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대학 졸업 후 취업 또는 다른 분야로 진출할 때 등에 큰 도움이 된다. 세리토스 고등학교 학국어 반 학생들이 박복희 교사와 자리를 함께 했다. <박상혁 기자>
한국어 반 학생들의 과제물. 간단한 수학을 통한 한국어 배우기가 이채롭다.
세리토스 고교 한국어반
하루 한 시간씩 180여명 ‘열공’
‘미녀들의 수다’‘상상플러스’ 등
한국 TV 프로그램 보며 글쓰기
취업·진로 선택에 큰 도움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매일 1시간씩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 세리토스 고등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이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 동안 한국어를 일주일에 5시간씩 외국어 과목으로 배우고 있는 세리토스 고등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을 지난 12일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학교 교실에서 만났다. 세리토스 고등학교는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타갈로그어, 프랑스어 등과 함께 한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미 전국 50여 고등학교 중 한 곳으로 타지역 고등학교에 비해 한국어를 외국어로 선택한 학생이 비교적 많은 학교이다. 이 학교에서 현재 한국어를 외국어로 선택한 학생은 초급 1단계 과정부터 고급 4단계 과정까지 모두 180여명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인 1.5세 또는 2세 학생들로 마치 한국의 한 고등학교 교실을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기자가 참관한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 4급 과정(K-4)으로 이 학교에 개설된 가장 높은 단계의 한국어반이다. 28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과목 박복희 교사와 함께 한국 텔리비전 프로그램 감상 소감을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하고 있는 수업현장에서 이들로부터 외국어로 배우는 한국어 학습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다.
■스페인어 보다 한국어가 더 실용적
이날 수업은 박복희 교사가 전날 내준 과제 발표로 시작됐다. 과제는 한국의 텔리비전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와 ‘상상플러스’를 시청한 후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다.
다소 서툰 발음들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났다. 특히 또박또박 연필로 작성한 학생들의 텔리비전 프로그램 감상문 실력이 인상적이었다.
4단계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은 중국계 학생 1명을 제외하면 모두 한인 학생들로 11학년과 12학년 학생들이었다. 이미 지난해 SAT II 한국어 시험에 응시해 800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시청각 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설명하던 박 교사는 한인 학생들이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9학년에 입학 할 때는 많은 학생들이 스페인어를 외국어로 선택한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선택한 한인 학생들 중 결국 한국어로 외국어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한인 부모들이 처음엔 스페인어가 보다 실용적이고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에서 4년 동안 스페인어 등 타 외국어를 수강한다고 해서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기는 힘들며 오히려 친숙한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것이 제대로 된 이중언어 구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는 것이 박 교사의 말이다.
박 교사는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외국어로 배운 한인 학생들을 만나보면 대학 진학 후에는 스페인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 선택에 한국어가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며 한국어가 한인학생들에게 실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히스패닉 학생에게 유창한 스페인어 구사 능력을 기대하듯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어를 완벽한 이중언어로 구사하는 것이 바로 한인학생들에게는 가장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사의 주장이다.
지난 해 SAT II 한국어 시험에서 800점 만점을 받은 태가현(11학년)양은 “5세 때 미국에 왔는데 엄마, 아빠가 고등학교 외국어로 한국어 선택을 권유하셨다”며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배운다는 것과 집에서 한국어 대화를 하는 것과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고 한국어를 외국어로 선택한 소감을 밝혔다.
박 교사는 “낮은 수준의 일상 대화를 한국어로 말한다고 해서 한국어를 이중언어로 구사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모두 높은 단계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이중 언어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리토스 고등학교는 초급에서부터 고급과정까지 단계별로 4개의 한국어반이 개설되어 있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1.5세 한인 학생들의 경우는 보통 2단계에서부터 시작, 4단계까지 보통 3년-4년 동안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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