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서두를 필요 없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김경희 기자 =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시켜달라는 것은 좀 염치없는 짓 아니겠나. 당원과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피력했다.
정 최고위원은 4.9 총선전에도 당권 도전 의사를 시사하기는 했지만,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겨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후 당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7월 전당대회에 적극 대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최고위원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행 최고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하면서, 당헌이 규정한 대로 의결 기능을 강화한 명실상부한 집단지도체제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추진 문제에 대해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한 자신의 입지를 의식한 듯 당내 계보 정치에 대해 비판적 입장도 개진하면서 앞으로 당원들을 적극적으로 만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전당대회에서 1등을 하면 좋지만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고, 소위 말해 사전에 작전을 짜고 그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총선 후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했다는 일부 시각과 관련, 강재섭 대표 부친상 빈소 방문을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KTX편으로 서울역에 도착했을 당시를 설명하며 승객들이 알아보고 다들 축하한다 하더라. 서울역이 내 지역구 같았다며 서울에서 선거를 해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총선 전후 국민들이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
▲강 대표 부친상 빈소 방문 이후 기차를 타려는데, 대구에서 택시기사들이 나한테 인사를 하고 `손님이 없다’고 화를 내더라. 왜 나한테 그러느냐 했더니, `정 의원이 한나라당 최고위원 아니냐’고 하더라. 서울역에 왔더니 승객들이 알아보고 다들 축하한다고 하고..거기가 꼭 내 지역구 같았다. 서울에서 선거를 해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국민적 기대도 높아졌고,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6선이니까 최고위원 5명을 뽑는데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권을 향해서 내가 뭘 한다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5명중 하나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치는 해보니까,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정치인이라면 선거에 꼭 출마해야 한다. 소위 말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당원들, 국민의 심판을 받는 항상 그런 자세로 생활해야한다.
한나라당 당권은 일종의 집단지도체제 아니냐. 사실 공천도, 최고위원회의는 시간이 쫓겨 그랬지만 나는 의결하자고 여러번 주장했다. 비례대표 명단 확정하는 데도 몇명은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강했다. 문화.예술계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령 체육인 명단에서 한 사람을 추천하라면 나는 이에리사를 추천한다고 했고, 축구계 관계자를 포함시키면 나한테 의견은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그런 점에서 내가 의결 주장을 여러번 했다. 그런데 당헌대로 하면 한나라당은 집단지도체제인데 의결하는 것을 다들 꺼리더라. 내가 그 말도 했다. 최고위가 의결기구지 불평기구냐. 앉아서 불평은 잔뜩하고, 의결하자면 사양하고. 의결을 가끔 하는게 원칙이라고 본다.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박근혜 전대표와의 경쟁 관계가 불가피한데.
▲경쟁은 협력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고위원 5명을 뽑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고 그들은 동반자이지 적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에 대한 견해는.
▲이번에 친박연대가 정당 지지를 13% 정도 받았고, 한나라당은 37% 정도 받았다. 이게 현실이다. 친박연대 뿐 아니라 친박 무소속 연대도 있지 않느냐. 그 분들도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나도 농담이 아니고 지역구에서 막판까지 복수경합으로 오래 나오니까, `만약 공천에서 탈락하면 정계를 은퇴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해봤다. 농담이 아니다.
탈락한 사람의 충격을 이해하고, 그 분들의 마음의 상처가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 또 한나라당도 그분들 때문에 수도권 박빙 이런 데에서 많이 떨어졌다. 한나라당도 상처가 크다. 그러나 현실이 있으니까, 국민이 지지를 표시한 것 아니냐. 지지해준 국민을 봐서 우리는 대화를 해야하고, 대화도 필요하고 시간도 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박 전 대표에 비해 정 의원은 당내세력이 미미해 공정한 게임이 안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할 수 없다. (웃음) 5명을 뽑으니 출마해야 지요. 1등을 하면 좋지만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당원이고 최고위원인데 당원들을 만나러 다녀야 된다.
내가 무소속을 20년 하다 한나라당에 왔는데, 당에 왔으니 당원들도 내 이야기도 드리고 그분들 말도 들어야 하지 않나. 당권에 도전한다, 누구와 경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당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왜 활용하지 않겠나.
--이번 총선에서도 계보정치가 드러났는데, 특정 계보와 연대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가.
▲계보는 원래 일본 정치이다. 내가 계보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일반적으로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아줄 때에는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투표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겠느냐. 무슨 계보에 들어가 명령을 따라하는 그런 복종하는 정치인 보다는 지역구 발전, 나라 발전을 위해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것을 기대해 뽑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하며 계보정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계보정치가 정형화되면 그런 독립성은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강 대표와 박 전 대표 사이에 탈당 인사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한 의견대립이 있다. 복당 문제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그분들도 상처를 받고 어렵게 했으니까 거기에 대해 인정해 달라 이런 것 아니겠느냐. 당도 실제로 수도권에서 떨어진 사람이 꽤 있고 상처를 많이 입었다. 양쪽이 서로 현실을 잘 봐야할 것이다. 친박연대가 당지지율 13%를 받았고, 대화를 해야한다. 대화를 서로 하고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본다.
--강 대표는 개원전까지는 복당 논의는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정치를 기계적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여간 대화를 확성기를 틀고 하지 말고, 조용히 대화해야 한다. 자꾸 언론을 통해 저럴게 아니고 조용조용히 해야한다. 확성기로하면 도움이 안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명무실한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실질적 집단지도체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는데.
▲현행 규정은 좋은 규정 같다. 그런데 실제 운영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는 의견이 다르면 의결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당헌에 돼 있는 그대로 하면 잘 될 것 같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대운하 팀을 청와대에서 관련 부처로 보낸다고 하는데 아주 잘하는 것이다. 진작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경부운하는 문자 그대로 의견을 수렴하면 된다. 의견을 들으면 된다. 의견을 주도하려면 마찰이 있다. 대운하에 대한 제일 결정적인 반대는 서울대 교수 몇십명이 발표한 것이 제일 큰 영향을 줬다고 본다. 이 중 한분의 글을 보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필요한지 이해하는 데 시간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학자들도 판단에 시간이 걸리는 사업을 집행기구가 시간에 너무 쫓겨 할 필요 없다.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큰 사업을 왜 서두르냐.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업을 제안했다. 제안했다는 것 만으로 벌써 역할 절반을 한 것이고, 문자 그대로 검토하면 되는 것 아니냐. 대운하가 되면, 다 이 대통령 작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검토할 시간을 줘야한다.
--축구협회 회장 및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직은 계속 유지하나.
▲축구협회는 회장직을 그만둔다고 했다. 축구협회장은 1년 하는 것도 어렵다. 내가 16년 한 것은 운이 좋아 성공한 것이다. 나는 정말 그만 두는데 좋은 사람을 찾아야 된다.
피파 회장은 지난번에 자동 연임을 했는데, 내가 나가든 누가 나가든 좋은 경쟁자가 나와서 (선거에서 경쟁을) 해야지 큰 살림이 건강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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