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제구역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북한관광의 잠재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에 따라 미주 한인들의 북한 방문이 늘어날 것인 만큼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경각심이 요구된다.
사실 북한 관광사업은 현대와 북한의 아태평화 위원회가 추진, 계약한 민간 기업끼리의 사업이다. 정부단위 사업이 아니기에 문제 발생 시 북측이 한국정부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올 가능성이 적어보이며 국제법상 효력도 의문시된다.
따라서 당국 간 정부보증 차원의 공신력을 충족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저들의 횡포는 대단했다. 1999년 1월 현대가 매월 입금하던 2,500만 달러의 미입금을 이유로 금강호의 장전항 입항을 거부했고, 그해 5월에는 인도양에서 발생한 현대상선 ‘두크호’와 북한상선 ‘만폭호’ 충돌 사건에 현대가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관광선의 입항을 거부, 관광객 645명이 13시간이나 배안에서 머물러야 했다. 현대는 추후 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나는 2년 전 금강산을 관광했는데, 저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관광 세칙을 근거로 관광객에 대한 횡포 또한 대단하다. 조금이라도 말을 잘못했다가는 조사한다는 이유로 신병을 억류하고, 암벽에 새겨진 글귀를 비난했다고 쫓겨나기도 하며, 사진 잘못 찍었다고 필름을 압수하고, 철조망 밖의 어린아이를 보고 안타까워 먹거리라도 주면 쓰레기를 버렸다고 벌금을 물린다.
오가는 버스 안에서 노래와 반주는 허용되지만 ‘굳세어라 금순아’ ‘가거라 38선아’ ‘꿈에 본 내 고향’등 71개 곡은 금지곡이다. 그 외에도 각양각색의 규제가 있어 북한 땅에 들어서면 관광세칙은 그야말로 ‘정신 바짝 차리기 관광세칙’이다. 이번에 사망한 관광객은 말하자면 이 정신 바짝 차리기 규칙에 위배돼 희생된 것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이 ‘묻지 마 관광세칙’에 포함된 범칙금을 보면 화물검역지장초래(40원/18달러),관광객 금지물품 휴대(200원/92달러), 담배꽁초 휴지 버리기(50원/23달러), 노상방뇨(40원/18달러) 자연풍경 역사유물 유적훼손(1,000원/460달러), 독성물질 바다에 버리기(건당 6,000원/2,764달러), 승인 없이 관광선 위치변경(2,000원/921달러)등 지켜야할 항목이 많아 외우기조차 힘들다.
저들의 억지는 그 뿐이 아니다. 지난 98년 1차로 보낸 소떼 500마리 중 71마리가 죽었다고 하면서 이는 안기부와 통일부가 불순물을 먹인 결과라고 하였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대북 지원식량 15만톤을 싣고 청진항에 정박 중인 식량운반선에 대해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게양하게 하는 등 주권 침해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만 금강산은 세계적 관광명소이고, 지금은 물론 통일 이후에도 거시적으로 그자원은 개발되어야 하므로 관광 사업은 하루속히 복원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대와 계약된 2030년까지의 한시적 금강산 개발 독점권을 극복하는 전략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의 개선 없는 개성관광도 중단할 수 있음을 밝히고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키로 의결된 71억의 지출도 보류하고 세계 식량기구를 통한 양곡지원도 중단할 것을 검토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하여 금강산 및 개성관광에 대한 남북공동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남한 당국자의 북한 상주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말을 했다.
이는 지난날 통일원 장관의 실익 없는 소리로 개성공단 상주 공무원이 한밤중에 쫓겨난 사실을 그 사이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금강산에 이어 개성관광까지 중단하려면 엄청난 돈을 들인 것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적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백두산, 중국인들이 부르는 창바이산 기슭에는 미국 호텔체인이 들어선지 오래이다. 아울러 창바이 공항이 완공되어 우리의 영산 백두산 관광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고, 양안 분열 후 60년 만에 국공영수회담으로 중국과 대만의 직항로가 열리고 있는 주변국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봄직하다.
차제에 북한도발을 두고 동포사회가 서로 비난하고 반목하기 보다는 보수나 진보나 함께 열정을 모아 주재국의 대북정책을 살피며 이명박 정부가 남북실리를 위한 효율적인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성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병창
한미 평화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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