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거의 항상 쓰는 구호 중 하나가 공화당 정부에서 부유층 세금만 잔뜩 내리고 경제적 약자인 중하층의 세금만 힘겹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가 불안하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도 가진 게 없는 살림은 항상 어려우니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이게 먹혀든다. 우리 한인들도 달러가 너무 약해지고, 개솔린 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경기회복은 언제 올지 모르고, 은퇴한 분들은 사회보장연기금이 멀지 않아 고갈한다는 뉴스로 불안한 나날이다.
경기회복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가 불안해하는 여러 가지가 어떻게 되어가는 지는 우리가 알고 살아야 하고, 우리 한인들이 알고 계신 것과 실상이 다른 경제인식이 좀 있어서 말씀을 드리려한다.
우선, 비싼 개솔린 값 이야기.
1970년대 초반 개솔린 값은 갤런 당 45센트 정도였다. 1980년대 초 개솔린 값은 1달러 25센트 선이었다. 10년에 2.5배 넘게 오른 것이다. 이것이 2배로 오르는 데는 20년이 걸렸다. 그러다 지난 몇 해 갑자기 올라 지금은 4달러 가까이 되었다. 현재 개솔린 가격이 부담이 되는 것은 갑자기 오른 스피드가 무서운 것이지 인플레와 딴 가격들을 보면 그렇게 심하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현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옛날 개솔린 가격이 급등할 때는 그 이유가 중동 산유국들의 공급문제에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높은(?) 가격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나라들의 경제발전으로 연료수요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 이다. 중동을 나무라지 말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 인도의 상품과 서비스의 낮은 가격 덕분에 인플레 걱정 없이 오래 잘 살았다. 좋은 것이 있으면 좋지 않은 것도 따라 온다는 교훈으로 개솔린 값을 보고 살아야 정신 건강에 좋다.
부유층만 덕보고 있다는 세금 이야기.
경제통계를 보면, 바닥 40%의 미국납세자들은 세금 내는 것이 없다. EIC 등 때문에 실제 IRS에 내는 것보다 크레딧으로 받는 게 더 많다는 얘기다. 전체 세금은 미국납세자의 상위 50%가 거의 다 낸다. 또 상위 10%의 납세자들이 필요한 세수의 70%를 낸다. 일반대중 모두가 미워(?)하는 상위 1%의 극소수가 모든 세금의 40%를 낸다. 20년 전보다 전체 세수 중 부자들이 내는 세금부담이 더 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부시 감세정책으로 부자들만 덕보고 있다는 얘기가 민주당후보들의 단골메뉴인데.
그건 교육받은 부유층의 소득이 옛날보다 상대적으로 더 늘었기 때문이다. 소득이 더 빨리 늘었으니, 소득 세율이 줄어도 달러 액수로 보는 납세액은 늘고, 세금을 많이 내고 있으니 감세정책이 나오면 세금 감면 액수가 느는 것은 초급산수가 설명해 준다.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층에서는 내는 게 별로 없으니 소득세 감면 액수가 적은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가진 기술과 전문지식이 높을수록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고교졸업 이하의 낮은 기술과 전문지식으로도 부모가 다니던 디트로이트 자동차회사의 좋은 대우받으며 평생 불편 없이 살던 블루컬러 층에서는 이제 더 똑똑하고 부지런한 한국의 고교출신 기아차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이보다 더 낮은 기술로 먹고 살던 이들은 멕시코 출신 저임금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되는 것이 글로벌경제시대의 기본경쟁원칙이다.
대학 졸업생들을 보아도 분명하다. 도시주위에 살면서 교회에 나가시는 분들은 알 것이다. 요즘 교회에서 가장 부유한 층은 누군가. 물론 사업에서 성공한 몇몇 기업가를 제외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한 젊은이들이 같은 처지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면 그들의 부부 연수입은 졸업 몇 년 후면 쉽게 20만 달러를 넘어선다. 자식 공부 잘 시켜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럼 이 시대를 경제면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일 좀 더 열심히 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니 SUV 좀 덜 타고, 쓸데없는 드라이빙 좀 줄이고, 더 절약하고, 저축하고, 물건 살 때 더 지혜로워지고, 쉽게 희망을 파는 여러 형태의 사기꾼들에게 속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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