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한 방송국이 개신교를 비판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호화생활과 교회의 납세, 그리고 불투명한 재정관리 및 세습 문제 등을 심층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었는데 방송 후 일부 보수교계가 프로그램 시청 거부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종교인과 돈의 관계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종교와 돈은 ‘성’(聖)과 ‘속’(俗)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룰 때는 한쪽의 기준으로만 비판하거나 두둔할 수 없는 조심스러움이 요구된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둘 사이에 균형 잡힌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종교는 자칫 일그러진 얼굴을 하게 된다. 돈을 둘러싼 종교계의 잡음이 세속적 추문보다 더욱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3억원짜리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거나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집에 사는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고발했다. 이들의 사는 모습이 목회자로서 바람직한가 하는 논쟁에 앞서 이런 목회자는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 한국의 목회자 연봉조사를 해보니 1,000만원에서 2,000만원대의 박봉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간의 상승분을 감안한다 해도 결코 풍족한 액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목회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사례비 혹은 생활비가 적정선일까. 이것과 관련해 지침이 될 만한 사례가 있다. 집회 인도 차 LA에도 여러 번 왔던 서울의 ‘높은뜻 숭의교회’ 김동호 담임목사는 지난 2003년 7,372만원인 자신의 연봉이 너무 많다는 일부 교인들의 비판이 일자 자신의 연봉을 합리적으로 도출해 달라고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그래서 9명으로 ‘목회자 사례비 연구회’가 구성됐다.
전문가들이 연구와 토론 끝에 도출한 바람직한 목회자 사례비 계산 공식은 1호봉(목회 경력 1년차인 31세)을 2,520만원으로 정하고 매년 1호봉(10만원)씩 늘리는 것이었다. 물론 근로소득세 납부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김 목사의 적정 연봉은 5,700만원으로 산출됐다.
그렇다면 미국의 목사들은 어떨까. 미 개신교계에 영향력이 크고 한인들과도 친숙한 어바인 새들백 처치의 담임 릭 워런 목사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워런 목사는 교인 수만명의 초대형 교회를 이끌고 있지만 교회로부터 연봉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또 교인들로부터도 사례비를 일절 받지 않고 모든 것을 교회로 돌린다. 그의 유일한 수입은 ‘목적이 이끄는 삶’ 등 자신의 베스트셀러로부터 들어오는 인세. 그런데 인세수입 중 10분의9를 교회에 헌금한다. 워런 목사는 스스로 이것을 ‘역 십일조’라 부른다.
워런 목사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은 일부 ‘TV 목회자’들이다. 이들은 잘 생긴 얼굴에 최고급 옷을 입고 나와 복음을 외치며 헌금을 요청한다. ‘은혜’를 받은 시청자들은 돈을 보낸다. 목회자들은 자신의 ‘왕국’을 확장하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는데 이 돈을 사용한다.
최근 몇몇 TV 목회자들이 헌금 유용과 불투명한 회계관리 등 혐의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미국 목회자들이 보여 주고 있는 이 같은 대조적 모습은 외형적 성공을 받아들이는 두 개의 다른 인식을 대변한다. 워런 목사의 경우는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그가 가지고 가는 10분의1 인세 수입이 다른 목회자들의 연 사례비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남들이 성공적인 목회라고 일컫는 모든 것이 내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다”라는 고백의 표현이다.
반면 거액의 수입을 당연시 하는 스타급 TV 목회자들은 “성공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라는 ‘자격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많이 냈으니 마땅히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CEO 멘탈리티’에 젖어 있는 것이다. 이는 종종 종교기관과 교회의 사유화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문제되고 있는 교회 세습 및 일부 목회자 호사 등도 이런 의식의 선상에 있을 개연성이 높다. 한인 목회자들의 태도는 워런 목사와 일부 TV 목회자들 사이 중간 어디 쯤에 놓여 있을 것이다.
한국의 목회자 사례비 산출 방식이 물가와 생활 규모가 다른 미국에서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산출 방식과 적정 사례비의 액수는 다를지 몰라도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것을 받아들이는 목회자들의 인식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교회의 되어진 모든 것은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겸손함이다. 이것이야말로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전하는 복음과 은혜의 본질에 부합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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