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8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인종’에 관한 연설이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다.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장식하고 오바마 의원 특유의 카리스마가 내포된 연설 실력은 미 전국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면서 미 전국 각계각층, 인종에 관계없이 무척 긍정적인 점수를 받아 ‘미국 역사에 남을 최고의 연설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얼마 전 한국일보 컬럼에도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이제 찬사와 흥분이 가라앉으며 나머지 절반의 점검이 나오고 있다. 미 주류 미디어를 통한 비판적 평가 중에는 흑인 칼럼니스트의 글도 포함되어 있다.
제목도 다양하다. ‘왜 라이트는 오바마 후보에게 잘못된 관계인가’(Why Wright Is Wrong to Obama?), ‘오바마는 망쳤다’ (Obama Blew It): 후보가 인종에 관여했어야 했는가?’ ‘오바마의 훌륭하지만 나쁜 연설(Obama’s Brilliant but Bad Speech): 그의 연설은 인종에 관해 정확하게 잘못 얽히게 했다’ ‘우리 (인종토론) 하지 말고, 했다고 하라’ (Let’s Not, and Say We Did) 등이다.
오바마 연설의 문제 요소 중 하나는 ‘갓댐 아메리카’라고 미국에 저주를 퍼부었던 라이트 목사를 감싸고 나선 점이다. 라이트 목사는 오바마와 20년 관계를 지속해 온 영적 지도자이고 그의 결혼을 주례하고 자녀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오바마는 라이트 목사를 ‘길에서 지나가던 흑인 남자를 무서워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자신의 백인 외할머니를 저버릴 수 없듯이 저버릴 수 없고 오히려 이해한다는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하고 있다. 문제의 라이트 목사는 미국 정부가 흑인 말살을 위해 에이즈를 개발하고 미국 정부가 흑인한테 마약을 공급했다는 등등 무책임하고 민중 선동적인 발언을 하였다. 외할머니는 혈연이고 목사는 본인이 택한 선택이기 때문에 그의 20년간의 관계 유지에 관한 그의 판단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비판은 ‘인종’에 대해 새로운 견해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리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노예시대까지 들춰내면서 ‘인종’ 토론을 제시한 그의 연설에 대해 미국은 인종에 대해서 할 만큼 토론이 있었고 더 이상 인종에 대한 토론을 할 시간에 오히려 경제, 교육, 가족정책 등 결과를 볼 수 있는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미국 인종문제에 대해 역사를 거꾸로 끌고 간다는 대단히 비판적인 견해들이었다.
오바마 의원의 탁월한 연출력과 웅변기술이 빠진 그의 연설문을 읽고 나서는 나 자신도 그의 대성공적인 ‘인종연설’에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 오바마 의원이 8,500명이나 되는 교인 앞에서 왜곡되고 진실이 아닌 설교를 하고 흑인 커뮤니티를 향해 미국을 내놓고 저주하는 목사에 대해 20년이나 그 설교를 듣고 가족 같이 지내는 사이라고 해명하는 데에 오바마 의원의 영적 지도자 선택의 판단력에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또 나 자신 개인적으로 1960년대 민권운동 후에 인종에 관한 토론, 사회정책, 그리고 법률로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흑인 및 소수인종을 돕기 위해 미국은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에 아직도 인종문제가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명백한 예는 흑인 국무장관이 2명이나 나왔고 흑인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감으로 미국의 백인의 지지를 얻고 있는 사실이 미국 인종문제의 대성과로 여겨질 수 있다.
오바마 의원이 인종연설을 통해 ‘노예시대’ 피멍이 들은 흑인 커뮤니티의 한을 다시 끌어내면서 제시한 토론은 그가 말했던 새로운 인종에 관한 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칼럼니스트는 그의 트리니티 교회의 라이트 목사와의 관계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카고 흑인 커뮤니티에 받아들여지기 위한 수단 중에 하나였을 거라는 해석을 하면서 정치적인 목적이었더라도 그의 선택은 아주 나쁜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처음부터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인종’ 이슈를 토론하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주었었는데 라이트 목사 스캔들을 수습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안 할 수 없어서 시작한 ‘인종’ 토론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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