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당에서 한 손님이 웨이터를 귀찮게 불러댔다. 처음에는 실내가 너무 덥다며 에어컨을 세게 틀라고 하더니 조금 있다가는 너무 서늘하니 에어컨을 줄이라고 하기를 반복하며 계속 투덜댔다.
그만하면 화를 낼만도 한데 웨이터는 놀라울 정도로 참을성 있게 손님을 대했다. 보다 못한 다른 손님이 웨이터를 불러 물었다.
“저런 작자를 왜 내쫓지 않는 거요?”
웨이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우리 식당엔 원래 에어컨도 없거든요”
사람의 불평이라는 것이 때로 얼마나 알맹이 없는 것인지를 비꼬는 조크이다.
“사람은 울면서 태어나, 불평하며 살다가, 실망하며 죽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에 따라 잘 하는 것이 있고 못 하는 것이 있지만, 세상사람 거의 모두가 선수급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불평일 것이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바쁘면 바빠서, 한가하면 한가해서 … 어느 것 하나 불평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더구나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면 불평 빈도는 더욱 잦아진다. 개스를 넣을 때마다, 시장을 볼 때마다, 애써 장만한 집값 떨어지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바닥을 드러내는 401K 잔고를 볼 때마다 … 저도 모르게 불평이 튀어나오곤 한다. 게다가 불평은 전염성이 있다. 아침에 A가 B에게 투덜대면 기분 상한 B는 C에게 투덜대고 그런 C는 D에게 투덜대기를 계속 하다보면 마을 전체가 그날 기분을 망치는 일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감정적 환경오염이다.
이런 소모적인 불평의 고리를 끊고 행복을 되찾자는 캠페인이 있다. 비영리기구 ‘불평 없는 세상(A Complaint Free World)’이 펼치는 운동이다. 캔사스 시티의 윌 보웬이라는 목사가 교인들에게 설교로 권한 것이 이제는 범세계적 운동이 되었다.
지난 2006년 7월 보웬 목사는 불평이 우리 삶을 좀먹는다며 ‘21일간 불평 안하기’를 실천해보자고 제안했다. 실천을 돕는 도구로 그는 교인들에게 보라색 실리콘 팔찌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한쪽 손목에 팔찌를 끼고 있다가 불평이 입에서 튀어 나오면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같은 손목에 계속해서 21일 동안 팔찌를 끼는 날이 오면 성공을 하는 것이다. 기간을 21일로 잡은 것은 습관을 바꾸는 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 때문이다.
보웬 목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보통 하루 평균 20-30번 불평을 한다. 중독이다시피 한 불평 습관을 끊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10주가 걸려 ‘21일’ 도전에 성공했지만 보통은 10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교회 내에서 시작한 ‘불평 안하기’ 운동은 입소문을 타고 이웃으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특히 지난해 보웬 목사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다음날에는 무려 200만개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결국 보웬 목사는 교회와 별도로 비영리 기구를 만들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배부된 팔찌는 80개국에 530만8,000개 정도. 불평 습관을 끊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불평의 근원은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불평도 습관이 된다. ‘불평 끊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결은 간단하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잘못된 것,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눈에 들어오던 버릇을 버리고 잘 된 것,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물론 실천이 어렵다.
“신발이 없다는 불평은 양쪽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이다”라는 인도 속담이 있다. 개스 값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은 자동차를 가진 덕분이고,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 때문에 열 받는 것은 직장이 있는 덕분이다.
장미덤불에 가시가 있다고 불평하는 대신 가시덤불에 장미가 있다고 기뻐한다면 세상은 달라 보인다. 세상이 달라 보이면 삶이 바뀐다. 가까운 사람들과 팔찌를 나누며 습관 바꾸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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