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박근혜(한나라당) 88.6%, 노윤조(민노당) 9.0% . 친박 후보들의 선전으로 자신의 힘을 입증,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라는 평가다.
‘보수시대’권력지도 대변동
‘친이 실세들’반전에 울기도
■거물급 탈락 손학규·정동영, 이재오·이방호 눈물
한국 제18대 총선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의 바람을 견인하기 위해 서울에 전략 공천됐던 통합민주당의 거물급 후보들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 인사들이 대거 낙선의 고배를 마시는 결과를 연출했다. 거물들의 ‘빅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종로와 동작을 지역구 선거는 결국 통합민주당 거물급 후보들이 수도권의 한나라당 바람을 넘지 못하고 연쇄 탈락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던 손 대표는 개표 결과 불과 3.6% 차이로 지는 선전을 벌여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대선에 이어 4개월여만에 연달아 완패를 해 향후 정치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친이계의 좌장 역할을 했고 대선 직후 여권의 최대 실세로 부상했던 이재오 의원이 ‘한반도 대운하 저지’를 선언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완패했고, 소위 ‘공천파동’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실세 이방호 사무총장은 민노동 강기갑 의원에게 182표차로 분루를 삼켜 이번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 기록됐다.
■서울 종로
박진(한나라당) 48.4%
손학규(민주당) 44.8%
‘정치 1번지’에서 상대당 대표를 꺾고 3선을 이뤄 정치적 위상을 높이게 됐다.
■서울 동작을
정몽준(한나라당) 54.4%
정동영(민주당) 41.5%
대선 주자 출신끼리의 ‘빅매치’에서 여유 있게 6선에 성공, 당권·대권 도전 길을 열었다.
■서울 중구
나경원(한나라당) 46.1%
정범구(민주당) 27.6%
당의 ‘얼굴’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중구에서 자유선진당 신은경 후보에 낙승했다.
■서울 은평을
문국현(창조한국당) 52.0%
이재오(한나라당) 40.8%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을 물리쳐 정치적 기반을 넓혔다.
■경남 사천
강기갑(민노당) 47.7%
이방호(한나라당) 47.3%
민노당 후보로 영남에서 한나라당 실세 이방호 사무총장을 따돌려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386과 친노 한명숙·유시민 고배 ‘사양길’
17대 총선 당시 기세등등했던 친노 그룹과 386세대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몰락했다.
386 중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의원은 연세대 학생회장 출신 송영길(인천 계양갑) 후보와 동국대 학생회장을 지낸 최재성(경기 남양주갑) 후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전남대 삼민투위원장을 지낸 강기정 후보는 광주 북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친노 그룹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에서는 전해철 전 민정수석, 김만수 전 대변인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쓴 잔을 마셨다. 한명숙 전 총리도 낙선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한나라당 신인에 패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보좌진 출신인 이광재, 서갑원 후보는 강원과 전남에서 출마한 덕을 봐 쉽게 당선됐다. 또 영남권 조경태(부산 사하을), 최철국(경남 김해을) 의원은 노심을 업고 재선에 성공했다.
대표적 친노 인사인 유시민 후보도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 32.6%의 득표로 선전했지만 주호영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도 남해ㆍ하동에서 석패했다.
386은 17대 총선에서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우상호, 정청래, 이기우, 김태년 의원 등 10여명이나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수도권 돌풍에 휘말려 대부분 낙마했다.
■돌아온 용사들 추미애·홍사덕·박주선 부활
이번 총선에선 한동안 국회를 떠나 있던 ‘역전의 용사’들이 상당수 당선됐다. 여야의 중량감 있는 중진급 정치인들이 절치부심한 끝에 권토중래한 것이다. 대표적 인사가 ‘친박연대’ 홍사덕 전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다. 두 사람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당한 뒤 탈당해 친박연대를 만들어 생환했다.
5선을 지낸 홍 전 총무는 17대 총선 때 탄핵 주역으로 낙선했다가 이번에 대구 서구에서 당선 돼 6선 의원이 됐다. 서 전 대표도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2번으로 다시 한번 원내에 입성했다.
통합민주당에서는 ‘3번 구속, 3번 무죄’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박주선 전 의원이 광주 동구에서 승리를 낚아 16대에 이어 다시 부활했다. 그는 17대 총선 때는 옥중 출마까지 했다 고배를 마셨다.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휘말려 낙마했던 추미애 전 의원도 서울 광진 을에서 승리, 여의도로 복귀했다.
