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안락사 못 시키고 이 수술 저 수술 받다보니…
메릴랜드주 타코마 팍에 사는 수잔 데이비스는 고양이 3마리, 개 2마리, 모르모트와 수염 날 도마뱀을 기르면서 지난 5년동안 수의과 병원에 데리고 가고 약을 사 먹이느라 1만달러 정도 썼다. 건강에 좋으라고 비타민과 오개닉 식품, 기타 물건들을 산 것까지 합하면 그 두배는 들었다. 한번은 개 한마리가 개에게는 독인 건포도 한파운드반을 보자마자 먹어 치워 위세척을 시키느라 1,000달러 이상 들었다. 관절염에 걸린 다른 개를 펜실베니아주에 사는 전문의에게 데려가 보이는데 한번에 400달러가 들고, 아들이 키우는 수염 날도마뱀이 입원을 요하는 괴질에 걸려 치료비로 1,500달러가 넘게 들었다.
소비자 정보
위세척에 1천달러·관절염 진찰에만 400달러·며칠 입원에 또 1천달러
미국인 작년 수의과병원서 101억달러 지출… 10년전보다 두배 이상 늘어
사람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까지 건강관리 비용이 치솟고 있다. 2007~2008년도 전국 애완동물 소유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63%인 7,110만 가정에서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그중에는 자녀 양육비 부담이 없으므로 애완동물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데 자신의 가처분 소득을 얼마든지 쏟아 넣겠다는 베이비 붐 세대가 많다.
수의사와 재정관리사들은 애완동물의 구입 또는 입양을 생각중인 사람은 들어갈 수 있는 비용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순수 혈통의 개는 잡종에 비해 건강상의 문제가 훨씬 많다.
“치료비가 1,000달러를 훌쩍 넘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미국수의과병원 협회 회장으로 버몬트주에서 개업하고 있는 애나 워스는 말한다. “자기 집에서 동물을 먹이고 재울 뿐만 아니라 해마다 예방 관리를 하는데 얼마나 들어갈 것이며 만일 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 둬야 합니다”
미국 애완동물용품 제조사협회에 따르면 애완동물 소유주들은 작년에 수의과 병원에서 101억달러, 필요한 물품과 비처방약 구매에 98억달러를 지출했다. 미국수의과협회는 2006년에 애완동물 소유주들이 수의과 치료에 지불한 돈은 245억달러라고 밝혔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
이처럼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이유중에는 다 나쁘지 않은 것도 있다. 이제까지 아주 많이 아픈 동물은 안락사시키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동물의 병 진단에도 MRI, 초음파, CAT 스캔 같은 방법이 정규적으로 사용된다. 심장 수술, 콩팥 이식, 레이저 수술에 화학요법까지 치료법도 다양하다. 침술 같은 대체요법 역시 가능하다. 복잡한 증세를 다루는 전문의도 많아졌으나 그런 전문기술을 이용하려면 돈이 많이 들게 마련이다.
“지난 5~10년 사이에 치료 기술도 많이 향상됐습니다. 동물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면서 주인들이 더 수준 높은 치료를 요구해 사람 의료비와 맞먹습니다”라고 미국수의과협회 임원인 론 디해이븐은 말했다.
애완동물의 건강 관리도 인간 만큼 복잡하다. 애완동물비만예방협회에 따르면 미국 애완동물의 45%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게다가 예방 관리와 약, 비타민, 먹이가 더 좋아지면서 수명이 연장돼 더 오래 돌봐야 한다.
1987년에 미국 개중 6세 이상은 32% 정도였지만 지금은 44%다.
오래 살면 문제가 생긴다. 사람의 경우도 그렇지만 동물의 몸도 나이가 들면 그저 쑤시고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암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까지 앓게 된다.
워싱턴에 사는 페니 존스-내피어는 작년에 아키타 잡종인 엘라이자-블루를 낭창과 항문암으로 잃었다. 화학요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해 뉴욕에 있는 전문의에게 데려가서 항문의 종양을 제거시켰다. 이후 처음엔 낫는 것 같더니 몇주 후 다시 나빠져 워싱턴에서 두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한달 후에 죽고 말았다. 존스-내피어는 첫 수술에는 후회가 없지만 두번째 수술은 회의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도 상당했다. 두번의 수술에 1만4,000달러 정도가 들었던 것.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때로 과연 아픈 동물의 고통을 덜어줄지, 낫게 할지 확실하지도 않은 치료에 수백, 수천달러를 들일 것인지, 아니면 그냥 죽게 내버려둬야할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다. 전문가들은 애완동물에게 들어갈 비용을 한달에 최소한 50달러씩 저축하여 마련하라고 말한다. 아니면 애완동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보험료는 다양하지만 보통 월 30~50달러가 든다. 미국의 애완동물중 작년에 건강보험에 가입된 것은 4% 미만인데 현재 취급회사가 20여개나 되는등 업계는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의사들과 재정관리사들은 조심하라고 주의시킨다. 나이가 많거나 특정 질환에 잘 걸리는 종은 가입시켜 주지 않는 등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또 사람 보험과 달리 동물의 병원비를 주인이 먼저 지불한 다음에 상환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은 글씨로 쓰인 것까지 약관을 세밀히 살펴보고 예외조항, 디덕터블 등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영리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염가로 치료해주거나 부담을 덜어주는 곳도 있으나 어디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애완동물이 심하게 아프지 않도록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다. 일년에 두번이 바람직한데 문제를 일찍 발견할 수록 치료 효과도 높고 비용도 덜 든다.
<워싱턴포스트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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