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워런 버핏을 좋아한다. 그의 명석한 투자 마인드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26년 전 처음 그의 투자 철학을 알고 난 이후부터 그의 인간됨을 좋아해 왔다. 그는 누구에게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뒤에 실수할 걱정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 독자 여러분들 중 아직 이 사람을 모르는 분에겐 소개해 봤자 별로 이 유명한 투자자를 알 수도 없고, 그 이름을 아시는 분들에겐 소개가 필요 없겠다.
몇 년 전 한국의 이건희씨와 워런 버핏을 비교하는 칼럼을 쓴 적도 있는데, 이건희씨가 그걸 한번 잘 생각해 봤더라도 지금 아들과 함께 같이 법정에 서게 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는 걸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하는 때도 있다. 감옥 가는 것을 걱정하는 이와 eBay에서 그와의 한번 점심을 할 기회를 자선기관에서 주선한 경매가 2003년의 25만달러에서 올해의 210만달러로 오른 인기를 가진 그가 가진 가장 큰 차이가, 한국과 미국, 한국의 재벌과 미국의 큰 재산가의 차이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 드리는 얘기는 가급적 독자 여러분들 중 투자회사를 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셨으면 한다. 왜 그런지 물으시지 말고 그저 이 칼럼을 안 보시는 게 좋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과 프로테제 투자회사간의 내기가 재미있게 된 것은 주식시장이 공식적으로 bear 마켓이 된 지금 특히 펀드 투자자문과 거기에 따른 커미션 등 경비의 문제가 오늘 얘기의 주요 이슈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들이 골라 뽑은 몇 개 펀드에서 오는 투자수익이 앞으로 10년간 시장의 평균을 대변하는 S&P 500를 앞설 수 있느냐 하는 게 내기의 초점이다.
워런 버핏의 얘기는 이렇다. 다수의 똑똑한 이들이 증권시장에서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평균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을 벌 수 있다고 투자 전문가가 된다. 그런데 덜 똑똑한 보통사람들은 물론 전체적으로 보아서 평균수익을 올린다. 그것이 평균이란 것의 정의가 아닌가. 이 평균이란 수익이 모이면 우리가 보고 있는 주가지수를 모은 시장펀드의 수익이 된다. 그러니까 나머지 전문 투자자들도 보통 평균 수준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그들은 이 보통 수준의 투자수익에 대해서 많은 투자관리 비용을 쓴다. 투자 전문가들의 커미션도 물론 이중에 포함된다.
그러니까 이들의 경비를 전부 빼고 나면, 투자 전문가들의 수익을 전부 합친 것이 시장평균 투자자들의 수익보다 적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이 투자경비란 것이 만만치가 않다. 연간 부과하는 정기 관리비용 이외에도, 업적에 대한 비용, 증권매매 비용 등등, 모두가 상당한 액수인데, 헤지펀드의 경우에는 이 투자펀드들의 비용에 덧붙여서 펀드들의 펀드에 대한 이중 요금까지 부담시키니까 많이 똑똑한 이들이 한번 두번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시장평균을 초과하는 업적을 낼 경우에만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 투자자들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지는 얘기가 된 것이, 우리 보통사람들 중에서도 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다른 사람이 아닌 투자회사를 하는 워런 버핏이 그렇게 얘기를 하니 투자 펀드들이 당황스러워진 것이다. 그래서 프로테제 투자회사에서 펀드들의 십자가를 지고 내기에 응하게 된 것인데, 이 회사 간부들의 반박논리는 이렇다. S&P 500 기금 전체를 투자회사 편으로 보면 그의 얘기가 옳으나, 헤지펀드가 이 기금 전체와 같은가. 우리는 투자 펀드들 중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기록해온 펀드들이다. 일반시장의 등락에 영향 받지 않고, 장단기 전략적 투자를 신속하고 신축성 있게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시장평균(투자경비를 이중으로 부담하더라도)을 웃도는 업적을 낼 테니까 두고 보라.
이들의 내기는 2008년 1월1일부터 10년 뒤인 2017년 12월31일까지의 기간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워런 버핏의 고령의 나이를 감안해서, 그의 사후에도 내기 금액인 100만달러가 그들이 지정하는 자선기관에 기부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 내기를 중립적 입장에서 관리할 기관까지 지정해 놓고 기금까지 납부된 상태다.
필자는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가. 독자 여러분들이 물으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투자에 관한 한, 워런 버핏 쪽에 베팅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제가 배워온 리스크 관리 상식에 비추어 위험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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