14, 16대 의원을 지냈다가 17대 총선 때 낙선한 송광호 한나라당 사무부총장도 충북 제천·단양에서 생환했다. 14, 15대 의원을 지낸 최욱철 전 의원은 강원 강릉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한나라당 심재엽 후보를 제치고 금배지를 다시 달았다.
■서울 광진 을
추미애(민주당) 51.3%
박명환(한나라당) 36.7%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휘말려 낙마했다가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구 서구
홍사덕(친박연대) 61.8%
이종현(한나라당) 32.7%
친박연대의 대표 주자로 대구에서 당선되며 부활해 6선 의원이 됐다.
■부산 남구 을
김무성(무소속) 49.7%
정태윤(한나라당) 31.2%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나와 영남에서 친박 바람을 주도했다.
■DJ 측근 성적은 박지원 낙승, 김홍업은 낙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박지원 후보가 전남 목포에서 당선됨으로써 DJ의 체면은 유지했다. 그러나 정작 아들인 김홍업 의원이 무안ㆍ신안에서 낙선, 희비가 교차했다.
부정비리 전력자 배제기준으로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 후보는 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했다.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어온 민주당에 기필코 돌아가겠다”며 복당 의지를 밝힌 뒤 “민주평화 세력이 50년간 지켜온 정통성과 햇볕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무소속 이상열 후보가 정영식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하며 측면 지원했음에도 이를 물리쳐 DJ 영향력의 건재를 과시했다.
박 전 실장의 화려한 부활과 달리 구시대적 세습이란 숱한 비판에 직면했던 김홍업 의원은 이날 늦게까지 혼전을 계속했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선거를 치렀음에도 실패함으로써 아버지의 후광을 뛰어넘어 독자적 정치인으로 인정받는데 실패했다. 동시에 ‘DJ 극복’을 향한 호남의 일정한 흐름이 현실로 입증돼 주목된다.
■전남 목포
박지원(무소속) 53.6%
정영식(민주당) 38.1%
민주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당선돼 목포에서 DJ의 영향력 건재를 과시했다.
■서울 도봉 갑
신지호(한나라당) 48.0%
김근태(민주당) 46.2%
신세대 뉴라이트의 기수로 민주화 세대의 상징 김근태 의원을 물리쳤다.
■광주 동구
박주선(민주당) 88.7%
김태욱(한나라당) 7.6%
3번이나 구속됐다 무죄로 풀려난 뒤 이번에 전국 최고 득표율로 재기에 성공했다.
초경합지 60여곳 승부
수도권 한나라 압승·영남 반한나라 역습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던 전국 초경합 지역 60여곳의 승부는 ‘수도권 한나라당 압승, 영남권 반 한나라당 세력의 역습’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정종복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모두 낙마시켰다. 한나라당의 친이계를 대표하던 이들의 패배는 “오만한 권력은 혼내겠다”는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인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고, 박근혜 전 대표와 대립하며 한나라당과 공천과정을 좌지우지했던 그의 독선적 태도에 대한 지역민의 반감이 그를 무너뜨린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 책임자였던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종복 공천심사위원회 간사의 패배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들의 지역구는 경남 사천과 경북 경주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보수 성향이 강한 이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농민 출신 강기갑 의원에게 패해 충격을 더했다. 주변의 한나라당 후보자들이 대부분 무난히 당선된 것을 보면 당 간판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이들의 패배를 두고 “영남 민심이 친이계의 한나라당 공천 전횡을 응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박형준 의원은 부산 수영에서 구청장 출신 무소속 유재중 후보의 지역 영향력을 이 대통령의 후광으로도 넘어서지 못했다.
수도권 경합지에서 민주당의 견제론은 약발이 전혀 없었다. 전체적인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적극적 투표층인 50, 60대 한나라 지지 성향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었던 서울 강북ㆍ강서권에서 김근태, 임종석 의원 등 스타급 현역이 우수수 떨어졌다. 민주당은 구로을(박영선), 강북을(최규식) 등 7곳에서만 겨우 의석을 챙겼다.
경기 경합지역 승부의 추도 한나라당 쪽으로 기울었다. 한나라당은 고양, 성남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했던 지역을 휩쓸었다. 다만 최대 격전지 수원 영통에서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을 눌러 체면치레를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텃밭 영·호남 초경합지에서는 고전했다. 민주당은 호남 경합지 중 광주 광산갑, 전북 군산에서만 수월하게 이겼을 뿐 무소속 돌풍에 휘말렸다. 한나라당도 접전지였던 부산 동래, 대구 달서을, 경북 구미을, 안동 등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에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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