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퇴근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규정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무조건 사무실을 나섰다가는 눈치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직장인들의 퇴근 유형을 분류해 본다면 이승복형(나는 야근이 싫어요)과 갈릴레이형(그래도 나는 퇴근한다)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사라지는 이순신형(나의 퇴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머러스한 분류이지만 김구형(내 첫 번째 소원은 퇴근이요 두 번째 소원도 퇴근이요 세 번째 소원도 퇴근)에 이르면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 없는 퇴근을 꿈꾸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한국 직장의 퇴근문화를 기사로 다뤘을까 싶다. 한국에서 오후 6시 ‘칼 퇴근’은 승진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근로자들이 연 2,357시간으로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유달리 근면해서가 아니라 상사 눈치를 보는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시간은 최고인데 생산성은 최하인 것이 이것을 말해준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적이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국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서머타임 도입 논의가 또 다시 일고 있다. 그런데 찬성론자들의 논거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인데 비해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인접국인 일본·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금 궁색해 보인다. 특히 “서머타임을 실시하게 되면 벌건 대낮에 퇴근해야 하는데 한국 직장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 이르면 실소가 나온다.
퇴근만이 아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몸이 아파도 꾸역꾸역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에 모습을 보인다. 규정에 따른 퇴근과 결근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직장생활의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직장들이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직장문화가 좀 더 선진화 돼 있다는 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올 들어 미국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아파도 출근하는 미국 근로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 공영라디오(NPR)가 하버드 대학 등과 함께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몸이 아파 결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출근했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응답자들은 이런 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월차휴가가 있었음에도 출근했다고 응답해 결근에 따른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상당함을 보여주었다.
출근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통상 2주정도 유급휴가를 받는데 이것을 다 쓰는 사람은 절반정도이다. 눈치 때문에, 혹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유럽과 비교해 볼 때는 쥐꼬리에 불과한 짧은 휴가조차 다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직장에 모습을 보이고 책상 앞에 붙어 있을 때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직장인과 고용주 모두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런데 씹다 붙여 놓은 껌처럼 책상 앞에 오래 붙어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능률과 열심을 뜻하지는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공무원들에게 일찍 출근하라고 다그쳐 ‘얼리버드 운동’이 일어났지만 결과는 ‘어리버리’로 끝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외교부 등 공무원들에게 점심시간 1시간을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감사원이 준수 여부를 확인한답시며 스탑워치를 들고 설쳤던 것은 압권이었다.
스탑워치를 들고 설친 결과 외교부 직원들의 눈치 보기는 자심해졌지만 정작 ‘미 연방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 지정 지역’으로 규정하는 동안 이것을 눈치 챈 외교부 직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직원들의 근무 행태에 대한 고용주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상호 신뢰회복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한 대단히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하다. 몸이 아플 때 결근하는 ‘앱센티이즘’(absenteeism)보다, 아픈데도 무조건 출근하는 ‘프리젠티이즘’(presenteesm)으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손실이 600억달러 더 많다는 조사도 있고 보면 아플 때 쉬어주는 직원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요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는 말이 유행이다. 경직된 근로문화에 대한 반성이자,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고 쉬어야 할 때는 확실히 그럴 줄 아는 사람이 인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고용주에게 ‘노는 놈’이 어쩌고 ‘앱센티이즘’이 저쩌고 하면서 너무 나대지는 말기를. 자칫 볼륨 조절을 잘못했다가는 “그럼 집에서 실컷 쉬라”는 통고가 곧 바로 돌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직장인들에게 퇴근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규정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무조건 사무실을 나섰다가는 눈치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직장인들의 퇴근 유형을 분류해 본다면 이승복형(나는 야근이 싫어요)과 갈릴레이형(그래도 나는 퇴근한다)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사라지는 이순신형(나의 퇴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머러스한 분류이지만 김구형(내 첫 번째 소원은 퇴근이요 두 번째 소원도 퇴근이요 세 번째 소원도 퇴근)에 이르면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 없는 퇴근을 꿈꾸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한국 직장의 퇴근문화를 기사로 다뤘을까 싶다. 한국에서 오후 6시 ‘칼 퇴근’은 승진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근로자들이 연 2,357시간으로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유달리 근면해서가 아니라 상사 눈치를 보는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시간은 최고인데 생산성은 최하인 것이 이것을 말해준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적이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국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서머타임 도입 논의가 또 다시 일고 있다. 그런데 찬성론자들의 논거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인데 비해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인접국인 일본·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금 궁색해 보인다. 특히 “서머타임을 실시하게 되면 벌건 대낮에 퇴근해야 하는데 한국 직장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 이르면 실소가 나온다.
퇴근만이 아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몸이 아파도 꾸역꾸역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에 모습을 보인다. 규정에 따른 퇴근과 결근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직장생활의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직장들이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직장문화가 좀 더 선진화 돼 있다는 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올 들어 미국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아파도 출근하는 미국 근로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 공영라디오(NPR)가 하버드 대학 등과 함께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몸이 아파 결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출근했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응답자들은 이런 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월차휴가가 있었음에도 출근했다고 응답해 결근에 따른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상당함을 보여주었다.
출근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통상 2주정도 유급휴가를 받는데 이것을 다 쓰는 사람은 절반정도이다. 눈치 때문에, 혹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유럽과 비교해 볼 때는 쥐꼬리에 불과한 짧은 휴가조차 다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직장에 모습을 보이고 책상 앞에 붙어 있을 때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직장인과 고용주 모두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런데 씹다 붙여 놓은 껌처럼 책상 앞에 오래 붙어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능률과 열심을 뜻하지는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공무원들에게 일찍 출근하라고 다그쳐 ‘얼리버드 운동’이 일어났지만 결과는 ‘어리버리’로 끝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외교부 등 공무원들에게 점심시간 1시간을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감사원이 준수 여부를 확인한답시며 스탑워치를 들고 설쳤던 것은 압권이었다.
스탑워치를 들고 설친 결과 외교부 직원들의 눈치 보기는 자심해졌지만 정작 ‘미 연방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 지정 지역’으로 규정하는 동안 이것을 눈치 챈 외교부 직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직원들의 근무 행태에 대한 고용주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상호 신뢰회복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한 대단히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하다. 몸이 아플 때 결근하는 ‘앱센티이즘’(absenteeism)보다, 아픈데도 무조건 출근하는 ‘프리젠티이즘’(presenteesm)으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손실이 600억달러 더 많다는 조사도 있고 보면 아플 때 쉬어주는 직원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요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는 말이 유행이다. 경직된 근로문화에 대한 반성이자,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고 쉬어야 할 때는 확실히 그럴 줄 아는 사람이 인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고용주에게 ‘노는 놈’이 어쩌고 ‘앱센티이즘’이 저쩌고 하면서 너무 나대지는 말기를. 자칫 볼륨 조절을 잘못했다가는 “그럼 집에서 실컷 쉬라”는 통고가 곧 바로 돌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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