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리의 트럭 기사인 라파엘 앙기아노. 생선이 항상 달려 마켓 업주들과 ‘더 달라’’안된다’며 실랑이를 하는 것이 그의 일과이다.
오클랜드 마켓의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활어들. 아시안 이민의 증가와 함께 활어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불황 모르는 캘리포니아 활어 시장
아시안 마켓 수요로 항상 공급 달려
현재 10여개 양어장이 가주 전역에 공급
아시아계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불황을 모르는 비즈니스가 있다. 바로 양식업이다. 한인은 물론, 중국계, 베트남계 등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싱싱한 생선은 1년 사시사철 주문이 끊이지 않는 식재료. 활어를 그 자리에서 잡아 조리한 것과 냉동이나 냉장 생선을 조리한 것이 맛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아시안들은 알기 때문이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서 양어장은 아직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한인들이 양어장 사업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북가주 새크라멘토 인근에 있는 양어장, 피셔리 사의 트럭기사인 라파엘 앙기아노(33)는 상당히 독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싱싱한 생선을 배달함으로써 캘리포니아 내 아시안 시장의 ‘먹이 사슬’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라파엘의 트럭은 바퀴 달린 수족관이다. 양어장 배달담당인 그의 트럭 안에서는 3,000파운드의 살아있는 생선들이 펄떡거린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베이 지역으로 배달이 되는 데 항상 생선이 달려서 조금이라도 더 사들이려는 고객들과 실랑이가 그칠 날이 없다.
예를 들면 그의 단골 중 하나인 럭키 해산물 마켓. 철갑상어, 바다 메기 등 살아 있는 생선들을 바퀴 달린 대형 쓰레기통에 담아 마켓 안의 수족관에 부려놓으면 당장 마켓 직원이 말을 한다.
“이봐요, 가득 채워줘요”
그가 채워 넣은 양동이 5개 분량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한 양동이만 더, 하나만 더 부탁해요”
매일 이런 식이다. 아직 배달해야 할 곳은 여러 곳인데 가는 곳마다 생선을 더 받고 싶어 하니 그는 게임을 하듯 생선을 나눠 배달해야 한다.
럭키 마켓 직원과 ‘더 달라’ ‘더 이상은 안된다’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앙기아노의 셀폰이 울린다. 거기서 6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옛 선 마켓의 주인인 존슨 챙이다. 손님들이 벌써부터 와서 생선을 기다리니 빨리 와달라는 독촉이다. 챙은 막무가내 식 비즈니스맨이다. 앙기아노의 트럭 안 생선을 무조건 다 팔라고 하는 식이다.
앙기아노는 일주일에 두 번 오클랜드로 배달을 나가는 데 물량이 충분치 않다보니 단골 위주로 배달을 한다. 그래서 다른 마켓들을 그냥 지나칠라 치면 당장 셀폰이 울린다. 모두가 싱싱한 생선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피셔리의 주인인 켄 비어의 원래 관심은 록키 양이었다. 록키산맥에 사는 야생의 양인 빅혼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다.
1975년 대학원 입학을 앞둔 그는 캘리포니아의 집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아칸소의 창업자 3사람이 그에게 접근을 했다. 결국 그는 대학원을 포기하고 양식업을 시작했다.
실수도 많았다. 한번은 손가락 길이 메기 10만마리 주문이 있었다. 그의 반년치 수입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신이 난 비어는 살균을 위해 양어장 풀을 표백제로 깨끗이 닦아 냈다. 그게 화근이었다. 15분만에 생선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새크라멘토 교외인 갈트의 양어장에서 비어는 1982년께 잉어 양식에 성공, 한 번에 한두마리씩 파는 수준이 되었다. 그때 그는 베이지역의 중국계나 베트남계 마켓 업주들에게 팔면 한번에 수백마리씩 팔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도매로 배달하는 것이었다.
비어는 이제 베이 지역의 50여 마켓에 생선을 대고 있다. 10년 전 식용 개구리를 배달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일수밖에 없다.
그날 그는 식용 개구리들은 마포 주머니에 담아 트럭 뒤에 싣고 배달에 나섰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즈음 얼음이 녹자 개구리들은 더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였다.
개구리를 배달하려고 마포 주머니를 여는 순간 50마리가 튀어나와 사람들이 개구리를 붙잡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다.
앙기아노가 쳉의 마켓에 도착하자 존슨 챙이 트럭 위로 올라와 최상의 생선들을 고른다.
“냉동 생선은 나무를 씹는 것 같지요. 우리 고객들은 무엇이든 살아있는 것을 원합니다” 쳉의 마켓은 20개 식당에 생선을 공급하는 데 그 고객들은 생선을 더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싱싱한 활어는 항상 물량이 달리기 때문이다.
가주 양식산업 5,000만달러 규모
이중 70% 아시안 마켓에서 소화
1975년 피셔리를 창업한 켄 비어는 아시안 시장의 활어 인기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여겼었다. 그의 단골이었던 나이든 아시안들이 세상을 떠나면 활어를 찾는 고객도 같이 사라지리라는 생각이었다. 신세대들은 미국화해서 일반 미국 마켓의 생선을 그냥 구매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새로 이민 오는 아시안들이 계속 활어 수요를 증대시켰다. 이들 아시안 고객들을 위해 생선을 양식하는 양어장은 캘리포니아에 10여 군데. 활어 고객은 이제 전통적 차이나타운을 벗어나 샌프란시스코의 선셋 디스트릭트, LA의 몬테리 팍 같은 교외지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비어와 몇몇 다른 양식 업주들이 아시안 시장에 물건을 대기 시작한지 25년이 지난 지금 비즈니스는 캘리포니아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식업자들에 의하면 철갑상어, 농어, 메기, 잉어 등 아시안 마켓에서 소화되는 생선은 캘리포니아의 5,000만달러 양식산업의 70%를 차지한다. 연간 2,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것은 해조류와 갑각류는 포함하지도 않은 숫자이다.
비어의 피셔리는 이중 100만 파운드를 담당한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샌호제, 새크라멘토 등지로 활어를 공급하는 피셔리는 현재 양어장을 증설 중이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공급은 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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