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후 선택하라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욕망과 배제되는 것에 대한 공포와의 싸움은 끝났다. 유년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소속감에 편안해 하며 받아들여지기를 갈망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은 ‘열린 문’에 속한다. 대학도 학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학생도 대학을 골라갈 자유가 있으니 말이다. 3월말로 이제 미 전국 고교 시니어들은 몇 개의 합격통지서(admission letter)를 받아들고 이중 한 학교에만 5월1일까지 등록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대학입학 사정에서 여태까지는 대학 측에 결정권이 있었지만 이젠 그 바톤이 학생 손에 넘어왔다. 합격통지서를 보내준 대학 중에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 목하 고민해야 하는 계절이다. 똑똑하다는 것은 삶의 현실을 현명하게 다룰 줄 안다는 뜻이 아니던가. 앞으로 한국에서 미국 대학 입학 컨설팅을 하기 위해 지난 23일 한국으로 떠난 ‘아이비드림’의 이정석 박사를 전화 인터뷰 해 ‘내게 맡는 대학 선택법’을 알아봤다. 그의 조언은 여러 웹사이트나 다른 참고문헌보다 한인 가정에 실리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 또한 개별화된 맞춤형이 아닌 일반론일 뿐이다. 선택은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그 무엇보다 학생 본인의 ‘심장’에 달려 있다고 본다.
마음에 드는 2, 3곳만 골라서 직접 방문
전공만 보고 가지 말고 대학 랭킹도 고려
자신 취향·스타일 따라 주립·사립 선택
■대학을 방문하지 않고는 선택하지 말라
합격통지서가 온 2~3개의 대학 중 꼭 등록하고 싶은 대학이 있다면 봄방학이나 학기 중이라고 해도 시간을 내서 반드시 방문해 보기 바란다.
12년간의 수학기간을 끝내고 이제 앞으로 4년 혹은 그 이상 시간을 보낼 대학시절은 배움의 절정기간이다. 삶의 길목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를 보낼 장소인 만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지 않고는 절대로 결정하지 말라고 이 박사는 당부하고 있다.
컴퓨터 웹사이트와 브로셔로만 보는 대학과 자신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대학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
동부의 명문대학이라고 해도 캠퍼스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학교도 있고 문화생활과 스포츠 관람을 즐길 수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막상 등록 후 오리엔테이션 때 가보니 자연을 즐기면서 공부밖에는 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시골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캠퍼스도 있다.
현재 하버드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노스토랜스 고교 출신 황부용 학생도 원래 컬럼비아 대학에 가고 싶었지, 하버드 대학은 갈 생각이 없었으나 부활절에 뉴욕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이왕 근처에 왔으니 한번 들러보자는 심산에 하버드에 갔다가 학교의 분위기가 자신의 공부 취향에 꼭 들어맞음을 발견하고는 다른 곳에서 온 입학허가서를 고사하고 4년전 보스턴행 짐을 꾸린 사례도 있다.
또 리서치 및 마케팅 회사인 립맨 허린에 따르면 학교를 결정하는데 방문이 결정적이었다는 응답이 74%로 가장 많았고 엄마의 충고를 참조했다는 비율은 52~59%, 아빠의 조언이 먹혔다는 비율은 49%였다.
한인 학생의 경우는 소수계가 많이 없는 타운에서 자란 학생은 인종이 다양하면서 한인학생들이 많은 UC의 주립대학에 잘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또 한인 학생들이 많은 대학에서 더 기량을 발휘하는 학생도 있는 등 그 양상이 다양하다.
고교동창이 많은 인근대학이 좋은지, 낯선 환경에 홀로 잘 적응하며 금방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도록.
재정 지원 빵빵한 곳‘이왕이면 다홍치마’
특기·특별활동·기후도 고려 대상
■전공만을 보고 그 대학을 선택하지는 말라
흔히 한국 학부모들은 전공과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의 전체적인 랭킹이 낮은데 자녀가 원하는 전공과목에서만 수위 랭킹에 올라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 미국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 평균 3번 반이나 전공을 바꾼다는 통계가 있다. 전공하고 싶은 과목에서 우수한 대학이라 선택했다가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전공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학교 선택에 오류를 범한 것이다. 대체적으로 유명하고 랭킹이 높은 대학이 전반적으로 학생의 학업태도, 교수의 수준, 클럽활동, 과외활동, 스포츠, 동문 유대관계 등 제반적으로 좋은 경향이 많다. 물론 명성과 랭킹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 네임 밸류를 많이 따지는 경향이 있고 같은 한인 학생이라도 여기에서 태어난 2세들은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는 작은 대학들을 잘 골라가는 성향도 눈에 띈다고.
■주립과 사립의 분위기는 명확히 다름을 알아야 한다
학생 수가 많은 주립대학에서는 ‘스스로 밥상을 차려 먹을 수 있는 귀재’는 성공할 수 있지만 학업과 인생진로 개척에 계속 ‘치어리더’가 필요하고 밥상을 차려서 가져다 받쳐야 하는 ‘왕자와 공주’ 타입에게는 어려운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 주립대학에서는 특정 강의에 따라 출석부를 돌리기는 하지만 교수가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고 수강신청자가 많아 조금만 늦어도 제때 수강이 안 되어 졸업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다양하며 다양한 인종의 문화와 감각과 열기가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거리낄 것 없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반면 사립은 수업 전 이미 교수가 학생의 이름과 공부 스타일을 모두 파악하고 강의실에 들어와 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맞춤형 수업이 진행된다. 보통 20명 안팎의 학생에 교수와 조교가 함께 따라 붙는다. 간혹 교수 집의 응접실이 강의실이 되기도 하는 등 교수와 학생, 동문간의 친밀함과 유대가 돈독하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강의만 듣고도 내용을 잘 파악하고 따라가는 ‘수동형 관찰자’인지 혹은 함께 어울리며 의견교환을 하는 코압 방식이 자신의 공부 스타일에 맞는지도 파악해서 선택해야 한다.
■경제적 현실도 절박하다
주립대학 학비도 만만하지 않지만 사립대학 학비는 일반 중산층 가정에는 중압감의 대상이다. 위에 언급한 황부용 학생의 부모 황석근 목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연간 5만달러에 상당하는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지만 하고 싶은 것 다 하려면 자동차 유지비, 외국 체험 여행비, 방학 때마다 집에 오가는 항공비 등을 포함하면 “학비 외에 추가로 몇만달러가 더 드는 것 같다”며 황부용양은 잡을 3개나 뛰면서 이를 충당, 하고 싶은 것을 웬만큼 하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석 박사도 노스웨스턴 대학에 가고 싶었던 학생이 UCLA에서 4년간 전액 학비와 기숙사비 및 방학 때도 1,000달러씩 주는 레전시 장학금을 준다고 하자 일리노이 행을 포기했던 한 학생의 사례를 들면서 “재정적인 요인도 학교 선택의 한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기와 특별활동, 기후도 참고해야 한다
햇빛 찬란한 따뜻한 남가주에서 자란 학생이 음산하고 춥고 비오고 눈 오는 동북부 날씨에 신기하게도 잘 적응하는 사례도 있지만 한 학기 다니다가 짐 가방 싸들고 편입하겠다고 들어오는 학생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ROTC 프로그램이 중요한 학생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를 선택해야 할 것이며 중고교 7년간 라크로스팀의 주전으로 뛴 학생이라면 이 흔치 않은 스포츠팀이 ‘날리고’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하겠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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