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저하·치매 걱정 베이비붐 세대 겨냥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사는 잡지 발행인 데이빗 버넬(60)은 몇년 전 ‘페덱스’ 매장으로 소포를 부치러 갔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기 집 주소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거기 어떻게 가는지도 다 알겠는데 주소는 모르겠더군요”
버넬 같은 체험은 베이비 붐 세대 수천만명이 다 겪는 일이다. 친한 친구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고, 머리 위에 얹어 놓은 안경을 찾아 온 집안을 헤매고,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찬장 속에 넣어 놓는 일은 나이 들어 뇌의 예리함이 저하되면서 수반되는 현상들이다.
‘뇌 운동’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인식측정 등
20달러에서 400여달러까지 소프트웨어 다양
작년 시장규모 2억여달러… 매년 50% 성장세
“그것이 아마 나이 들면서 겪는 변화 중 가장 무서운 일일 것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이 바로 우리 자신인데 기억을 잃어 버리면 존재의 근거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미국노령학회의 교육담당 디렉터 낸시 세리딘의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베이비 부머들은 뇌가 생각보다 적응력이 많다는 증거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래서 뇌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몸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다.
퇴화하는 뇌, 어쩌면 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코엔자임 Q10, 인삼, 바코파 같은 영양제는 물론 뇌를 운동시켜 준다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 뇌 건강증진 제품들이 작은 업계를 형성하고 있다. 간단한 산수와 기억력 테스트인 인기 비디오 게임인 ‘닌텐도’의 19달러99센트짜리 ‘브레인 에이지 2’도 그 중 하나다. 컴퓨터로 하는 ‘파짓 사이언스’의 395달러짜리 ‘인식 행동 훈련’ 엑서사이즈도 마찬가지. ‘마인드핏’의 149달러짜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10여가지의 다른 능력을 평가해서 그에 알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한달에 10달러 정도를 내고 다양한 인지능력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Lumosity. com이나 Happy-Neuron.com 같은 웹사이트에 가입할 수도 있다.
두뇌건강 연구에 초점을 맞춘 웹사이트를 갖고 있는 두뇌건강 및 컨설팅 회사 ‘샤프브레인스’ 대표 알바로 퍼난데스는 2007년에 미국의 소위 뉴로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억2,500만달러였던 것으로 추산한다.
헬스 클럽 멤버십 하나만으로 연간 160억달러를 벌어 들이는 신체건강업계에 비교하면 두뇌건강 업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연간 50%씩 성장하고 있으므로 2015년에는 2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훌라후프부터 ‘코리언’ 카운터탑까지 60년이 넘도록 베이비 붐 세대에 수많은 물건들을 잘 팔아온 마케터들은 이들의 두려움을 가지고도 돈을 벌고 있다. 의사들과 유전학자들 역시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두려워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믿는다. 알츠하이머씨병의 경우 검사가 아니라 증상을 가지고 진단할 수 있을 뿐인데 증상이 나타날 때 쯤이면 이미 손상이 많이 진행되어 있다.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2050년께는 미국에서 1,100만~1,6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노화, 건강 및 인성 센터 소장인 진 코언 박사는 “50세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망증을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25세 때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면 큰 일로 여기지 않지만 50세가 넘어서 똑같은 일을 하면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것.
또 단순히 정신이 산란해 멍청한 짓을 저질러도 뇌의 퇴화 때문이라고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베이비 붐 세대 중 나이가 많은 절반인 1946년부터 1955년생들에 대한 연구를 마친 코언 박사는 자기 뇌의 활력 증진을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응답자들의 숫자가 많은 것에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두뇌를 자극하면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깨우침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코언 박사에 따르면 뇌의 유연성은 뇌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나무처럼 생긴 새로운 수지상 돌기가 신경에 생성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우리가 뇌가 자극을 줄 때마다 뇌는 변화되어 새로운 세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코언 박사 자신도 수지상돌기의 성장을 위해 몇 년간 치지 않던 피아노를 다시 치고 스페인어를 배울 계획이다. 또 언젠가 쓰기를 희망하는 공상과학 소설의 줄거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한편 자신의 유전적 위험을 잘 알고 있으면 안심을 하거나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내비제닉스’‘23앤드미’‘디코드 제네틱스’ 같은 신설회사들이 1,000달러 정도에 개인의 DNA를 분석하여 알츠하이머씨병을 포함한 다양한 위험 요인을 분석해 준다.
나이 들어가는 베이비 붐 세대를 겨낭한 잡지 ‘엘더’를 발행하는 버넬은 ‘23앤드미’에서 검사를 받고 자신의 유전적 위험도가 평균 이하임을 알았다. 그래도 조부모 중 한 명이 치매고 어머니도 아직 진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보고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