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주택시장 및 모기지 융자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요즘 무엇보다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이른바 ‘언더워러 (Underwater)’의 상황인데 이는 주택 가치에 비해 융자금액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언더워러’의 상황에서 모기지 융자를 제대로 갚을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좀처럼 이해될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갑자기 개인적인 형편이 나빠져 모기지를 제대로 상환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주택을 빼앗기게 되는 상황과는 전혀 상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언더워러’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일부러 모기지 상환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주택 가치에 비해 모기지 융자로 빌린 금액이 더 많은 상황에서 아무리 열심히 모기지를 갚는다고 할지라도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다.
이러한 생각은 주로 투기적인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나 주택을 지나치게 비싸게 구매하였다고 후회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될 수 있는데 이들의 경우에는 주택을 팔려고 하여도 당장 금전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며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주택가격이 회복될 전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모기지를 상환하는 것이 아까운 돈만 날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냥 모기지 상환을 하지 말고 주택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을 포기하는 행위의 배경에는 주택매입에 관련하여 들어간 돈(다운페이나 클로징비용)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작용할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다운페이먼트를 하였고 주택포기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가 막대하지 않고 또한 해당주택에 얼마 살지도 않았으니 그다지 애틋한 정서적 연결고리가 없으니만큼 주택을 포기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현재 융자 은행들이나 금융 당국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일부에서 발생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현상을 확대되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택가격의 하락 현상에 따라 이처럼 현재 언더워러의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숫자는 미국의 총 주택보유자의 10.3%에 해당하는 총 880만명에 달하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예상에 따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택가격의 하락현상이 계속될 경우 미국의 총 주택 모기지 중 30%가량이 ‘언더워러’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하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모기지 연체율과 주택 차압율은 계속 늘어만 가는 상황 하에서 주택가격이 앞으로도 멈출지 모르고 계속 하락할 경우 모기지부실화와 주택차압현상은 더욱 늘어만 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모기지 관련 손실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신용경색(Credit Crunch) 사태를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태를 감지한 연준(Federal Reserve)의 벤버냉키(Ben Bernanke)의장은 지난 화요일
‘언더워러(Underwater)’의 상황 하에서 사람들이 주택을 포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의 하락에 부응하여 모기지 부채 금액을 경감시켜 주는 획기적인 방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버냉키 의장의 입장은 사람들이 ‘언더워러’의 상황에 빠지게 될 경우 모기지를 상환해도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게 되고 이는 결국 융자은행이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모기지 연체와 주택차압의 리스크가 더 높아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모기지원금을 줄여주는 방법을 통하여 자진상환을 유도하여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는 주택압류(Foreclosure)라는 채찍을 사용하여 채권을 회수하더라도 결국 주택가격의 하락에 따른 손실은 불가피한 만큼 차제에 ‘모기지 부채를 경감시켜 준다’는 당근을 이용하는 것이 더 커다란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버냉키의 입장은 재무부장관인 헨리 폴슨(Henry M. Paulson Jr.)의 입장과 크게 상치되고 있습니다. 폴슨 재무부 장관은 모기지 상환 부담이 갑자기 늘어남에 따라 이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단순히 주택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을 포기하려는 사람들과는 분명히 구별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즉 모기지를 상환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였다는 이유로 주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단지 투기꾼이거나 자신이 당연히 감당하여야 할 의무를 이행치 않은 방관자에 불과할 뿐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투기적인 주택매입행위가 크게 증가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기지 연체와 이에 따른 주택압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며 주택버블이 한창일 때 쉽게 돈을 벌려는 심산으로 투자용 주택을 매입했다가 결국 손해를 보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지난 2000년 주식버블이 터져버리자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주식투자자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생각자체가 일종의 모럴해저드로 간주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 및 모기지 버블이 만들어낸 쓰레기들에서 흘러나오는 유해요소들이 끊임없이 미국경제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둘 경우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자명한 사실임에 따라 실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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