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제적으로 경제적인 격변기마다 뉴스로 떠들썩하던 헤지펀드를 한국에서도 2009년중 도입하겠다고 한국의 금융위원장이 최근 밝혔다. 이것은 한국의 투자상의 필요에서가 아니라, 아마 이미 조세회피 지역(스위스, 카리브 해 등지) 에 거점을 둔 헤지펀드 들이 한국 내에도 투자를 하기 때문에 소위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국내에서도 허가하겠다는 게 아닌가 한다.
미주한인들은 IMF 위기 이후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서 국제적 투자를 국내로 권장하면서 마이클 잭슨과 조지 소로스를 방문 초청해서 뉴스가 되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겠다.
워낙 급했던지는 몰라도, 일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위기 해소를 계획하는 과정의 선두에 이런 사람들을 불러 만나는 게 이곳에 있는 경제인들에게는 조금 해괴하고 부끄럽게 보였다. 그러나, 정치란 또 다른 것이니만큼,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경제보좌관을 둔 그의 인적자산 수준을 얘기하는 건 또 적합하지가 못하다고 본다.
하여튼 조지 소로스같은 사람들이 하는 투자펀드가 헤지펀드인데, 보통사람들이 하는 뮤추얼펀드가 아주 부자들에게로 가면 이렇게 변질된다고 보면 된다. 뮤추얼펀드나, 증권브로커업, 투자자문회사등이 관련법의 적용을 받아 엄격히 규제되는데 반해서, 헤지펀드는 사적인 파트너십 계약으로 운용되는 만큼 무척 신축성이 강하다.
헤지펀드는 고수익지향의 소수그룹을 위한 투자펀드니 만큼 투자방식이 복잡하고 위험부담이 높은 투자를 주로 한다. 증권 값이 떨어지는 것을 지향한 숏세일 같은 것을 많이 했었는데, 우선 외부자본을 뺀 순재산 (자산이 아니고)이 백만 달러를 넘어서야 가입최소요건에 턱걸이할 만큼 투자액수가 높다.
액수가 많은 만큼, 일반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치고 빠지는’그런 투자가 아니라 가입자는 투자금을 최소 1년을 유지해야하는 제재가 있다. 그러니 장기적 투자인 셈이다. 증권가에서의 헤지펀드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이제 2008년에 투자등급 이상으로 질 좋은 파생상품시장에서는 그 비중이 3분의1 을 넘었다.
위의 김대중 당선자 시절 얘기에서 보듯이 헤지펀드는 후발 경제국가들의 채권 쪽으로 관심이 높아서 전 세계 비선진국 개발도상국들의 채권 시장물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예상투자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IMF위기 시절의 한국채권처럼 문제가 생긴 채권들은 잘만하면 투자수익이 보통 투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서 이들 펀드에서 관심이 높다.
이들 헤지펀드들은 상당한 투자 노하우를 가진 승인받은 이들에게만 참가가 허용되는 만큼, 일반 투자상품에 요구되는 공적인 안전장치가 없다. 그러니 벌 때는 크게 벌지만 지금 달러 외환에 투자한 펀드들처럼 약할 때는 엄청 손해도 본다. 또 상품선물시장의 버블이 지금 상당한 정도여서, 빠른 펀드들은 벌써 여기에서 빠졌다. 막차를 탄 늦은 투자자들이 이 선물시장에서 떠드는 편이다.
위에서 말씀드린 조지 소로스도 마찬가지지만, 헤지펀드의 세계는 비밀이 많은 곳이다. 소매투자펀드처럼 투자방법이나 포지션을 남에게 얘기하기 어려우니만큼, 비밀유지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주로 10억 달러(1조원) 단위로 투자액수를 얘기하는데, 막대한 자기자본에다가 외부자본 차입까지 하게 되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
원래 헤지펀드는 증권시장이 지금처럼 저조해 있을 때의 리스크를 증권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으로 돈을 버는 시장쇼팅으로 헤지한다(연동시킨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는 데서 그 이름이 나왔는데, 그것은 초기였고 지금은 투자성격이 좀 변했다.
그러나 뮤추얼 펀드는 시장쇼팅을 그 근본목적으로 할 수 없도록 투기적 요소가 금지되어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헤지펀드는 우리 미주에 사시는 보통한인들의 세계와는 상관없다고 하겠다. 마이클 잭슨이나 조지 소로스를 대통령 당선자에게 소개시키는 그런‘무식한’정치판의 경제참모들이 노는 세상에 가지 않는 게 좋은 것처럼, 안 끼워준다고 섭섭해 할 필요가 없는 것 중의 하나가 헤지펀드라고 말씀드린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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