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물이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도 물이다. 물의 성품은 아무리 추켜세워도 아래만 쳐다보고 밑으로 가려 한다. 사람이 물만 같으면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 물의 그런 이치를 잘 알면서도 많은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들이 탈수증에 걸려 앓고 있다.
물의 성분이란 스스로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 건조하고 지칠 때 물은 증발하거나 빠져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돌고 도는 물의 이치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물의 윤회사상에서 물의 미학과 영원성을 우리는 발견할 수가 있다. 춘향이가 도련님을 두고 먼저 죽었다는 가설을 정해놓고 쓴 ‘미당’ 서정주 시인의 ‘춘향의 유문’을 예로서 해설을 하자면 “(전략)저승이 어딘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땅 밑 천길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겠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울 땐 춘향은 반드시 거기 있을거예요…”
춘향이가 죽어 땅에다 묻으면 춘향이가 묻혀있는 땅 위도 결국은 춘향이의 곁이요, 춘향이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다량의 수분이 빠져 땅 밑으로 땅 밑으로 깊숙히 내려갔다가 날씨 좋은 따뜻한 여름날, 그 수분은 증발하여 하늘로 가고, 거기에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찾기 위해 불교에서 말하는 도솔천의 하늘을 정처없이 날다가 거리를 걷고있는 도련님을 발견하고 급히 비가 되어 내리면 그 비를 맞는 도련님 어깨 위에도 춘향이의 육신을 구성하고 있었던 춘향이의 몸 물이 내리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춘향은 거기에 있다고 물의 윤회를 개념적 사상에다 접목하여 미당 서정주 선생님께서 쓰신 시(詩)이다.
탈수현상에서 빠진 물이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고, 증발된 수증기가 모여 구름을 이루고, 그 구름이 비가 되는 현상은 물이 탈수로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윤회하며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세상에 있는 물은 중동지역에서 퍼올리는 기름처럼, 필요하다고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외형은 변하면서도 돌고 도는 것이 물이다.
생활을 편리하도록 만들어 놓은 자동차나 비행기, 컴퓨터 등등은 공학의 결정체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개념과 사상을 개척했거나 새롭게 발견하여 정의해 놓은 철학도 영원하지 않다. 치료약이나 예방약이 나오면 병균은 더 강력한 힘을 길러 그간에 있었던 약의 효과를 무력화 시키니 병균의 뒤를 따라다니며 발전하는 의학도 영원하지 않다.
본질이 변형되고 형태에도 기준이 없다. 흔하듯 흔한 물만도 못하다. 그러나 살다 가는 이 땅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영원한 것이 없는 가운데에도 영원한 것이 있으니 시대를 초월하는 종교적 사상이다. 모든 것은 시들고, 삭고, 썩고, 또한 윤회 없이 고여있으면 모든 것이 상하고 변질된다. 사랑도 종교사상으로 구성하고 유지한다면 변질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계도 이해관계가 아닌 종교적 사상으로 끈을 이은다면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편리를 도모하면서도 본질은 변질되지 않는다. 잘 만난 부부의 관계다. 사실의 관계는 변질되지만 사랑이 종교적 사상으로 된 본질이라면 변질되지 않는다.
나는 한국일보사에서 시행한 문학교실에서 문학 지망생들을 지도하면서 변하지 않는 본질에 대한 알기쉬운 예로 우리가 좋아하는 두부에다 비유하면서 설명을 하기도 했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에다 물을 섞어가며 곱게 갈고, 곱게 간 콩 물을 삶는다. 그렇게 하고나서 끓인 콩 물에다 간수를 쳐 콩 물을 응고시키고 나서는 응고된 콩 물을 목판에다 보자기를 깔고 싸서 짠다. 하얀 살을 드러내고 완전한 두부가 되면 크기를 정하고 두부를 모양 좋게 자른다.그 두부가 우리들 식탁 위에 오르지만 그 두부를 보고 콩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두부의 원형은 콩이고, 콩의 외형은 변하지만 콩으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문학도 본질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다만 본질로부터 가장 가까이 접근하여 본질의 형태를 더 명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일수록 성공한 문학도라고 설명을 했다.
종교는 인성의 교육이고 문학은 인생의 참고서이다. 하지만 천성은 어떤 매개체에 의해서도 돌연변이를 시키지 못한다. 다만 상태를 탈수증 환자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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