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김씨(왼쪽)는 레드캣 갤러리 디렉터 임명과 동시에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인설치미술가 양혜규 개인전을 열게 되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밝혔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내 칼아츠가 운영하는 ‘레드캣’의 갤러리 디렉터로 임명된 클라라 김씨.
월트디즈니 콘서트홀내 레드캣
갤러리 디렉터 클라라 김
레드캣(REDCAT)의 갤러리 디렉터에 클라라 김(33)씨가 공식 임명됐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내 칼 아츠(CalArts)가 운영하는 레드캣은 주은지 전 디렉터가 뉴욕 맨해튼의 뉴 뮤지엄(New Museum)으로 옮겨간 후 갤러리 디렉터 자리가 1년가량 공석이었다. 그 동안 큐레이터 클라라 김씨가 디렉터 대리(acting director)를 맡아 전시기획 및 갤러리 운영을 총괄해왔고, 칼아츠는 세계 각국에서 날아드는 지원서들을 심사해야 했다. 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지만, 레드캣을 이끌어나갈 갤러리 디렉터로는 그녀만한 적임자가 없었다고 한다. LA에서 손꼽히는 혁신적인 갤러리, 실험예술을 꽃피우는 ‘상상력 공장’이라고 불리는 레드캣의 갤러리 디렉터이자 큐레이터인 클라라 김씨를 만났다.
5세때 미 이민 UC버클리 ·시카고 대학원 졸업
2003년 개관이후 큐레이터 거친 예술계 마당발
디렉터로 첫 프로젝트 양혜규씨 설치미술전 개최
현대미술은 동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양상을 띠고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모두 공유할 수 있어요.”
돈이 되는 예술보다는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갤러리 레드캣에서 만난 그녀는 늘 그렇듯 친근하면서 당당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갤러리 디렉터에 임명된 소감을 물으니 “업무상 달라진 것은 없지만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고 답했다.
클라라 김씨는 2003년 레드캣 개관부터 어시스턴트, 어소시에잇 큐레이터를 거쳐 갤러리 디렉터에 오른 마당발 큐레이터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은 물론이고 떠오르는 영 아티스트들을 섭렵하고 있고,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관들과 예술가 후원재단들 등 현대 미술계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언니 둘과 여동생 네 딸이 모두 위트니고교와 UC버클리를 졸업했어요. 큰 언니가 심리학자이고 둘째 언니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 씽크탱크(Thinktank)에서 일하고 있죠. 여동생은 변호사에요.”
가족 소개를 하면서 자기 혼자 돌연변이로 예술계에 몸담고 있다고 웃음 짓는 그녀는 세리토스에서 일식당을 운영해온 김영조·옥선씨의 셋째 딸이다. 5세 때 미국 이민을 왔고, UC버클리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시카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미네아폴리스 워커 아트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의 외래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레드캣에 정착(?)했다.
“아트 페어나 갤러리 등 미술 시장이 부흥하면서 아트 스쿨이 비즈니스 스쿨화 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예술 그 자체보다 상업적 가치를 따지게 됐죠. 또, 아트 마켓이 활황을 이루다보니 아티스트들의 기대치는 높아져가요. 미술시장의 부흥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속도가 빨라지면서 갑자기 유명해진 영 아티스트에 대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고요.”
독일 유학파인 유럽 미술계 핫 아티스트 양혜규씨 개인전 2년간 준비
미개발된 장소서만 느껴지는 특정한 휴식 표현… 직접 관람해야 공감
비영리기관인 ‘레드캣’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디렉터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는 그녀. 혁신성을 추구하는 레드캣 갤러리 디렉터로 유망 작가의 전시회를 기획·진행하는 프로젝트보다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이 LA에 머물면서 마음껏 작업하고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싶다고 강조한다. 학교와 사회의 지속성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특성,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을 창조하는 도전의식을 비평적으로 행할 수 있는 비영리기관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그녀가 지금껏 마음속에 품어온 사명이기 때문이다.
8월24일까지 레드캣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설치미술가 양혜규씨가 그녀의 작품 앞에 서 있다.
전시회에 어떤 작가가 초대되는지의 여부도 여부지만, 큐레이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시대 아닌가. 현대의 전시는 큐레이터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대한 또 하나의 작품이고,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소개될지가 큐레이터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클라라 김 레드캣 갤러리 디렉터의 임명은 한인 아티스트들에게 고무적일 수 있다.
“미국 내 유명 미술관에 한인 큐레이터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뉴욕 맨해튼 뉴 뮤지엄 주은지 큐레이터, 워커 아트센터 정도련 큐레이터, LA카운티 뮤지엄 김현정 큐레이터 등이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작가들이 미국에 소개되는 기회가 점점 늘어날 테니까요.”
레드캣 갤러리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공교롭게도 첫 프로젝트를 장식한 한인 설치미술가 양혜규 개인전은 클라라 김씨가 2년에 걸쳐 준비한 전시이다.
양혜규씨는 독일 베를린과 한국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를 오가며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망 작가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우연과 운명의 오묘한 조합’으로 인해 독일 유학을 떠났다는 양씨는 현재 유럽 미술 시장에서 ‘핫’한 아티스트이다. 2008년에만 LA와 런던, 함부르그, 프랑크프루트, 빌바오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고 카네기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독일, 스위스, 멕시코,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위스 등지에서 그룹전을 갖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직접 관람하지 않으면 그 특별한 경험을 느껴볼 수 없는 전시이다. 레드캣에서 열리고 있는 ‘양혜규: 비대칭적 균형’(Haegue Yang: Asymmetric Equality)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각 다른 블라인드와 전선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선풍기와 히터가 마주본 채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다. 곳곳에 무뚝뚝하게 생긴 조명이 설치되어 블라인드 사이로 벽을 향해 빛이 움직이고 있고 한쪽 벽에는 거울들이 그 빛을 반사하고 있다. 도대체 사진을 보는 것으론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천천히 움직이는 빛과 반투명하게 비물질화된 블라인드의 조합이 가져오는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길 원합니다. 공간 안에서 느끼는 바 그 이상이 없어요. 작품이 내포하는 메시지는 하나가 아니라 미끄러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공간 안에 섰을 때 각자가 갖는 느낌이 정확한 작품 해석인거죠”
미개발된 장소에서만 느껴지는 특정한 휴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학교 수업을 땡땡이친 후 느끼는 쾌감, 가난 속에 맛본 한 끼 식사의 특별한 포만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레드캣 갤러리로 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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