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런던에서, 파리에서 또 샌프란시스코에서 반(反)중 시위가 발생한데 대한 한 영국신문의 반응이다.
모든 악의 근원은 부시다. 그러므로 반미주의는 필수교양이다. 북경이, 수단 정부가 국민들을 압살하든 말든 그건 관심 밖의 일이다. 하여튼 반미시위면 ‘오케이’다.
이게 요즘 서구의 정서라고 한다. 그런데 반중시위가 발생하다니…. 그래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비꼰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의 심기가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티베트 사태 때문에 전 세계를 상대로 신경전을 벌어야 하니 말이다. 부시의 올림픽 개막식 참가여부도 불분명해졌다. 거기다가 영국, 프랑스 등도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다. 분통이 터질 수밖에.
반중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때리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하나.
‘역사 정신’이란 말이 있다. 역사란 결국 진보의 방향으로 나간다는 의미다. 그 주장은 한동안 맞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국가는 20세기 초만 해도 몇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0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자유를 구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자유에의 행진이 최근 들어 ‘멈칫’해졌다. 공산 전체주의 체제를 통해서도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중국이 이를 입증한 것 같이 보이면서다. 해서 나온 말이 ‘마르크시즘 자본주의’다. 그리고 나온 주장이 중국 시스템이야말로 서방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경 당국은 한껏 우쭐거리게 됐다. 마치 세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도는 듯이. 그 중국 시스템 대안론에 자극을 받고 또 용기를 얻었다. 러시아 헌정체제를 무너뜨린 푸틴이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다. 또 있다. 한국의 좌파세력이다.
중국만이 살길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좌파세력이 내건 모토였다. 선거유세를 하다가도 세 불리하면 중국으로 달려간다. ‘북경의 블레싱’을 정치적 후광으로 삼겠다는 거다. 그 연장이 유행이 되다시피 한 ‘김정일 알현’이었다.
여기서 다시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전 세계적인 중국 때리기 현상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하나. ‘중국 신화’라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자유세계와 전제주의 세력의 투쟁- 지난 한 세기를 관통해 온 이 엄연한 정치적 현실을, 중국의 진짜 얼굴을 대면하면서 새삼 재발견했다고 할까.
북경올림픽 성화 봉송을 저지하려는 반중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그 타이밍에 치러진 한국의 총선 결과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공교로울 수가 없다. 주사파로 분류되던 이른바 ‘탄돌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몰락했다. 거침없는 반미 친북에, 중국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그들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그들에게 철저히 등을 돌린 것이다.
중국 찬양에, 반미 구호에 한동안 열광했었다. 그 열광이 식으면서 중국은 찬양대상에서 경쟁상대로, 그러다가 문제대상으로, 그리고 급기야 위협으로 비쳐지게 됐다. 공산당 지배체제 중국의 진면목을 파악하게 되면서다.
김정일을 도와 탈북자를 마구 송환한다. 온통 가짜만이 판친다. 그러면서 동북공정이란 역사 짜깁기에 여념이 없다. 거기다가 턱없는 중화민족주의만 판친다. 그 무례한, 오만한 북경의 모습이 반중정서 확산을 불러온 것이다.
2007년에 실시된 미국 풀브라이트 재단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반미에서 반중으로 돌아선 한국민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80%에 가까운 한국인이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던 것. 전체 의족수의 3분의2가 넘는 200여명의 우파 정치인의 당선을 가져온 총선 결과는 바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 한국의 반중정서는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 될까.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잇는 삼각동맹체제 구축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순방이 그 같은 작업의 시작이고.
동아시아의 전략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관계의 협력은 극히 중요하다. 하나가 또 있다. 중국이 그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대국으로서 국제 협조노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하면 한국이 대륙세력 중국의 자장(磁場)권에서 벗어나 해양세력으로 복귀한다는 의미다. 뚜렷한 방향성의 선택이다. 이래저래 북경의 지도자들은 계속 심기가 불편하게 됐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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