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3개월 동안 한국의 대북정책을 주시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북한이 결국 강경노선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통일원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지난달 27일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의 남측 인원을 추방한데 이어 28일에는 서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방한계선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또 29일에는 합참의장의 국회청문회 답변 내용을 문제 삼아 비난하면서 사과 요구를 했고 4월 1일에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이명박 역도’라고 지칭했다. 대남 비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던 대남정책의 기조를 강경방침으로 정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남한이 적대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과거와 같은 친북정책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누구나 예측했던 것이다. 북한도 이 때문에 사태를 관망해 왔는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유화적인 자세를 보여 오히려 한국 내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남한의 대북정책을 파악한 북한이 강경대응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강경대응의 구실로 삼고 있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것이나 극히 심각한 사안도 아니다. 특히 합참의장의 발언은 북한의 핵공격이 있을 경우 방어의 중요성을 순서대로 말한 것으로 시간적 순서의 의미는 없다. 그런데 북한은 이 말을 선제공격으로 해석하여 강경대응의 빌미로 삼았고 이에 대한 한국측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3일에는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강경노선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첫번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고 실용주의이기 때문에 강경한 자세로 나가면 흥정하여 얻을 것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두번째는 국제정세로 볼 때 올림픽을 앞둔 중국이나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미국이 북한의 강경노선에 강력히 맞설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6자회담을 질질 끌면서 남한을 압박해도 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세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특히 북한에 유화적인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북미관계를 유리하게 매듭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사태 진전을 당분간 고착시킬 필요에서 긴장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의도에서 강경노선을 선택했다면 앞으로 남북관계개선은 어렵게 될 것이다. 북한은 위기를 조성하여 협상으로 풀어가는 벼랑 끝 외교를 해왔기 때문에 사안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가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 충돌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고 남북간 회담은 물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도 중단될 수 있다.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북한은 6자회담을 탈퇴하여 핵실험을 재개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벼랑끝 외교는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벼랑끝 외교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약간의 중유, 쌀, 비료 등 물질적 지원을 받아 호구지책을 삼았다.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앉는 외교적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큰 것을 잃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경제발전을 통해 국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분초를 아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그동안 북한은 무얼 했는가. 숨바꼭질 같은 벼랑끝 외교만 하면서 세월을 허송하여 비참한 나라로 만들었을 뿐이다. 북한은 이런 위기 타개책으로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군사력에 의존하려고 한다. 이 시대에 특히 한반도에서는 남북한 어느 쪽도 군사력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제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북한에게는 이제 강경노선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는 대전환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그동안 이미 많은 시간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남이 걸어갈 때 뛰어간다면 잃어버린 세월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한반도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참상을 막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기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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