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4, 5호점을 낼 계획이라는 이재호씨는 식당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웃음을 전하고 싶단다.
▲웬만한 스시 바에 가면 10달러를 훌쩍 넘는 다양한 종류의 롤도 3.23~6.46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일식 체인 ‘와우 벤토 & 롤’운영 이재호씨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에 아랑곳 하지 않고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항상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할 때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끊임없이 샘솟는 것, 남들이 뭐라고 하든 늘 거창한 꿈을 꾸는 것 등등이다.
오피스들이 즐비한 다운타운과 샤핑의 명소 글렌데일 갤러리아, 고급 주택가인 라크레센타에서 ‘와우 벤토 앤 롤’(Wow Bento & Roll)을 운영하는 이재호씨는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조만간 노스리지와 로스펠리츠 인근에 4, 5호점을 낼 계획입니다.
그 누구도 얼마 되지 않는 자본금으로 시작한 식당을 이렇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누가 믿어주지 않아도 제 꿈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식당에 대한 나의 비전, 열정과 웃음에 사람들이 전염됐으면 좋겠어요”
식당 운영 5년 만에 ‘잘 나가는’ 일식 체인을 운영하게 된 이재호씨. 식당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평생 해볼 만한’ 일임을 느꼈다고 털어
놓는다. 처음부터 오피스 디스트릭에 1호점, 백화점에 2호점, 주택가에 3호점, 백인 거주지역에 4호점, 대학가에 5호점을 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 꿈의 현실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잠시 식당영업에 대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배운 교훈과 지혜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의 제목처럼,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왠지 현실과는 동 떨어진 것만 같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여기는 사람. 식당 창업과 운영이 그야말로 ‘천직’인 사람. 이재호씨를 만나봤다.
■ ‘와우 벤토 & 롤’ 이재호씨의 식당경영 노하우
“손맛만 믿었단 낭패 봐”
레서피 분업·조리과정 시각화·저렴
도시락·회덮밥 인기… 4, 5호점 준비
“음식 만드는 사람은 자부심 가져야”
●식당과의 인연
1989년 가족과 함께 이민 와 USC를 다니던 중 1996년 아버지의 권유로 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경험도 없이 장사가 안 되던 사업을 인수한지라 첫 3개월 만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려 했다. 이 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식당의 건물주는 고약하기로 소문난 유대인이었는데, 그가 “6개월간 렌트비를 안 받을 테니 다시 한 번 도전해봐라”는 놀라운 제안을 한 것. 건물주는 이씨에게 “네가 처음 시작한 사업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평생 포기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을 격려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 건물주는 이씨에게 “한인 중에 너처럼 정직한 사람은 처음 봤다”며 “그래서 더욱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단다.
‘친절한’ 유대인 건물주의 도움으로 재기한 뒤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달했고, 1년이 지나서는 밀린 렌트비를 다 갚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이번 일을 통해 식당일이 너무 재미있고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은 이씨. 그러나 주방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서빙 홀에서 일하는 자신이 없으면 식당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함께 주류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템 및 식당경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저울로는 가늠할 수 없는 ‘손맛’의 기술을 요구하는 한식도 좋지만 일을 전문화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조리과정을 단순, 분담화 시킬 수 있는 일식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뻗치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이씨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일식요리를 배우러 스시학원을 다니고 스시바에서 일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뭔가 아이디어를 얻고자 무작정 떠난 일본 배낭여행에서 이씨는 일본의 ‘벤토’(도시락) 문화를 발견했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2003년부터 원래 운영하던 식당 옆 다운타운 7가와 힐 스트릿에 ‘와우 벤토 & 롤’을 오픈, 저렴한 가격의 롤과 함께 샐러드, 롤, 닭고기, 돈까스 등을 세트로 꾸민 일본스타일 도시락 메뉴를 선보였다.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본 이씨는 처음 식당을 완전히 정리하고 와우 벤토 & 롤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샐러드와 모듬 튀김, 캘리포니아 롤이 푸짐하게 서브되는 와우 벤토.
●와우 벤토 & 롤
누구나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일식 도시락에 대한 이씨의 예감은 적중했다. 2004년 샤핑의 명소인 글렌데일 갤러리아에 2호점을 내고, 2006년 라크레센타에 3호점을 내는 등 사업이 확장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재호씨는 늘 초심을 잃지 않는다. 즉, 누구라도 1주일이면 쉽게 배울 수 있는 단순, 분업화 된 레서피에서 나오는 신속성과, 음식 만드는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매장에 디스플레이 하고 음식 모형도 마련하는 시각적 접근, 햄버거 세트 메뉴 가격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 세 가지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와우 벤토 & 롤의 캘리포니아 롤은 3.23달러, 산처럼 쌓아주는 회덮밥은 7.40달러다. 웬만한 스시 바에 가면 10달러를 훌쩍 넘는 롤 가격도 3.23~6.46달러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한 가지 아이템에서 마진이 없더라도 많이 팔아 유익을 남기는 것, 두 번째는 발상의 전환이다.
“히스패닉들이 만드는 롤은 미국인들이 안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누가 만드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요? 저렴한 가격에 양 많고 맛있으면 손님은 알아서 모여들게 되어 있답니다”
이재호씨는 또한 미국인들을 상대로 ‘회덮밥’을 개시, 대박을 터뜨렸다. 고추장 대신 간장에 비벼먹기는 했지만 미국인들은 커다란 보울에 밥과 야채, 회가 듬뿍 올려진 회덮밥에 열광했다. 주변의 한인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다음 목표에 대해 물어보자 “미국인의 20%를 제외한 80%는 아직까지도 날 생선을 안 먹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햄버거나 샌드위치, 피자 대신 밥과 반찬이 있는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게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밝힌다.
글렌데일 갤러리아 푸드코트에 위치한 와우 벤토 & 롤 2호점. 대중적인 일식 도시락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재호씨와 식당 창업
식당 창업에 관해서라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는 재호씨. 그는 2003년부터 로고스교회 주보에 글을 써왔다. 이씨의 신앙적인 간증과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글 중에는 식당 창업과 경영을 하면서 배운 교훈과 노하우에 관한 것도 많다. 그 글들을 모아 소책자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자신이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요즘 불경기라 먹는장사에 대한 관심이 많으세요. 안타까운 점은 사람들이 먹는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다는 것이죠. 부인이 손맛이 좋다며 쉽게 시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접근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먹는장사입니다”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한 가지만 나누자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우동집 하나도 온 가족이 대를 물리며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의식이 대단하다. 식당은 사람의 생명에 직결된 중요한 음식을 파는 곳이다. 유니폼은 기본이며 종업원들에게는 주인이 아닌 종업원들이 납득할 수준의 임금을 줘야 한다. 모두 식당경영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의식이 있을 때 당연히 갖춰지는 사항들이다.
이씨는 지금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노트에 적고, 포스트 잇에 적어 벽에 붙여놓는다. 신기하게도, 5년 전 그가 노트에 써 놓았던 아이디어들 중 당시 사람들이 모두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던 일들이 지금 현실이 된 것들이 많다. 베스트셀러였던 자기개발서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저자처럼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세상은 아름답고 도전할 만한 곳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재호씨.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 행복한 기운이 와우 벤토 & 롤의 롤과 도시락을 통해 미국 곳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주소와 전화번호
다운타운 LA 710 S. Hill St. (213)489-3636
글렌데일 갤러리아 1142 Glendale Galleria, Glendale, (818)240-0703
라크레센타 3231 Foothill Bl., #201, La Crescenta, (818)957-3636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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