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자극하는 한국 토속 음식점들을 중심으로 성장한 플러싱 머레이힐의 ‘먹자 골목’은 남녀노소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상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식당주축 몇 년새 확실한 상권 형성
노년층. 청소년 함께 즐길 수 있어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 상가가 단순 확장에서, 색깔있는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 상권의 특색을 살리고, 만들어가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권이 플러싱 머레이힐의 먹자 골목과 노던블러바드 160가 일대의 신흥 상가 등이다. 먹자 골목은 말 그대로 식당들이 주축이 돼 있으며 160가 신흥 상가는 먼저 부동산을 구입한 한인 건물주들이 상가를 만든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지역의 특징이나 고객층과 상관없이 업소가 생겨나고 사라졌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차별화된 한인 상권의 확대가 불경기의 활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먹자 골목
‘먹자 골목’은 플러싱 149-150가와 루즈벨트애비뉴-41애비뉴 사이 블럭을 말한다.롱아일랜드레일로드(LIRR) 머레이힐역이 있는 이 지역이 본격적으로 먹자 골목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2003년쯤이었다.
당시 민속식당과 솔바우식당 등의 10여개의 식당들이 한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한인 노인단체인 상록회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스럽게 향수를 자극하는 향토 음식점들이 많은 편이었다. 웰빙 시대와 맞물려 향토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먹자 골목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이 몰리게 됐다.이처럼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먹자 골목은 외적, 내적인 성장을 꾸준히 해왔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20여곳에 불과하던 이 지역의 한인 업소는 현재 50여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주종은 역시 식당가이다. 현재 이 지역의 한인 식당 및 유흥업소는 30여곳에 달한다. 천편일률적인 한식당이 아닌 토속음식점이나 전문 구이집, 냉면집, 횟집, 순대전문집 등 각기 독특한 메
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양한 메뉴에 목마른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었다. 또 좁은 지역에 식당들이 인접해있으면서도 상승작용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먹자 골목의 또다른 하나의 특징은 노년층과 청년층을 함께 아우르는 장소라는 점이다.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식당 인근에 젊은층을 겨냥한 포장마차가 있는 등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먹자골목으로 성장하게 된 요소이다. 한인 식당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업종의 한인 업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미용실과 이발소, 학원, 유아원, 노래방, 비디오점 등 자영업소외에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사무실 등 전문직 사무실도 계속 증가추세다.150가에 사무실이 있는 홍유미 변호사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교통도 편리하며, 한인 인구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식당 뿐아니라 전문직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먹자 골목은 한인 상권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여러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맨하탄 출퇴근에 용이한 LIRR 역이 있고, 역세권으로 커머셜 조닝이 허용된다. 노던블러바드에서도, 플러싱공영주차장으로부터도 가깝다는 지리적인 이점이 있다.
리얼티플러스의 김대중 대표는 “렌트도 노던 블러바드보다는 저렴한 편이어서 일찍부터 상권으로 자리잡았다”며 “상가가 들어설만한 자리가 없는 포화상태라는 점과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점이 앞으로의 문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가로서는 한정된 지역이지만 공동으로 주차장 및 상가 건물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인 투자자들이 이 지역의 주요 상가 건물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만큼 플러싱 공영주차장과 같은 주차장을 만들고, 조닝이 허락하는 상가 건물을 올린다면 아직도 개발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함지박식당의 김영환 사장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상가도 한인들이 많이 소유하고 있어 중국 상권이 침투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먹자 골목 상권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속식당 김상여씨
“처음에는 (이 지역이) 두메산골같았는데, 지금은 저녁이면 사람들이 붐비고 무척 번화해졌어.”
민속식당의 김상여(사진 76)씨는 지난 93년 순대와 족발 전문식당으로 시작한 먹자 골목의 터주대감 격이다. 김씨가 민속식당을 오픈할 당시만 해도 이 지역에 한인 식당이나 업소들은 거의 없었고, 행인들의 인적도 뜸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이야 북새통을 이루지만 처음에는 황량한 초원에 있는 것 같았다”며 “식당들이 많다보니 경쟁도 치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맛있는 순대와 족발로 유명한 민속식당은 김씨와 며느리 김명희씨가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다.
한국에서부터 40여년 이상 음식을 만들어온 김씨의 민속식당은 시골집에서 느꼈던 정취와 구수하고 정성이 들어간 고향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가족단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김씨는 지난 88년 미국에 온 뒤 어렵게 문을 연 민속식당과 터전인 먹자 골목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3-4년전만해도 이 먹자 골목의 경기가 무척 좋았다며, 한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김씨는 “(먹자 골목에) 순대와 족발전문집은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불경기 여파가 크지는 않다”면서도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서 더 많은 고객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순대를 썰겠다고 덧붙였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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