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는 석사와 박사과정에 지원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 들어오면서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5년 안으로 적어도 석사까지는 할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을 대비해서 공부할 수 있을 때 해놓자는 학생이 늘어났다. 통계를 보면 경제가 안 좋을수록 대학원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취직이 안 되니 계속 공부를 한다고 볼 수도 있고 공부를 더 해서 몸값을 올려 더 좋은 직장을 잡으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여간 경제가 나빠지면 경쟁이라는 것이 피부로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지금 미국의 경제는 최근 30년 동안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뷰를 할 때면 지원한 학생을 앞에 앉혀 놓고 그가 보낸 지난날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그의 이력서를 낱낱이 살펴본다. 대학교 일학년 때는 뭐를 했으면 2학년 때는 봉사를 어떻게 했고 3학년 때는 어떤 과목을 들었고 4학년 때 본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았는지 이력서에는 그의 과거 4~5년 동안의 생활들이 알몸처럼 드러나 있다. 단정하게 차려 입은 지원자는 마치 심판대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미리 준비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필자와 같은 심사위원들이-굳이 박사과정 입학뿐만 아니라 회사와 직장의 취직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로-가장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지원자가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그의 인생을 살아 왔는가 이다. 물론 학교 성적이 우수하면 눈에 띄겠지만 그 이외도 다른 경력이나 활동, 추천서를 읽고 앞에 앉아 있는 지원자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그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강의 판단이 서게 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단체나 조직이라도 인생을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환영받게 되어 있다. 지금 성적이 조금 모자란다 하더라도 삶에 대한 진지하고 열심인 자세가 되어 있으면 그 사람은 어디에서든지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필자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종종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럴 때면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도 정신을 차리고 듣는다.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비법을 들을 수 있을지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경청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우리들이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몇 년 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처럼 다 아는 이야기를 해준다. 하지만 망각의 동물인 인간들에게는 다시 들으면 또 새롭다.
우리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인생의 항로에서 몇 번의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당장 학교 입학에서부터 취직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때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 그때에는 마치 마지막 날에 심판대에 서는 것 같은 긴장감과 아쉬움이 음습한다. 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이 인터뷰만 통과하면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불꽃처럼 일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면 그런 결심을 곧 잊어버리기가 일쑤지만 그런 마음가짐은 많이 할수록 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는 남의 눈 특히 자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눈을 빌어 자기를 재평가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여태껏 자기의 어린 생각과 서툰 눈으로만 판단하고 살아온 자기의 인생을 전문 컨설턴트의 눈을 빌어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인터뷰는 자기 인생의 목적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된다. 인터뷰를 할 때 가장 흔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왜’이다. 왜 박사나 의사가 되고 싶은지 왜 이 회사를 택했는지 그리고 왜 이 직장에 지원을 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친구나 책에서 배운 요령대로 대답할 수 있지만 그런 판에 박힌 대답들은 심사위원들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자기만의 대답은 그 사람을 다시 보도록 한다. 자기만의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서 있는 현재의 위치와 앞으로 나갈 방향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가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는 노력이야 말로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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