 한인사회에 나돌고 있으나, 한국계 은행 중에서 미주 한인은행 가운데 사이즈가 상당한 은행을 실제 합병할 능력과 의사를 가진 곳은 한두 군데밖에 없고, 그나마 한국 정부의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의 민영화 움직임과 맞물려서, 본국 아닌 미주에서 대규모로 M&A를 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그리고 이쪽 한인 은행들의 이사회 특성상 그런 합병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알고 계시는 것이 개미투자자들 여러분들에겐 안전할 것이다. 투자를 조금 하고 싶은데 무슨 주식을 살지 잘 모르시면 요행을 바라지 마시고 똑똑한 투자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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