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요즘 한국에서는 학원의 문 여는 시간을 놓고 학부모들이 데모를 많이 하고 있다. 정상적인 교육기관인 학교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수업을 목표로 하는 학원을 놓고 학원과 학부모, 정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학원 교육이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전용교육이다. 정상적인 학교교육보다도 학원을 잘 선택해 공부를 해야 좋은 대학에 쉽게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학생들이 교육에 의해 살찌는 것이 아니라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 결과로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경쟁심리만 부추기는 교육이 돼 버렸다. ‘국어 위에 영어 있고 영어 위에 경쟁 있고, 산술위에 수학 있고 수학 위에 경쟁 있는’ 그런 식의 교육이다. 친구를 이겨야만 내가 좋은 대학엘 들어가고 졸업을 해서도 내가 일등을 해야만 되는 일종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산다는 전후무후한 경쟁철학에 찌들려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인성이나 인간성,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교육이다.
인간성의 결여는 제일 먼저 가족관계,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모와의 관계를 무너뜨린다. 처음부터 아예 관계가 없도록 가르쳐진 것이어서 요즈음은 서울 사는 자식이 지방에 사는 부모를 찾아 가는 예도 드물다고 한다. 오히려 늙은 부모가 자식을 보기 위해 깻잎 또는 고추, 호박 몇 개 따서 아들, 딸집에 찾아가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자식은 그나마 이런 부모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면 먼저 하는 소리가 “언제 가실 겁니까?” 한다고 한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며 부모를 중시 여기던 풍습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리가 여기서 미국인들을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부모의 말에 잘 순종하는지 알 수 있다. 한 예로 식당에 가보면 한인 아이들은 식당 내에서 마구 돌아다니고 구르고 시끄럽게 떠들고 야단이다. 그러나 미국인 아이들은 조용하게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중도덕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하고 가까운 일본만 보아도 그들은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한다.
무서울 만큼 개인주의적이고 경제 우선주의지만 그들은 공동체에서는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한국인 부모들은 아무리 아이들이 야단법석을 떨어도 거의 나무라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그냥 내버려두는 교육이다. 그래선지 한국 아이들은 커서도 제멋대로 해도 되고 남에게 폐를 끼쳐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줄로 알고 자란다. 자제할 줄 모르는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가. 어릴 때 조그만 문제에 소홀하면 커서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더 큰 사고나 대형 사건을 유발할 확률이 없지 않다.
최근 한국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참혹한 인명경시 사건들은 모두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성이란 어려서부터 몸에 배야지 성인이 돼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어머니가 아이를 가지면 태교를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아닐까. 태교란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인성교육을 시키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면 그날부터 벌써 어떻게 하면 반에서 일등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나 하는 데에만 신경들을 쓴다.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될 것인가? 물론 공부를 잘 시켜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싫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다. 미국인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을 잘 받아선지 대부분 양순한 성품을 가지고 되도록이면 남하고 잘 부딪치지 않고 조화스럽게 해 나간다. 우리 한국인들처럼 독단적으로 나만 잘 났다고 우겨대며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이 좋은 나라, 이 좋은 환경에서 우리가 이제까지 깊이 생각 못했던 인성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시켜야 한다. “일류대학만 나오면 무엇 하나?”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구실 못 하는 걸... 눈만 뜨면 사람들과 어우러져야 할 세상에서 성공적으로 잘 살아나가자면 학벌위주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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