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증상 없는데…” 방심하다간 큰일
뇌졸중. 노년층에서 무서워하는 질환 중 하나다. 더구나 평생 마비가 온 적도 없고, 어디 아픈 곳도 한 번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담당 주치의가 ‘뇌졸중으로 진단된다’고 한다면? 청천병력 같은 소리라고 느끼기보다는 담당 주치의가 뭔가 잘못 진단한 것이 아닐까 의아해 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 아무 증상이 없는 이른바 ‘무증상 뇌졸중’(silent stroke)은 위험하다. 말 그대로 아무 증상이 없는 뇌졸중이다. 증상이 없는 만큼 너무나 위험하다. 무증상 뇌졸중을 방치하면 후속으로 뇌졸중이 찾아올 수 있으며, 어느 순간 생명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목숨은 건져도 인지능력에 손상을 일으킬 소지가 매우 높다. 생소하지만 찾아올 수 있는 ‘무증상 뇌졸중’에 대해 알아본다.
마비·통증 등 ‘신호’ 없어
방치하면 목숨 잃을수도
노년층 10명중 1명꼴 발병
고혈압·부정맥 환자에 많아
의심나면 MRI검사 받아야
#‘무증상 뇌졸중’ 미국 노년층 10명 중 1명꼴
‘무증상 뇌졸중’이 위험하다.
아무 증상이 없었거나 즉각적인 어떤 경고 사인을 못 느꼈는데도 무증상 뇌졸중이 찾아왔을 수도 있기 때문. 지난달 미 심장학회에서 발간하는 저널인 ‘스트로크’지에 발표된 보스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평균 연령 62세의 2,040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는 11%나 무증상 뇌졸중으로 인한 뇌 손상이 발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무증상 뇌졸중 역시 뇌졸중이다. 눈에 띄는 증상이 없이도 발병하는 뇌졸중이다. 연구팀에서는 한쪽 얼굴 마비증세, 눈이 침침해 지거나(한쪽 눈 또는 두 눈 모두), 몸의 중심을 못 잡고 걷기가 어려워지는 증세 등 뇌졸중의 대표적인 증상들이 눈에 띄게 심하지 않고 아주 경미해 환자가 증상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뇌혈관은 막혀 뇌기능 손상은 발생하는 것.
무증상 뇌졸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뇌졸중이 갑자기 찾아올 확률이 매우 높고, 뇌손상으로 정신기능 손실도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는 뇌졸중 병력도 없었고, 뇌졸중을 말해 주는 증상이 있었던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무증상 뇌졸중으로 진단된 사람들의 콜레스테롤 레벨, 뇌와 목으로 가는 경동맥의 두께 여부 등을 함께 조사했다.
연구결과 부정맥을 앓고 있는 경우, 고혈압 환자 역시 무증상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았다. 또 아미노산 호모시스테인 혈중 농도가 두드러지게 수치가 올라간 경우 역시 무증상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증상 뇌졸중 역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무증상 뇌졸중을 빨리 발견하면 더 심한 뇌졸중으로 진행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뇌졸중의 위험요소와 무증상 뇌졸중 위험요소는 같다. 50대 이후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졌다면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MRI(자기공명 영상촬영) 검사를 선뜻 택하기는 쉽지 않다. 또 MRI 검사를 모든 사람이 꼭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50세 이상으로 당뇨병 또는 고혈압이 있거나 뇌졸중 가족력이 있었던 경우, 흡연, 비만,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는 검진을 고려해 볼만 하다.
기억력·사고력 감퇴 보이기도
50대 이후 성인병·가족력 있으면 주의
평소 콜레스테롤·혈압 등 꼼꼼히 체크
뇌졸중으로 환자가 쓰러지면 우선 환자를 편안하게 눕히고 넥타이나 벨트 등 몸을 죄는 것을 풀어주고, 즉시 병원으로 옮기거나 911을 부른다.
▲증상은 없지만 뇌에는 손상이
무증상 뇌졸중의 경우 환자는 뇌에 손상이 생겼는지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다른 이유로 검사를 하다가 뇌촬영 검사나 정밀검진 결과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는 죽었지만 다행히 죽은 세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미세한 부분이라 마비 등 뇌졸중 증상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에는 건강한 사람과 다르지 않다. 또 병원에서 ‘무증상 뇌졸중’을 진단받아도 반신반의하게 된다.
하지만 평소 숨이 차거나 기억력, 사고력 등이 조금씩 떨어지는 경우 무증상 뇌졸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50대 이후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뇌졸중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 무증상 뇌졸중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고, 치매 등 인지능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실 마비나 언어장애 등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으면 이미 뇌졸중이 진행된 경우도 많다.
▲무증상 뇌졸중 vs 미니 뇌졸중
보스턴 대학 연구팀의 수다 세샤드리 박사는 “무증상 뇌졸중(silent stroke)과 일과성 허혈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 TIA)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과성 허혈발작’ 역시 ‘미니 뇌졸중’으로 불린다. 갑자기 한쪽 팔, 다리 저림 증세,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몸의 균형 잡기가 어려워지는 등 뇌졸중 증세가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금방 회복된다. 순간적으로 뇌 기능 손상이 생기며, 대개 증상이 나타나지만 1시간 내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몇 시간에서 24시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과성 허혈발작(미니 뇌졸중)은 일시적인 마비나 발음장애,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 일반 뇌졸중 증상과 같다. 다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무증상 뇌졸중은 말 그대로 증상이 없다. 또 두 가지 모두 환자들은 뇌졸중의 전조 증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쉽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뇌졸중의 경고 사인이 되므로 전문가들은 뇌졸중의 위험요인인 콜레스테롤 레벨, 혈압, 비만 및 흡연여부 등과 함께 주의 깊게 사전에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CDC에서 조언하는 뇌졸중 예방법
-당뇨병, 고혈압을 미리 예방한다. 당뇨병, 고혈압 환자는 평소 관리를 철저히.
-담배는 끊는다.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관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지 않도록 예방한다.
-부정맥을 치료한다.
-과다한 음주를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건강한 체중을 유지한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매일 30분씩 운동한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
50대 이후로 뇌졸중 위험인자를 갖고 있고 가족 병력이 있는 경우, 흡연 및 비만 여부 등에 따라 주치의와 상의해 MRI 검진을 받아볼 것이 추천된다.
폐경기 여성 발병 확률, 남성보다 2배 높아
UCLA 대학 연구팀이 최근 신경학 저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45~54세 여성은 뇌졸중 발병 확률이 남성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성인 남녀 1만 5,300명을 조사한 결과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혈류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뇌혈관은 혈전에 의해 막혀 증상이 나타나는 것.
뇌졸중은 미국 내 사망원인 3위에 랭크돼 있다. 또한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폐경기에 들어선 중년 여성은 여성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했다.
▲뇌졸중의 위험 요소
-노년층
-당뇨병 환자
-고혈압 환자
-흡연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뇌졸중의 증상
-팔, 다리, 얼굴 등의 갑작스런 마비 증상. 특히 한쪽만 그런 경우. 갑자기 한쪽 팔, 다리 얼굴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 두 눈 모두 시야가 흐릿한 경우. 또는 물체가 2개로도 보인다.
-걷기 불편함, 어지럼증, 균형 상실, 몸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경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하기에 문제가 생긴 경우
-원인 불명의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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