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를 계기로 한국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위를 보면 한국 사람들의 반미감정이 극도에 달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더구나 그 시위가 평화적인 한계를 넘어 폭력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더욱 그렇다.
내가 한국 한동대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와 만난 많은 분들이 ‘촛불시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미국에 사는 동안 쇠고기를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의 반미감정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 그 분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이러한 것들이었다.
내가 볼 때도 한국의 촛불시위는 좀 도가 지나치다. 일부 국민들의 의사표현은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쇠고기 수입 문제를 지나 이기집단들이 자기들 이익에 반하는 정부정책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으니 말이다.
이 일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대처하는 방법이 한심스럽긴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시위를 벌이는 국민들과 소통하며 해결했어야 했다. 청와대에 숨어 ‘불법시위’에 대해 법대로 엄벌하겠다는 엄포보다는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의 반미정서가 고조되어 가고 있다는 추측은 좀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가 지난 3월 17일부터 4월21일까지 전 세계 24개국의 국민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화 인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인들은 응답자가운데 70%가 미국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응답하여 세계 최고위를 차지했다. 폴란드(68%), 인도(66%), 탄자니아(65%), 나이지리아(64%) 등이 한국을 뒤따랐다. 미국의 가장 우호적인 국가로 알려졌던 일본은 11%, 미국과 국경을 같이하고 있는 멕시코는 9%에 그쳤다. 한국은 작년보다 12%가 올라 대미 우호도에 있어서 정상을 달리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본격적으로 일기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결과에 문제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두 여중학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을 거두었을 때 일어났던 촛불시위로 한국 사람들의 반미감정은 최고조를 이룬 것처럼 보였다. 지난 8년 동안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진보개혁사상이 풍미했던 점을 감안하면 반미감정은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의 대미우호도가 증가해왔다는 통계는 어느 정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러면 촛불시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과연 한국 사람들의 여론을 대변한다고 봐야하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앞날을 걱정한다. 촛불시위로 나타난 표면의 양상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 폭력시위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런대로 성숙해 있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나라가 된 것이다. 미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의사표시 바로 그것이다. 오히려 이 촛불시위로 인해 미국은 한국을 좀 더 잘 이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않았겠는가.
또 하나의 미국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지난 3월11일~14일에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22개 국가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60%로 9위, 북한은 12%로 거의 하위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캐나다로 92%, 영국이 82%, 독일이 69%, 일본인 65% 다음으로 한국이 들어갔다.
미국인의 한국 선호도 60%와 한국인의 미국 선호도 70%를 비교해 보면 미국인이 한국보다는 한국인이 미국을 더 선호한다는 결과이다. 이러한 통계의 결과를 얼마나 객관화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한미관계가 그 어느 외교관계보다 두텁다고 보면 지나친 판단일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우호적인 대미정서를 헛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그런 한국 사람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었으며 그가 속한 한나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는 모든 역경을 꾹 참고 이 난관을 이겨나가 모처럼 회복된 한미우호관계를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
허종욱
한동대 교수
johnhugh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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