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매년 하버드대학의 주택연구센터에서는 미국 주택시장의 상황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2008년 연구보고서는 현재 진행 중인 주택슬럼프가 최악의 상태로 향후 쉽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주택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이자율과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다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이번의 경우에는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foreclosure)가 크게 급등하고 있으며 모기지 융자 시장의 여건 역시 현저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시장이 쉽게 회복되어질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하버드대 보고서에서 나타난 주요사항은 다음과 같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신용경색(Credit Crunch)에 따라 주택매매는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주택경기의 침체에 따른 여파는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어졌다. 즉 금융 및 주식시장의 위기를 야기시켰으며 특히 주택가격의 하락은 융자 및 가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경기둔화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주택관련자산(Home Equity)은 2007년 9조6,000억달러로 6.5%가 감소했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면서 가계소비는 0.5% 감소했고 경제성장률의 경우 0.3%가 둔화되는 일이 발생했다.
·2003~2005년 주택가격은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2006년의 경우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비용으로 사용하는 가구 수는 총 1,770만에 달했다.
·모기지 융자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005년 및 2006년에는 신규융자의 20%를 차지했으나 지난 2007년 4분기에는 불과 3.1%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며 이자만 내는 인터레스트 온리(Interest-only)나 최소금액만 상환할 수 있는 페이옵션(Option ARM) 모기지는 2006년 19.3%에서 10.7%로 줄어들었다.
주택시장이 안정되려면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과다한 주택재고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주택신축이 크게 감소하면서 신규주택의 공급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재고는 여전히 지나치게 과다한 상태이다. 하버드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주택공실률은 2.8%에 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물로 나와 있는 비어 있는 주택은 약 80만채가 과다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이처럼 주택재고의 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게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주택가격으로 인해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주택시장의 상황은 주택소유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요구한다. 지난 2005년 한때 주택소유율이 69%까지 치솟도록 만든 것은 ‘주택소유’를 부(富)를 창출시키는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소위 ‘주택신드롬’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자칫 우물쭈물하다가는 주택 장만의 기회가 영원히 주어지지 않으며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집단 심리를 말한다. 이러한 집단 심리를 뒷받침해주면서 주택 소유율을 급등토록 만들었던 것은 서브프라임모기지와 인터레스트 온리(Interest-only), 페이옵션(Option ARM) 모기지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foreclosure)가 급등하면서 주택소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역기능적인 폐해를 양산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만들고 있다. 주택구매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주택구매란 마치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버블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약 2,200만명 이상이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의 붕괴와 함께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자 현재 약 1,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주택가치보다 오히려 모기지 융자액이 더 많은 이른바 네거티브 에퀴티(Negative Equity)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니 주택소유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는 지나치게 혹독하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마이너리티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2008년 1분기까지 약 300만명이 모기지 융자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들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얻었을 확률이 매우 높으며 이에 따라 주택압류를 당할 가능성 역시 매우 높은 실정이다.소유한 주택을 빼앗기고 다시 임대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주택 장만의 꿈이 깨어지는 것 이상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통이 수반된다. 무리한 주택구매에 따른 부채의 급등으로
재정적으로도 허덕이게 될 뿐만 아니라 신용상태 또한 엉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주택을 소유하기 전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빠져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주택소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 경우에 따라서 얼마나 리스크가 따르는 모험(?)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는 또 주택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사용(Consumption)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주택이란 사고팔기 위한 대상, 즉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거주하기 위한 것이란 새삼스러운 진리를 깨닫도록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