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사람 하나 묻는데 몇 삽의 흙이 안 필요 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는 여러분들의 귀한 펜으로 흙 뜨는 일 없기를 부탁 드립니다.” 이것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됐던 ‘온에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이다.
오승아라는 여배우에게 일명 ‘오승아 비디오’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기자들과 악플러들이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떼를 지어 사실인 양 글을 올리고 한 여배우의 추락을 즐기고 있는 사이 매니저가 가까스로 결백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또한 자신이 직접 이 비디오를 보았다는 등 거짓을 인터넷에 올린 악플러들에게 오승아는 “왜 그랬어요? 내가 싫어서, 심심해서, 아니면 재미있어서? 그게 어떻게 재미있어요? 나는 죽음까지 생각 했는데. 내가 제일 무서웠던 건 당신들은 내 얼굴을 아는데 나는 당신들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 이었어요” 라고 말한다.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 사례는 한 개인, 더 나아가서는 정부나 단체 또한 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언론과 인터넷 매체의 부정적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첫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선 레이스에서 유력 주자로 부상한데는 언론의 호의적인 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힐러리를 추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요 언론은 오바마에 대한 칼날을 빼들기 시작 했다.
“갓 댐 아메리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오바마의 전 담임목사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는 자신의 설교 전체가 아니라 앞뒤 말을 자르고 일부분만 떼어내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 했다. 언론과 정치권이 자신의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갓 댐 아메리카”만 반복 전달해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선거자금 모금 행사장에 비공개로 나온 오바마가 중소도시 주민들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궁지로 몰리는 사태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폭로한 사람은 60대의 할머니 시민기자였다.
이 할머니는 오바마 의원의 모금 행사장을 찾았다가 정확한 오바마의 의도도 모른 채 발언을 그대로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에 올렸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올린 글의 미칠 파장을 전혀 짐작도 못했다고 한다. 글이 올라 온 직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 쪽에서 포문을 열면서 오바마는 궁지에 빠졌다.
정확치 않은 언론 보도에 조금이나마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치인들 중 힐러리 클린턴이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은 잘못된 비판이나 언론보도에 바로 반박하는 것을 전담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언론이 편파 왜곡과 추측성 보도, 그리고 터트리기식 보도로 국민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매체의 다양화와 현대 사회의 복잡성으로 인해 현대인의 정보습득은 미디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은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미디어를 통해서 얻은 정보를 재구성하여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민감한 대선문제의 경우도 후보들의 실제 모습보다는 미디어에서 재창조한 이미지로 그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또한 미국이 치르고 있는 전쟁들에 대한 인식도 미디어 보도들을 접하면서 형성된다. TV를 볼수록 국민들은 진실을 더 모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요즈음 한국 미디어들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한국의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할만한 여유가 있는 입장이 아니다. FTA 문제 등 국제사회와 경쟁하면서 풀어가야 할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럴 때 국민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가 국민의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보도들을 보면 객관적인 진실을 전달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는 논조로 일관하는 왜곡된 행태를 발견하게 된다. 언론의 ‘귀한 펜’으로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그들로 하여금 올바른, 그리고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책임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제나 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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