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이 시카고 오헤어 공항 아메리칸 항공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메리칸은 정비를 이유로 1,000여대의 비행기 운항을 중단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군을 떠난 포트워스의 제이슨 캡틴이 아들 라일리와 놀고 있다.
비행 학교 융자금 15만달러 빚에 초봉은 1만5,000달러
고소득 대형 항공사 캡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경찰, 소방대원, 불도저 운전사 등 소년들이 갖고 있는 꿈 중 비행기 조종사는 연봉 30만 달러, 월 20일 휴가, 2억달러짜리 비행기 몰기, 60세의 안락한 은퇴 등 어른의 꿈도 만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항공사들의 재정이 무너지면서 그 꿈을 쫓던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난 11월 해군을 떠난 포트워스의 제이슨 캡틴(32)은 ‘아내가 나를 바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타나모 기지에서 고위급 인사를 비행기로 실어 나르며 연봉 7만5,000달러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비행 훈련을 시작한 그는 노스웨스트 자회사의 76석짜리 비행기를 몰며 첫해에는 2만1,000달러를 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다수 파일럿과 마찬가지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를 모는 것이 꿈이었다. “내가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최근 그와 아내 준은 사기업체에서 일하기 위해 군대에서 번 돈의 일부를 저축하고 있다. 군대 때 월급을 따라잡으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다.
그는 나중에 연봉 15만달러가 넘는 노스웨스트 항공의 선임 조종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비싼 기름 값 때문에 항공사가 어려워지면 캡틴과 같은 젊은 조종사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워싱턴 긱 하버에 본부를 둔 재정 상담가인 에드 그로건은 “돈으로 따지면 파일럿보다 하수도 수리공이 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군대 출신 조종사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파일럿이 되려면 비행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학비 융자금이 15만달러에 달할 수 있다. 월 상환금만 1,000달러가 넘는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국내 항공사는 비행기 대수를 수백 기나 줄였다. 그 결과 필요한 조종사 수도 줄어들었다. 거기다 파산을 하거나 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조종사 월급은 30% 이상 깎였다. 은퇴 연금도 상당 부분 사라졌고 근무 시간은 길어졌다. 대형 항공사 조종사 연봉은 20만달러 선으로 30만달러에서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봉급 감소는 파일럿이라는 직종 인기 추락의 시작일 뿐이다. 대형 항공사보다 훨씬 월급을 적게 주는 지역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가 버린 노선의 상당수를 떠맡았다. 많은 새 조종사 월급은 캡틴처럼 최저 수준에서 시작해 서서히 연 10만달러로 올라간다. 봉급도 낮고 대형 항공사로 스카웃될 가능성도 적어지자 파일럿 희망자 수도 줄어들었다. 그 바람에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항공사는 채용 기준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했다. 2000년대 초에는 최소 1,500시간 비행 경력이 있는 사람만 인터뷰했지만 이제는 50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안전 운항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새 파일럿은 바닥에서 시작해 가장 적은 월급을 받으며 근무 시간도 가장 나쁜 연장자 우대제도 때문에 일자리를 옮기기도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대로 된 직장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른 쪽에 앉는 1급 조종사에서 왼쪽에 앉는 캡틴으로 승진하는 것이야말로 월급과 직위가 큰 폭으로 뛰는 길이다.
그 때문에 캡틴은 아메리칸 항공의 자회사인 아메리칸 이글의 일자리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월급을 많이 주지만 캡틴까지 되려면 6년 반을 기다려야 한다. 노스웨스트의 자회사인 컴퍼스에서는 1년이면 된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유나이티드나 델타 같은 지역 항공사는 중소 도시에서 대형 도시로 승객을 나르는데 별개의 지역 항공사를 이용한다. 그러면서 경비 절감을 위해 항공사를 바꾸기 때문에 오늘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항공사도 내일은 조종사를 해고할 수 있는 것이다.
1년 전 유나이티드에서 은퇴해 파일럿 직업 알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킷 다비는 “악몽 같은 세월‘이라고 말했다. 일부 파일럿은 아예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 항공기 조종사협회의 부회장인 폴 라이스는 ”전에는 임시 해고된 조종사들은 다시 일자리가 생기면 100% 돌아왔다. 그러나 9.11 후에는 30~35%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지역 항공인 메사 에어 그룹의 경우 작년 784명의 파일럿이 그만 뒀다. 그 중 일부는 전국적인 대형 항공사로 옮겼고 일부는 다른 지역 항공사로 갔지만 10%는 아예 항공업계를 떠났다. 다른 지역 항공사도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10대부터 비행 훈련을 하며 조종사가 되기를 꿈꿔 온 타드 레마커(39)는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2005년 8월 메사 항공에 취직했지만 긴 근무 시간과 조종사와 경영진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힘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비행기를 몰아야 할 때는 비행기 안에서 자기도 하고 5시간 비행기를 몰기 위해 13시간 일할 때도 있었다. 조종사는 비행시간만 봉급을 받는다. 레마커는 작년 9월 그만 두고 피닉스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크루즈 상품을 파는 여행사를 시작했다.
사만사 네글리(30)는 1999년 남자친구가 4인승 세스나를 태워주기 전에는 비행기를 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맑은 날 산루이스 오비스포에서 농장과 바닷가, 바다 위를 날았다. “그가 조종간을 넘겨줬다.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네글리는 말한다.
그녀는 그 해 저널리즘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비행 학교 학비 마련을 위해 4년간 바텐더부터 보조교사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착륙이 그녀가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학비 보조를 위해 그녀가 쓰는 1,500달러짜리 장학금 에세이에서 네글리는 비행기를 몰려 평생을 살고 싶다고 썼다. “5년내 메사 항공의 캡틴이 되고 10년내 대형 항공사의 1급 조종사가 된 후 승진을 기다리겠다.”
그녀는 메사 항공에 조종사를 공급하는 뉴멕시코 항공 학교에 입학한 후 2004년 취직했다. “그 소식을 들은 날이 일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연봉 1만5,000달러를 받으며 5만달러의 학교 빚을 진 그녀는 덜레스 공항에서 근무하기 위해 워싱턴에 있는 언니 집에 들어갔다.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 8시까지 공항에 가고 비행기를 3번 몰면 밤 10시가 된다. 호텔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인 후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한다. 때로는 비행기 안에서 자고 화장실에서 이를 닦은 후 조종석에 앉기도 했다. “워낙 착륙하는 것을 좋아해 그 3분을 위해 하루를 살았다. 이건 최악의 인생”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작년 7월 그만 두고 이제 장남감 회사 마텔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한다. 돈도 더 벌고 학비 융자금도 3만달러로 줄였다. 매일 밤 롱비치 집에 와 개와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비치 발리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약혼도 했다. 그녀는 “이제 평범한 직장,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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