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중앙 TV 여성 간판 방송원인 리춘히는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등 중대현안에 대한 북한의 성명을 공격적이고 웅변조로 보도하며 우리에게도 얼굴이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최근 북한의 월간지가 그에 관해 자세히 소개했는데 방송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인민방송원과 노력영웅의 칭호까지 받고 고급 승용차와 평양 시내의 아름다운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북한 경제는 최악의 파탄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으나 당 간부 등 일부 사람들은 리춘히의 경우처럼 안락하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제 상태와는 상관없이 부유한 사람들이 호화생활을 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현상을 소개하면서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 식료품 가격 상승 등 경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맨해턴에서는 1,000만달러가 넘는 아파트의 매매건수가 지난해의 4배가 넘었고 예술품 경매시장이 활황을 이루고 있으며 한 병에 3,000달러가 넘는 코냑의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우환에 싸여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졌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공행진을 하면서 개스 가격이 치솟고 다른 물가까지 인플레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불황에 대한 걱정이 국가적 화두가 되어있다.
그러나 돈이 많은 부자들은 전혀 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주택 값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인데도 맨해턴의 고급 아파트는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세금 환급조치까지 취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그 돈이 의미조차 없을 것이다. 아마 이들 부자들에게는 유가 1,000달러 시대가 온다고 해도 아무런 심리적 동요나 타격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10여년 전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하여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발생하여 국가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부자들은 걱정 없이 과소비를 했다. 오히려 남들이 경제적 위기를 겪을 때 돈을 걱정하지 않는 부자들은 더욱 유복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 등 개발도상국가에서 일반 대중들의 경제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이런 나라의 신흥 부자들은 선진국 부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물 쓰듯이 과소비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 세상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이 세상을 보면 평평한 평면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산이 있고 골짜기가 있고 강과 바다가 있고 들판이 있어서 높고 낮음이 다르듯이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비가 쏟아져서 홍수가 나면 저지대가 물에 잠기고 쓸려 나가듯이 경제난이 닥치면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한인 상인들이 불경기를 겪게 된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워낙 저지대로 홍수가 쏠려 내려올 때는 대책이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고지대, 즉 부유층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이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돈이 곧 힘이기 때문에 돈이 있는 사람은 그 힘으로 돈을 더 벌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힘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러니 부익부 빈익빈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상적인 사회는 경제적으로 상류층이나 하류층 보다는 중류층이 많아야 하는데 황금만능주의에서 돈벌이에 성공한 중류층은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실패한 중류층은 하류층으로 떨어지게 되어 중류층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물가상승 등 외부 악재 요인으로 하류층으로 떨어지는 중류층이 더 많게 된다.
북한이나 미국은 경제상태가 천양지차이지만 그 곳에서도 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다. 또 경제상태가 불황일 때도 돈을 물 쓰듯 하는 부자가 있는가 하면 호황 속에서도 생계가 어려운 가난한 사람도 있다. 특정한 나라 또는 경제상태가 사업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개인이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그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더욱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들 불경기라고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불경기를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 어차피 불공평한 세상을 살 수 밖에 없다면 호경기뿐만 아니라 불경기도 이겨내고 이런 불황 속에서도 돈을 물 쓰듯 하는 부자들의 고지대를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이기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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