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수리나 페인트칠 등과 같은 허드렛일을 할 사람이 필요할 때 우리가 고용하는 이들이 있다. 흔히 그들을 두고 우리는 뭉뚱그려서 ‘멕시칸’이라고 한다. 그들은 홈 디포(Home Depot) 주차장과 LA의 유수한 식당 주방에서 먹고 살기 위해 그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모두 멕시코에서 온‘멕시칸’이 아니다. 스페인어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멕시칸은 아닌 것이다. 중남미의 20여개 국에서 온 그들의 정확한 명칭은 ‘라티노’(Latino) 또는‘히스패닉’(Hispanic)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들은 이들 라티노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필자의 경우처럼 상사나 직장 동료로 두는 경우, 또는 옆집에 사는 이웃으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인들은 라티노를 무시하거나 멸시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똑같이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이민 온 사람들로서 우리는 과연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어린 시절을 남미에서 보냈는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그 쪽 사람들은 모든 동양인들은 중국 사람인 것으로 간주했다. 나만 보면 눈이 찢어졌다며 ‘중국 소녀’(Chinita)라고 불렀다. 그들은 동양에 대해서 무지했고, 수적으로도 턱없이 적은 ‘타인’인 한인들에 대해서 더 알고자 하는 노력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한인들이 라티노에 대해서 모른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수적으로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퓨 연구소에 따르면 라티노는 미국 내에서 가장 지배적인 소수민족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인구성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미국 인구의 거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라티노에 대해서 잘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라티노는 교육을 못 받았다고 흔히 가정한다. 하지만 퓨 연구소에 따르면, 25세가 된 이후에 남미에서 이민 온 사람들 중 40%가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단순노동만 요구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예로 그들을‘dirty back’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이는 소위 물을 건너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붙여진 부정적인 표현인 ‘wet back’에 뿌리를 둔 ‘콩글리시’적인 명칭이다.
이민자로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라티노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선입견을 가지기 이전에 공통점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뉴아메리칸 미디어의 인종관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인 (55%)들과 라티노(74%) 대다수는 아메리칸 드림, 즉 열심히 일하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종교를 중요시하는 라티노(77%) 들의 가치관도 한국인(67%) 의 것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근본적으로 우리도 그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노력은 쌍방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네 문화에“빨리 빨리”말고도 다른 미덕이 있음을 우리의 삶의 방식과 언행으로 보여줘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국인과 라티노간의 관계가 더욱 더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비근한 예로 ‘한인청소년센터’(Korean Youth & Community Center)는 몇 년 전 명칭을 ‘한인타운 청소년센터’(Koreatown Youth & Community Center)로 바꿨다. 이는 한인타운에 많은 라티노 가족들이 정착하면서 그들을 포용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실시되었다. 이렇게 한인타운에서 먼저 라티노를 저임금의 대안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서서 고객, 이웃, 그리고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주에 한인타운 로타리클럽 장학금이 발표됐는데 뛰어난 히스패닉 여학생이 수상을 하게 되었다. 그 학생의 응모 에세이는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아버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공생하는 관계이다. 한인과 라티노는 미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집념과 같은 공통점을 살리게 되면 같이 일할 때도 훨씬 효과적이고 다 같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의 첫 걸음은 그들을 올바르게 ‘라티노’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조남주
캘리포니아 커뮤니티재단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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